"고개숙인 아사다 “김연아는 위대한 라이벌”"


[동아일보]

김연아는 2004년 12월 5일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을 때 “평생의 라이벌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가 우승하자 아사다는 “동갑이고 오랫동안 경쟁해온 김연아는 ‘위대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 주니어 제패-시니어무대 진출 아사다가 1년씩 빨라

김연아는 아사다와 닮은꼴이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이라는 고난도 점프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세계무대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보다 1년 앞서 주니어를 제패했고 시니어 무대도 1년 앞서 진출해 그해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나이 제한으로 올해 초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일본 언론은 “세계 최고 선수가 빠진 올림픽”이라고 대회를 폄훼하기도 했다.

김연아는 아사다가 빠진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해 김이 빠졌지만 이어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올해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아사다를 상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연아가 최근 두 차례 이겼다고는 하지만 아사다는 시니어 그랑프리 역대 최고 점수(199.52점)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상대가 아니다.

○ 내년 도쿄세계선수권서 ‘진정한 여왕’ 가릴 듯

앞으로도 둘의 맞대결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당장 내년 3월 아사다의 안방인 일본 도쿄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국가별 최대 3명까지 출전해 규모나 대회 위상에서나 실질적인 ‘피겨 여왕’을 가리는 대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김연아와 아사다 모두 16세 나이 제한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그랑프리 시리즈에 참가하지 않은 세계 랭킹 1위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사실상 은퇴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세계선수권에선 김연아-아사다의 양강 구도로 대회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동양의 두 요정이 벌이는 라이벌 경쟁이 세계 피겨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큰 기대 안했는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요”▼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요. 부상으로 큰 기대는 안 했거든요.”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선수 중 최초로 우승한 김연아는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 허리가 아파 제대로 뛸 수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한 김연아는 벌써부터 다른 목표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우승 소감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우승해서 우선 기쁘다. 컨디션이 나쁜 탓에 연기 도중 실수가 많아 아쉽다. 그래도 감점이 적어 결과가 좋았다. 빨리 숙소에 들어가서 자고 싶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시니어 무대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는데….

“아사다 때문에 특별히 긴장하진 않았다. 아사다가 부담을 갖고 경기했던 것 같다. 인터뷰하느라 아사다와 안도 미키의 경기를 볼 수 없었는데 점수가 너무 적게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큰 실수를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허리 상태는….

“왜 다쳤는지 모르겠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 것 같다. 전날 아침까지 연습 때 통증이 심했다. 계속 치료받고 테이핑을 해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동계 아시아경기 목표는….

“아직 한 달가량 여유가 있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김연아, 역전 우승 비결은 트리플 점프 기술

‘피겨여왕’으로 우뚝 선 김연아가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받은 점수는 16일(한국시간) 쇼트 프로그램(2분 50초)과 17일 프리 스케이팅(4분)의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쇼트 프로그램은 점프 3회. 스핀(몸의 중심선을 축으로 해 제자리에서 몸 전체를 돌리는 기술) 3회. 스텝(활주 중에 발을 바꾸면서 원을 그리거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기술) 2회 등 총 8차례 기술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65.06점을 받아 동갑내기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69·34점)와 안도 미키(67.52점)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김연아는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활약으로 대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최종 점수 중 쇼트 프로그램이 3분의 1. 프리 스케이팅이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한다.

●프리 스케이팅은 특정기술을 반드시 소화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9명의 심사위원들이 크게 기술요소와 프로그램 구성요소 두 가지로 나눠 점수를 매기고 최고. 최하점을 제외한 점수를 합산한다.

영국의 랄프 본 월리엄스가 작곡한 ‘종달새의 비상’에 맞춘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훈련 시간이 부족해 지난달 프랑스 그랑프리 4차대회와 같았지만 배경음악과의 조화. 연기의 성숙도와 안정감이 훨씬 좋아졌다.

김연아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결정적으로 끈 것은 기술. 특히 장기인 토 점프(스케이트의 앞쪽 끝인 토로 뛰어오른 뒤 공중에서 회전). 플립 점프(뒤로 돌아 토로 뛰어오른 뒤 공중에서 회전)이었다.

트리플 토(3회전)와 트리플 플립 점프(3회전)를 시작으로 더블 악셀(뒤로 돌면서 몸을 틀어 뛰어오른 뒤 뒤로 돌아서 착지하는 기술. 다른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돌아 2.5회전). 비엘만 스핀(다리를 등 뒤에 붙이고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기술). 트리플 러츠(뒤로 돌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공중 3회전). 싯스핀(웅크리고 제자리 스핀)을 차례로 연기했다. 더블 악셀에서 착지 동작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앞뒤 동작이 매끄러웠기에 큰 감점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장기인 트리플 악셀(3.5회전)을 시도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고 안도 미키는 트리플 악셀이 엉성하게 그치는 실수가 네 차례나 겹치는 바람에 김연아는 무난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류재규기자 jklyu@

2006, '대박난' 유재석의 성공비결'

 

[데일리안 김영기 객원기자]유재석은 요즘 바쁘다

쇼프로에서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김태희마저 불러들인(12.16.방송분) <무한도전>의 대박행진. 그리고 나경은 아나운서와의 핑크빛 열애설 등. 가뜩이나 바쁘던 그에게 행복한 스케줄 고민이 늘어만 간다.

3사를 종횡무진하며 보여주는 그의 내공은 헐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연상케 한다. 어떤 영화든 같은 미소와 주름진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영화마다 분명 기둥이 되는 존재감을 가진 점에서이다.

유재석의 성공신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현대의 삶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TV와 친구가 되어 간다. TV안에는 이야기도 있고, 여행도 있으며, 오락도, 사랑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중에서도 가장 긴요한 것은 웃음을 주는 친구들이다. 이는 과거의 광대나 삐에로가 차지하던 역할과도 상통한다.

원칙이 있다. 삐에로는 절대 상대보다 우월해서는 안 된다. 설사 우월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 보여서는 안 된다. 현대의 그들은 그 웃음을 구차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낮추어 선보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재석이라는 인물은 돌아볼만한 가치가 있다. 방송 3사를 종횡무진하면서도 각 프로그램에서 그다지 다를 것 없지만 제 역할을 200%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장점은 크게 흐름을 읽는 능력과 자기관리, 뛰어난 순발력과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진행하는 토크나 상황중심 오락프로그램은 드라마나 다른 프로그램 포맷과 달리 그대로 흐르게 하고 나중에 편집을 가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녹화 당시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각 프로그램별로 나타나는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해가며 같은 분위기의 웃음과 집중력을 몇 시간동안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임에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그의 자기관리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스스로가 설정한 캐릭터를 꾸준하고도 싫증 안 나게 유지하고 있으며 별다른 펑크가 없었을 만큼 건강관리도 잘한다. 그가 소화하는 프로그램의 양과 강도를 본다면 이는 실로 대단한 수준. 구사하는 표정이나 화술도 거짓 없어 보이는 미소에 구차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철저히 낮추는 전략을 취하는데,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녹화현장을 볼 일이 있다면, 그가 오랜 시간 얼마나 같은 호흡을 잘 유지하는지 알 수 있다. 편집을 감안한 철저한 진행은 비굴모드를 보여줄 때와 완전히 다르다. 재미있는 내용은 철저하게 살리고, 아니면 냉정하게 자른다. 기회가 되면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양념을 뿌린다.

뛰어난 순발력과 이 순발력을 발휘하는 타이밍은 오랜세월을 지나오며 쌓은 경륜과 노하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절대 하루아침에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1991년 대학 개그제에서 수상하며 데뷔했지만, 그다지 드러나는 인물은 아니었다. 기회가 되었던 것은 <서세원 쇼>. 주제에 맞는 토크 배틀이었다. 여기서 핵폭탄급 이야기를 내놓으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조심스레 무명의 시절을 벗어나갔다.


<서세원쇼>시절의 대표적 이야기 두가지..

(1) 박스를 훔치다

학창시절, 유재석에게는 한두마디 말로 형언하기 힘든 친구 ‘찍새’가 있었다. 어느날, ‘찍새’와 재석은 슈퍼마켓을 털기로 작정하고, 밖에 있던 박스를 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달리던 메뚜기와 찍새!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산등성이에 도착한 그들은 박스를 조심스레 개봉했다. 박스 안에는 ...빨대만 가득했던 것!

(2) 수영장에 가다

수영장에 갔던 유재석. 여유롭게 수영장의 활기를 느끼기도 전에, 그는 화장실 신호를 맞이한다. 급한 뒤를 추스리며 뛰어들어간 간이 화장실.. 일단 일은 마쳤지만, 휴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부를 뒤지고 뒤져(?) 마련한 것은 휴지 ..한 칸.. '그걸 어떻게 했나요?'하는 물음에 그의 답은 '..붙였어요.'였다.

◇ ⓒ MBC



이렇듯, 풋풋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메가톤급 웃음 폭탄을 던지며 알려지게 된 유재석. 이제 명실상부 국내 1등 MC로서 각종 쇼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런 그를 있게한 그의 특징 몇가지.


1.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진리는 개그맨들에게 특히 심하다. 오랜세월 사랑받으며 살아남는 인물치고, 남을 깎아내리고, 자신은 잘났다는 캐릭터는 없다. 모두 고개를 숙일 줄 알고, 웃음을 위해 벌거벗을 수 있는 이들이다.

2. 스포츠 중계 톤의 진행
‘동거동락’시절부터 돋보인 그의 중계톤 진행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생동감 넘치는 호흡을 불어넣는다.

3. ‘열심히’ 한다.
무엇을 하든지, 구르고 넘어지고 망신을 당하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계산되었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보인다. 마치 돈키호테를 보듯, 요령이란 것을 모르고 열심히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 DY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유재석. 무한도전의 고공행진과 솔직한 열애설로 그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가 보여줄 모습은 결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듯,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그 어떤 화려한 꾸밈보다 위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는 모습과 자기관리능력은 그를 명실상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결혼과 함께 잠시 휴가를 즐겼으면 싶을만큼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유재석. 다른 이들과 달리 꾸준한 인기를 확신하게 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충실한 삶 때문인 것이다./ 김영기 객원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살기좋은 나라’ 무엇이 다를까"

 

 


[동아일보]

《2006년이 저물어 간다. 누구나 올 한 해 동안 이룬 것, 이루지 못한 것, 세상에서 나의 위치를 되새겨 보는 시점이다. 한국의 올해 성적은 어땠을까. 올 한 해 동안 발표된 각종 ‘성적표’에서 한국은 부패인식지수 세계 42위, 언론 자유지수 31위로 아직 사회가 썩 건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의 경쟁력을 따지는 분야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선 23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국가경쟁력 순위는 24위였다. 이처럼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못한 탓일까. 삶의 만족도를 따지는 조사에서 한국은 특히 뒤졌다. ‘삶의 질’을 가리키는 인간개발지수(HDI)는 26위, 행복도를 따지는 행복지수(HPI)에선 102위에 머물렀다.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남들의 어떤 점에서 배울 수 있을까. 세계 주요 국제기구와 연구소가 2006년 발표한 각종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들의 남다른 비결을 살펴본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조화롭게 사는 바누아투(한국 102위)=영국 신경제재단(NEF)이 7월 발표한 행복지수(HPl)에서 178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2900달러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GDP로만 따지면 233개국에서 207위인 가난한 나라다.

윤치관(57·태권도 사범) 씨는 2001년부터 바로 이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 처음에 바누아투의 삶은 마치 정지돼 있는 듯했다고 윤 씨는 회상한다.

원주민 대다수는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평균 23도) 덕에 비를 피할 정도의 움막이면 만족했다. 윤 씨는 지금껏 “부자가 되겠다”거나 “남보다 잘살아야겠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먹을 것’이 천지에 널려 있었던 것도 이유였다. 심고 가꾸지 않아도 자연은 넉넉한 밥상을 베풀어줬다. 원주민들은 배가 고프면 나무열매를 따거나 고구마 같은 작물을 캐 먹었다. 물고기는 바다에 나가면 쉽게 잡았다.

전체 인구 20만8800명(올해 7월 기준) 중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7% 정도. ‘실업(失業)’이라는 개념도 없다. 모두가 이웃처럼 잘 아는 까닭에 범죄도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 이민자들은 적응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재미가 없다’는 고민에 빠진다는 것. 윤 씨는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야 바누아투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30명가량의 한국 교민이 거주한다.

‘바누아투의 영국 친구들’ 단체의 회장인 노먼 샤클리 씨는 “바누아투에는 ‘반기는 척’ 하는 사람들이 없다. 어디를 가나 진심으로 반겨준다”고 전했다.

샤클리 씨와 10세 된 아들은 항공사 파업으로 바누아투에서 3주간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오갈 데 없는 부자를 머물게 해 준 사람은 생면부지의 원주민이었다.

“원주민 청년에게 ‘생계는 어떻게 꾸려 가나요’라고 물었더니 낚싯대를 가리키면서 ‘이거요’ 그러더군요. 알고 보니 그는 영국 유학 경험도 있었지만 소득보다 단순한 삶에 만족하고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았어요.”

▽삶의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한국 26위)=종합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노르웨이는 올해까지 포함해 6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인간개발지수는 평균수명, 교육수준, 부(富), 남녀평등 등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종합 평가한다. 노르웨이는 평균수명 79.6세, 초중등학교 등록률 100%, 장기실업률 0.4% 등을 기록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페어플레이의 나라

▽부패 없는 핀란드(한국 42위)=2001년부터 2004년까지 1등. 2005년 2등으로 물러섰다가 올해 다시 1등에 복귀. 핀란드가 받아든 ‘청렴 성적표’다. 도대체 얼마나 깨끗하기에….

핀란드에는 ‘공무원에게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를 주는 건 괜찮다. 그 반대는 위험하다’는 격언이 있다. ‘따뜻한’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무것도 주지 말라는 얘기다. 핀란드에선 공직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도 뇌물로 여긴다.

몇 년 전 국회의원의 뇌물수수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놓고 크게 논란이 일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굳이 법을 만드느냐는 반발이 일었던 것. 법안은 통과했지만 저촉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알려진 것만큼 실생활이 깨끗할까. 27년째 헬싱키에 살고 있는 교민 황대진(64) 씨는 “100%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황 씨는 그 비결로 현금 거래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부분의 거래를 신용카드로 한다. 노천 시장의 상인들도 신용카드를 받는다. 황 씨는 “현금을 내밀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전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계급 차별이 없고, 모든 일이 담당 직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도 핵심 요인이다. 윗사람이라고 해서 아랫사람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다는 것. ‘민원’이나 ‘압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역사적으로 핀란드가 오늘처럼 청렴한 국가는 아니었다. 외교부는 “현재 수준이 될 때까지 20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1809년에 설립된 감사원, 1920년에 설치된 의회 옴부즈맨 등 독립 기구들이 부패 척결에 앞장서 왔다.

▽언론이 자유로운 핀란드(한국 31위)=핀란드는 언론 자유 역시 세계에서 으뜸인 나라로 꼽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9월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대통령의 상반된 언론관은 화제가 됐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설명하며 “언론이 국가의 많은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할로넨 대통령은 “핀란드에 부패가 없는 이유는 언론의 활발한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할로넨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가 늘 편안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것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핀란드를 올해 언론 자유도 1위에 올린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언론에 대한 검열이나 위협, 물리적 보복이 이 나라에선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핀란드 외교부는 “공공기관의 사소한 권력 남용도 핀란드에선 보도가 되며, 보도가 되고 나면 즉시 대중의 불신임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공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은 언론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인구 520만 명인 핀란드에서 발행되는 신문 부수는 320만 부에 이른다. 국민의 80%가 신문을 본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경쟁력 있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싱가포르(한국 23위)=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필요한 단계를 거치는 시간이 6일인 나라가 있는 반면 22일 걸리는 나라도 있다. 기업가라면 어디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할까.

전자는 싱가포르, 후자는 한국이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가 조사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평가의 결과다.

한국은 올해 싱가포르의 저력에 밀려 눈물을 삼킨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가 독일 회사와의 합작 공장을 싱가포르에 짓기로 결정한 것. 삼성전자는 애초에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싱가포르의 유리한 투자 환경에 이끌려 방향을 틀었다.

IFC는 “싱가포르는 철저히 비즈니스 친화적인 경제”라고 평가했다. 우선 일처리 속도가 신속하고 간결하다. 필요한 물품의 수입 통관에 3일이면 충분하다. 아시아 지역 평균은 3주다. 싱가포르에선 면허 취득에서부터 세금을 내는 것까지 많은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치, 사회적 안정도 비결로 꼽힌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싱가포르에서 기업을 하기 좋은 이유로 “정책이 바뀌지 않고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리 이하 전 공무원이 ‘국가 세일즈맨’으로 나선 것이 싱가포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됐다. 전 총리인 리콴유(李光耀) 고문장관이 ‘싱가포르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한 말에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생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브랜드는 편안한 생활과 행복한 가정, 일하고 투자하기 좋은 국가입니다.”

▽국가 경쟁력 1위 스위스(한국 24위)=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스위스는 올해 처음 1위에 올랐다. WEF는 “스위스는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좋은 연구기관이 많으며 기술 혁신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스위스가 강대국이 된 이유는 한두 가지로 꼽기 힘들다. 개인과 기업의 준법정신이 남다르고,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고 있으며, 정교한 기업문화와 유연한 노동시장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술 혁신’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연구기관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기술은 곧바로 기업 현장에 접목된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은 경작 가능한 땅이 국토의 25%에 불과한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

스위스는 노벨 물리학상 9명, 노벨 화학상 6명, 노벨 의학상 8명을 배출했다. 인구 수 비율로 볼 때 노벨상 수상자 수에서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스위스가 얼마나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동아일보 & donga.com

"[와인&토크]메인 요리와 마실 때는 와인잔 3분의 1 채우자"


[동아일보]

11월 초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K로펌의 김선호(38) 변호사는 고민거리가 생겼다. 귀국 인사 겸 송년회를 집에서 열기로 했는데 친구들이 ‘와인 파티’를 하자고 주장했기 때문. 1, 2, 3차 늘어지는 술자리로 곤드레만드레 취할 걱정은 안 해도 돼 내심 반가웠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먹고 와인 파티를 열거나, 밖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자리를 옮겨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처럼 와인 초보자에게는 골치 아픈 숙제가 될 수 있다.

와인 파티를 제대로 하려면 알아야 할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우선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실지, 아닐지를 고려해야 한다.

안주와 함께 와인을 마실 때는 한 잔을 갖고 오래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750mL 한 병에 10잔을 계산해 와인을 준비하면 적당하다. 대개 레드 와인이 무난하다.

식사 전 또는 전채 요리와 함께 와인을 마신다면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준비한다. 이때는 병당 8∼10잔 정도면 된다. 잔의 4분의 1만 따르면 된다. 식후에 먹는 디저트 와인도 마찬가지다.

양이 많은 메인 요리와 함께 먹는 와인이라면 병당 6잔으로 계산하고 잔의 3분의 1 정도를 채운다.

최근 빈티지(생산연도)의 저렴한 레드 와인을 구입했다면 한두 시간 전에 디켄터에 따라 놓자. 타닌의 떫은 맛을 부드럽게 해 준다.

또 디켄터 속에 든 와인 자체가 식탁의 훌륭한 인테리어 역할을 한다.

코르크 마개를 잘 따지 못하는 초보자는 돌려 따는 스크류 마개 와인을 준비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또 와인 서버를 이용하면 실수하지 않고 와인을 따를 수 있다.

와인용품을 활용하면 남다른 식탁을 꾸밀 수 있다.

코르크 마개의 튀어나온 아랫부분을 문구용 칼로 평평하게 만들어 젓가락과 수저의 받침대로 사용한다. 또 코르크 마개에 칼집을 내 손님들의 이름꽂이로 쓴다.

레드 와인 빈병의 라벨을 벗겨내고 깨끗이 씻은 뒤 파티용 물병으로 내놓는다. 병의 목에 빨간 리본을 살짝 묶으면 센스가 돋보일 것이다.

▽잠깐!=와인 파티가 끝난 뒤 남은 와인은 처치 곤란이다. 이럴 땐 냉동실 얼음 박스에 와인을 얼려 둔다. 나중에 고기를 잴 때 등 요리에 사용하면 유용하다. 얼굴의 화장을 지울 때 클렌징을 하고 스펀지에 레드 와인을 묻혀 닦아도 좋다. 레드 와인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이 나올 정도로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취미 & 상식 > 토막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곤충이란 ?  (0) 2007.01.22
남 과 여  (0) 2007.01.03
연말연시에 필요한 시테크 전략  (0) 2006.12.28
천재들의 습성 7가지  (0) 2006.12.27
2007년, 새해부터 달라지는 것들… 알아두면 편해요  (0) 2006.12.27

과외 없는 '나홀로 공부' 모델 보였다

 


[중앙일보 김상진] 서울 목동 월촌중학교 2학년 때 귀농하는 아버지를 따라 산골마을로 간 여학생이 이번 수능시험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아 화제다.

경남 합천여고 3년 전지연(18.사진)양은 이번 수능 시험에서 표준점수 545점(원점수 492점),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8개 과목의 백분위도 99~100이다. 이 점수는 경남도 내에서 수석권에 해당한다. 전양은 이미 서울대 경영대와 연세대 경영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다.



 
 
 
 
 
 
 
 
 
 
 
 
 
 
 
 
 
 
 
전양은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에 상무로 재직하다 귀농을 결심한 아버지 전영동(49)씨를 따라 2003년 2월 합천여중으로 전학했다. 외고 등 특목고에 많이 입학시켜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월촌중학교를 떠나 시골로 간 것이다. 전양이 사는 합천군 율곡면 기리 마을은 합천읍에서 서쪽으로 20여㎞ 떨어진 곳으로 불과 사흘 전에 인터넷 전용선이 개통될 정도로 오지다.

◆ 어떻게 공부했나=전양은 학원 한 곳 없는 이곳에서 혼자 공부했다. 합천여고는 3학년 전체 5개 반 가운데 진학반은 2개 반(48명)이며 3개 반은 실업계(31명)인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전양은 시간 관리를 분 단위로 엄격하게 했다. 타임워치를 사용해 가며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철저하게 기록했다. 잠은 하루 6~7시간 충분히 잤으며 방학 땐 하루 11시간씩 공부했다. 영어의 경우 교과서 본문을 몽땅 외웠고, 독해 중심으로 공부했다.

전양의 TOEFL(CBT) 점수는 277점(300점 만점), 서울대에서 주관하는 TEPS는 928점(990점 만점)을 받았다. 수학은 혼자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물었다. 참고서를 여러 권 사용하지 않고 교과서와 참고서 한두 권을 갖고 반복적으로 공부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절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휴식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주로 고전을 많이 봤다. 전양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영어 지문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문제 푸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양은 또 EBS방송을 많이 활용했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친 뒤 밤 11시쯤 집으로 와 방송을 보면서 공부했다. 위성 인터넷을 통한 EBS방송은 자주 끊겨 애를 먹었다.

암기과목은 '마인드맵(mind map.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듯 이해하며 정리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전양은 "마인드 맵을 이용하면 그냥 외우는 것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 기억이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 휴일엔 농사일도 도와=아버지 전씨는 "딸이 어릴 때부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들였기에 어디 가든지 공부를 잘할 줄 믿었다. 특별히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올려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연이는 평일엔 공부를 하고 일요일이나 휴일에는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고 했다. 담임인 이순봉(44) 교사도 "지연이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노트 필기를 충실히 하는 등 학교 수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합천=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김상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daedan/

[내 손안에 정보 조인스 모바일 2442+ NATE/magicⓝ/ez-i]

이 글은 워렌 버핏과 함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손꼽히는 피터 린치(Peter Lynch)의 베스트셀러, one up on Wall Street"에 밝혀진 피터 린치식 투자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 글입니다.

피터 린치(Peter Lynch)

피터 린치피터 린치는 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최대 뮤츄얼 펀드인 피델리티 마젤란(Fidelity Magellan)펀드의 디렉터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25세에 마젤란에 입사, 33세에 디렉터의 자리에 올라 섰으며 경이적인 수익율로 월스트릿의 전설적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열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학비를 벌기 위해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합니다. 이후 캐디 장학금으로 보스턴 대학에 진학합니다. 학부과정 중에는 경제학이나 수학과 전혀 관계없는 인문학, 정치,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대기업 임원들의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고 들은 '주식'에 매료되어서 보스턴 대학 재학 당시 타이거 항공 주식을 구입합니다. 이 주식은 몇 년 뒤 약 5배가 뛰면서 꽤 큰 돈이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펜실바니아 대학의 와튼스쿨(비즈니스스쿨)에 진학합니다. 와튼 재학 중에 아르바이트로 마젤란 펀드에서 일을 하고 졸업 후 마젤란에 입사합니다.

와튼 재학 중 아르바이트 할 때의 경험에 의하면, 그는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주식 시장과 관련된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실제 현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데에 허탈감을 느꼈다 합니다. 심지어 MBA를 비롯한 경영학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더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얘기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운 내용들을 다시 '잊어버려 줘야' 하는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접한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효율적시장가설", "포트폴리오 이론" 등과 전혀 달랐습니다.

입사 이후 피터 린치는 소규모 펀드에 불과했던 마젤란 펀드를 미국 최대 펀드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이후 펀드 매니져로 최고의 명성을 얻은 그는 자신의 투자 방식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서 쓴 one up on Wall Street"을 내놓습니다. 이 책은 수백만 부 이상이 팔리며 전세계적인 대표적 투자 지침서가 됩니다. one up on Wall Street"은 주식이나 비즈니스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진 책이고,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 최고의 입문서가 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주장한 핵심 메시지는 펀드매니져를 비롯한 프로페셔널보다 개인 투자자가 훨씬 더 탁월한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프로페셔널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거꾸로 들어라고 충고합니다. 왜 그런지, 그의 투자 방법을 자세히 살펴 보면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주식의 6가지 종류

피터 린치는 워렌 버핏처럼 좋은 회사를 일찍 발굴해서 시장이 제대로 평가할 때까지 장기보유하는 방식의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이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회사를 거의 통째로 구입해버리는 방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많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했습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비체계적 위험을 낮춘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정말 좋은 기업을 헐값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피터 린치가 갖고 있지 않은 주식도 있느냐.'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많은 회사를 구입했습니다. 그는 주식을 크게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으며, 어떤 주식이 특정 카테고리에 계속 속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변함에 따라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얘기합니다. 피터 린치가 말하는 주식의 종류를 봅시다.

1. 저성장주(Slow Grower)

여기에 속하는 회사들은 보통 오래되고 자산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GDP 성장율보다 약간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회사입니다. 저성장주 회사는 배당성향이 높고 정기적으로 배당을 합니다. 이들은 회사 설립 초중기에 고성장주에 속해 있다가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성장율이 둔화된 회사입니다.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반면 일정한 현금 수입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배당의 형태로 되돌려 줍니다. 미국의 경우 전력회사가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 나라의 유틸리티 회사(전기, 가스)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2. 우량주(Stalwart)

연 10-12% 정도의 성장을 하는 회사입니다. 저성장주처럼 자산이 많은 회사이지만 GDP 성장율보다는 훨씬 높은 성장율을 보이는 회사로, 매수 시점에 따라서는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투자수익은 물가상승율이나 다른 투자기회(채권, MMF)와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우량주에 투자해서 10년만에 원금의 2배, 투자수익율 100%를 달성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복리의마술을 생각해보면 연평균 7%의 성장율을 꾸준히 이어간 것에 불과합니다. 주식이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연평균 7%를 보장하고 원금도 100% 안전한 다른 투자기회도 많이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우량주의 경우 30-50% 정도의 수익율을 목표로 하며, 이것이 달성되면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구입하는 것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우량주는 경기방어주가 많기 때문에 불경기에 좋은 안전판이 되므로 일정 비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워렌 버핏이 구입한 코카콜라 같은 회사가 여기에 속합니다만, 버핏의 경우처럼, 우량주 역시 어떤 이유로 값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때 들어가면 이후 굉장한 수익율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3. 고성장주(Fast Grower)

고성장주피터 린치가 가장 좋아하는 회사입니다. 회사는 작지만 높은 성장율을 갖고 있는 공격적인 회사로 연 20-25%의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피터 린치가 개인투자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한 이유가 이런 회사를 개인 투자자가 더 빨리 찾아내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모델이 탄탄하고 매출과 이익이 급속히 성장하는 이들 고성장 회사는 상당한 규모가 되고 나서야 기관의 눈에 듭니다.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 자신이 구입한 제품, 집 주변의 매장 개점 등으로부터 고성장주가 될 수 있는 회사를 빨리 알아 챌 수 있고 회사 내용만 괜챦다면 즉시 구입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의 경우는 이른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소 세네 명 이상의 펀드 매니져의 의견을 취합해서 이들 모두가 '괜챦은 회사다.'라고 평가해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 봐도 무난한 회사만 선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성장성이 높아도 이름이 별로이거나 업종이 사양산업이면 투자되기 힘듭니다. 게다가 기관의 경우는 시가총액이라든지 자산규모 등에 관해서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의 회사에만 투자한다는 내규가 있습니다. 또한 일정 비율을 이른바 '블루칩'에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성 높은 회사를 조기에 구입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기관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시가총액에 이른 뒤에는 이미 성장기업으로서의 매력은 크게 없습니다.

고성장주는 고수익의 기회만큼 위험도 큽니다. 위험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회사가 작은 경우 몇 년 못 버티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경우에도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는 순간 갑자기 시장이 싸늘하게 평가합니다.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고성장주 중 세월의 시험을 이겨낸 것은 우량주 내지 저성장주가 됩니다. 역으로 저성장주나 우량주가 고성장주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작게는 수백 퍼센트, 많게는 천 퍼센트 이상의 경이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후보인 고성장 기업의 발굴과 보유는 개인 투자자 쪽이 기관투자가보다 더 유리합니다.

4. 경기순환주(Cyclical; 경기민감주)

거의 예측가능한 형태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회사입니다. 자동차, 항공, 철강, 화학 관련 회사가 여기에 속합니다. 경기순환주는 매입 시점을 잘못 잡는 경우 원금의 반 이상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회사들은 널리 알려져 우리 귀에 익숙한 회사들이 많아서, '안전하면서도 약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인 것처럼 오해되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즉, 경기순환주와 우량주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량주는 수 년,수십 년 이상 거의 적자없이 높지는 않지만 일정한 성장율을 계속 기록해 온 반면, 경기순환주는 거시경제 순환에 따라 적자와 큰 폭의 흑자 사이를 왔다갔다합니다.

5. 턴어라운드주(Turnaround)

성장도 거의 없으며, 움츠린 경기순환주도 아닌, 경제상황 전반이나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등락이 나타날 수 있는 회사입니다. 부도 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벗어난 회사나 법정관리를 졸업한 경우와 같이 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할 수 있다면 놀라운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내용을 모르면서 소문만 듣고 들어갔다가는 원금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6. 자산주(The Asset Plays)

주식시장자산주는 토지나 건물, 또는 석유, 금속같은 원자재, 쉽게 이탈하기 힘든 정규 구독자(독점적 지역신문, 케이블티비) 등 높은 가치를 갖는 자산을 보유한 회사인데 시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거나 저평가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입니다. 그 많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가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자산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주식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이런 주식은 상당수 존재합니다. 영업 성적이 그다지 주목할 만하지 않다거나 산업이 사양산업이어서 관심권에 들지 못했을 뿐, 자산의 일부만으로도 거의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회사가 드물지 않습니다.

자산주는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가 더 잘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라든지, 관계사 또는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있는 회사인 경우 숨겨진 자산에 대한 힌트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자산주의 경우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 위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의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면 손실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상 여섯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하며 이들은 각자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에 대한 태도나 자신이 가진 특별한 지식과 경험에 따라 이들 여섯 가지 중 한두 가지에 특화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성장주가 저성장주가 될 수도 있고, 턴어라운드주가 재기에 성공한 뒤 우량주가 되는 등, 한 곳에 계속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생기므로 그에 맞게 평가를 해야 합니다.

주식이 위와 같이 구분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주가가 구입한 가격에서 몇 퍼센트 떨어지면 손절매를 한다.'라든지, '최소 반 년은 기다려라.' 같은 말이 무의미합니다. 기업의 종류를 무시하고 오직 수급의 관점에서만 분석하며 판단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이른바 주식의 프로페셔널이 미디어에 싣고 있는 투자 정보를 유심히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x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강력한 지지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마저 힘없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힘없이 무너지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오르면 한 없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서 장미빛 전망을 쏟아 내다가 불과 며칠 뒤에 최악의 비관론자가 되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입니다. 하루살이처럼 매일의 주가 움직임을 기를 쓰고 설명하려 듭니다.

주식 관련 정보 중 절대로 지침으로 삼아서는 안되는 정보 중 일순위가 바로 주식 가격의 움직임입니다. 비즈니스에 집중해야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은 가장 빠져들기 쉬우면서 제일 위험한 함정입니다. 주식시장 전체의 가격 움직임은 물론이고 개별 주식의 가격 움직임을 예측해서 타이밍을 맞춰 사고 팔겠다는 것은, 특히나 투자하는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최소한 지난 몇 년간 순이익이 얼마나 났는지도 점검하지 않고 소중한 재산을 거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합니다.

좋은 주식의 특징

이상 여섯 가지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구입하고자 하는 회사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면 내가 그 회사를 구입할 때 어떤 점들을 노리고 있는지, 어느 정도 보유를 생각하는지, 어떤 싸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찾는 회사는 정말로 훌륭한 회사로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비롯한 시장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는 몇 년 내에 제대로 평가되는 시점이 오고 바로 그 때 큰 수익을 안겨 줍니다. 그러므로 '완벽한 주식' 또는 '좋은 주식'이란, 기관과 외국인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이미 기록하고 있거나 앞으로 기록할 회사의 주식을 가리키며, 이런 기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1. 이름이 하챦게 들린다. 우습게 들린다면 더욱 완벽하다

완벽한 회사일수록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일수록 완벽하게 한심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단순한 비즈니스란, '이런 사업은 바보가 운영해도 성공하겠다.'는 비즈니스를 뜻합니다. 그런 사업은 실제 몇 년 안 가서 많은 '바보들'이 운영하며 큰 돈을 벌어들입니다. 특히 "xx환경", "xx실업"과 같이, 무슨 60-70년대 회사냐 싶을 정도로 '한심한' 회사 이름을 갖고 있는 회사일수록 '완벽한 주식'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나 기관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입니다. 뒤에 나오는 얘기지만, 이름에서 최첨단의 분위기가 풍기는 회사는 일단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xx 바이오", "oo 뉴로테크널러지", "00 젠테크", .. 이런 회사들은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합니다.

한심한 이름을 갖고 있는 회사는 일차적으로 기관과 외인의 관심권에 들 가능성이 훨씬 낮아지고 또 이름 따위가 어떻든 그 비즈니스가 튼실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 즉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완벽한 주식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2. 지루해 보이는 일을 한다

이름이 한심하면서 사업 내용 또한 평범하거나 지루해 보이는 비즈니스면 더욱 좋습니다.
누가 들어도 지루하고 비전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비즈니스면 일단 완벽한 주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가 경제지에 실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중앙실업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실업은 1980년에 설립되어 폐기물 처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죠.

"KY 바이오텍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oo대 실험실 벤쳐로 출발, 유전자 스플라이싱 및 클로닝에 특화한 회사로 현재 진행 중인 x5102 프로젝트가 미국 FDA에 어쩌고 저쩌고.....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그럴 듯한 블라블라.....유망하다."

일단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잘 모르는 이야기에는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안마당에서 엄청난 기회가 왔다가 지나가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내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쓰는 것으로 봐서 굉장한 것이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쉽게 이해되는 비즈니스보다 자신이 모르는 용어가 많이 나오는 '첨단의' 회사를 좋게 생각하려 합니다. 경제신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설명된 회사는 일단 대단한 일을 하는 회사로 착각합니다. 그런 회사는 피해야 합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사업을 하는 회사를 구입하는 것은 카드를 보지 않고 카드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 별로 유쾌하지 못한 업종에 속해 있다

2번과 같은 맥락입니다. 쓰레기 재처리 기업이라든지, 장례식 관련 사업, 오물 수거 기업, 세차나 청소 관련 회사 등, 누가 들어도 인상을 찌뿌릴 만한 회사야 말로 완벽한 후보가 됩니다. 이런 회사들은 기관의 관심을 받기 힘들고 또한 경쟁 회사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분명히 지난 몇 년간의 실적이 강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데도 업종이 꺼림직한 경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그런 회사의 주식이 몇 년 내에 분출하듯 상승합니다.

4.. 스핀오프(Spinoff)된 회사다

스핀오프는 규모가 큰 기업 내의 사업부가 워낙 탁월한 성적을 내고 있을 때 이를 따로 독립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립시키면서 기존 기업의 대주주가 지분의 대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핀오프는 그 회사가 밖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특히 모회사가 지분의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면 정말 알짜기업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5.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르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없다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면서(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업종이나 이름이 별로여서 주목받지 못한 회사) 기관투자가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가 있다면 이것은 잠재적 대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경제지나 증권관련 싸이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회사가 있다면 대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때 굉장히 인기가 있다가 애널리스트의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회사 역시 완벽한 후보가 됩니다. 문제는 실적입니다. 실적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기 전에 구입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6. 사양 산업에 속해 있다

"사양산업에 속해있다는 점이 디스카운트 요인이다."라는 말이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나올 정도로 사양산업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투자를 꺼려야 하는 요인처럼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양산업에 속해 있는 회사, 특히 그 업계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회사는 두 가지 큰 강점을 갖습니다. 먼저, 다른 회사들이 그 업계를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내에 사실상 독점적인 상태가 되거나 허약한 경쟁자만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신규 진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독점적 상태를 더욱 유지 강화해 갈 수 있습니다.

반면 각광받는 산업을 생각해 봅시다. 각광받는 산업일수록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가 더욱 많아지며 똑똑하다는 사람은 다 몰려듭니다. 아무리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라도 순식간에 자본력과 기술력 기타 다양한 능력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신규진입자 및 기존 경쟁자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업종 자체는 거대한 성장성이 있는 좋은 업종인데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죽을 쑤는 상황이 얼마 안 가서 도래합니다. '다들 괜챦다고 하는' 업계에 있는데 활동하는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에 치어 별로 큰 이윤을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사양산업일수록 더욱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상 독점인 회사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그 독점은 앞으로도 거의 깨지기 힘듭니다. 아무도 성장성 없는 산업에 신규로 진출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장례 물품을 제공해야 하며, 책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7. 틈새시장이 있다

틈새시장은 진입장벽 없이는 유지되기 힘듭니다. 대기업이나 그 업계의 주도적 플레이어가 그 시장마저 잠식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장벽이 있지 않고서는 틈새시장 플레이어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서 대기업이 진출하기 힘들다든지, 지역적으로 강고한 지배력을 누리고 있다든지, 브랜드 네임의 영향력이 지대한 시장이어서 아무리 품질이 좋은 제품을 갖고 있어도 신규진입자가 오래 동안 큰 손실을 치뤄야만 한다든지 등, 여러 형태의 틈새시장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독점기업과 마찬가지의 이윤을 즐길 수 있습니다.

8. 계속 구입해야만 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만성질환의 치료제(또는 '현상유지제'), 소모품이어서 곧 다시 구입해야만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좋습니다. 훌륭한 제품을 훌륭한 진입장벽을 갖고 팔더라도 한 번 구입하면 수 년, 수십 년 동안 다시 구입할 가능성이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기업은 별로입니다.

9. 내부자가 주식을 구입하고 있다

대주주가 계속 구입하는 회사는 유망합니다. 자사주매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회사가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는 내부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나 이사진들은 그 기업의 현재 상황 및 향후 몇 년간의 상태에 대해 거의 확실한 정보 또는 '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사주를 구입하고 있다면 그 회사는 비전이 있습니다.

10. 자사주매입을 하는 회사

시장이 지나치게 고평가가 되었을 때 경영진이 스탁옵션을 처분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떤 회사가 자사주매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신호입니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라면 기업이 두 배의 이익을 얻는 것이고, 시장에서 적절히 평가되고 있다 하더라도 자사주매입은 그만큼 유통주식수를 줄이기 때문에 주당순이익을 크게 늘립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회사가 현재 자신의 업계에서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이 없을 때 늘어나는 현금을 잘 알지도 못하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경우가 너무도 흔합니다. 피터 린치는 그런 것을 'diworseific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다각화(diversification)를 피터 린치식으로 명명한 것입니다. 쌓인 현금을 자기 분야와 상관없는 곳에 마구 사용하며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 몇 년 내에 자회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모회사의 주가를 갉아 먹습니다. 이런 사례는 워낙 흔해서 이런 오류를 저지르지 않은 회사를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현금이 쌓여가고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 한다면 부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합니다. 배당을 하든 자사주매입을 하든 환원해야 합니다. 배당은 이중으로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기업은 법인세를 내고 주주도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므로) 자사주매입이 보다 바람직합니다. 처분하기 힘든 이익잉여금이 쌓여 간다면 유통주식수를 계속 줄여 나가야 합니다.

나쁜 주식의 특징

피터 린치는 꼭 피해야 할 주식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위의 좋은 주식이 갖는 특징을 뒤집으면 나쁜 주식의 특징이 됩니다. 보시죠.

1. 가장 관심이 집중된 산업의 가장 화제가 된 회사

이런 회사들은 거의 100%, 투기적 가격이 형성됩니다.
경제지에서 '바이오 벤쳐'가 유망하다는 소식이 실리며 다들 바이오 노래를 부르면, 바이오 주식의 대표주가 뭐지, 'AA라는 회사가 바이오 벤쳐 중 제일 유망하다던데'같은 이야기가 들리고 다들 AA 주식을 사려고 몰려듭니다.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지난 몇 년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어떤지, 매출이 늘고 있는지 전혀 확인해 보지 않은 채, '21세기는 바이오다. 바이오벤쳐는 당연히 AA지.'라는 소리만 듣고 뛰어듭니다. PER가 30-40 심지어 50-100에 이르는 주가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회사 내용과 상관없이 투기판이 벌어집니다. 그러다가 그 회사가 몇 번의 분기를 적자로 채워 나가면 서서히(내지는 순식간에) 주가가 빠지며, 그 주가는 오로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해서만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닥을 모르고 추락합니다.(회사의 내용이 괜챦다면 사실은 바로 그 때 구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원금까지 완전히 잃고 싶다면 이런 주식에 '벳팅'을 해도 됩니다. 혹시나 대박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

2. "차세대 IBM", "제 2의 삼성전자",...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3. Diworseification

늘어나는 현금을 잘 모르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써버리는 회사는 실패의 첫 발을 딪는 것입니다. 이익잉여금을 그런 회사 구입에 지출한다는 공시가 뜨면 일단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비관련다각화가 리스크를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터 린치씨는 비관련다각화에 부정적입니다. 비관련다각화가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녹녹한 업계는 거의 없습니다. 그 업계에 집중하며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밤낮으로 자기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의 일처럼 진출하는 신규 사업이 성공하겠습니까? 성공한다면 그게 예외입니다. 너무나 많은 실패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다각화를 하려면 자신의 강점이 살아있는 곳, 자신의 사업영역과 강한 관계를 갖는 곳으로 해야 합니다. 아니면 부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합니다. 조선사업을 하는 회사가 라면 공장을 산다는 것은 전혀 합리적인 자본 할당이 아닙니다.

4. 속삭이는 주식

누군가 다가와서, "이거, 사실 A회사 이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야........"
피하세요.

이상하게도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일수록 더 믿으려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단일 고객에 매출의 대부분이 좌우되는 회사

우리 나라의 경우 대기업 계열사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모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회사의 존폐마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이름이 멋진 회사

이름이 멋지다는 것은(특히 성장산업에 속해있으면서 이름이 멋지다면) 그 기업이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일찍부터 애널리스트의 관심의 표적이 되어 주가가 높게 형성되거나 내용이 없는 회사가 오직 껍데기로 관심을 모아보려는 시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닷컴 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회사 이름에 닷컴을 갖다 붙이는 것도 유행했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불과 2-3년도 못되어서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비즈니스의 내용으로 승부하지 않고 겉모양을 그럴 듯하게 꾸며서 투자자를 현혹하려는 회사를 주의해야 합니다. 피터 린치 씨는 "제록스(Xerox)"가 "데이빗 건열 복사"라는 이름이었다면 큰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이름에 "x"가 들어간다거나, "나노", 기타 세련된 회사 이름을 갖고 있으면 내용이 있는 회사든 그렇지 않든 투자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관의 레이더 망에 잡혀있지 않은 강한 성장성을 가진 회사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 개 중 다섯 개만 성공하면 된다

one피터 린치는 버핏과 달리 굉장히 다양한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좋은 회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가 지속적인 수익율(중,단기적인 수익율)을 추구해야만 하는 펀드매니져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follow'했던 주식은 50여 개 안팎을 넘지 않았습니다.

피터 린치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의 경우라면 3-10개 정도의 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얘기합니다. 대여섯 개의 회사 정도를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 다섯 개를 선택하기까지 상당한 숙제를 해야 하고 선택하고 나서도 내가 위험하게 생각하는 어떤 신호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떨어지는지를 보는 게 아닙니다. "diworseification"처럼 회사의 펀더멘틀에 영향을 줄 만한 일을 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피터 린치는 자기가 어떤 분야에 특화된 지식이나 경험이 있고 분명한 분석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가급적 많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다음의 산수를 한 번 보세요.

똑같이 다섯 회사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한 포트폴리오는 (500%, 0%, 0%, 0%, 0%)의 수익율을 기록했고, 또 다른 포트폴리오는 (20%, 20%, 20%, 20%, 20%)의 수익율을 기록했다고 합시다. 주식투자에서 20%의 수익율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고작 20%?'라고 할 지 모르지만 시장 수익율을 달성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매년 뮤추얼펀드, 수익증권펀드 수익율 발표를 보면 최고의 펀드 매니져들에 의해 운용된 펀드의 수익율이 거의 대부분 그 해 종합주가지수 상승율보다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두 포트폴리오의 평균수익율을 계산해 보면, 첫 번째의 경우 500/5 = 100%이고 두 번째의 경우 100/5 = 20%입니다. 전자의 경우 원금의 두 배가 된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문자 그대로 20%의 수익율입니다.

그런데 주식의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어떤 투자처에서도 찾을 수 없는 5배, 10배 이상의 수익율을 안겨주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은 최소 2-3년의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1년 내외에 몇 배 이상의 수익율을 얘기하는 것은 거의 사기이거나 엄청난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그런 이야기에는 조금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피터 린치 씨에 따르면 최소 3-4년 이상을 기준으로 보면, 무난해 보이는 회사인데도 500% 이상의 수익율이 나는 경우를 상당수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주식의 매력이고 굳이 채권이나 MMF를 놔두고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매년 10% 내외의 수익율과 원금도 100% 보장되는 투자기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년 10%는 불과 7년 여만에 원금의 두 배가 되는 훌륭한 투자 기회입니다. 이렇게 안정적이고 참으로 만족스러운 투자처를 놔두고 굳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위와 같은 5배, 10배 이상의 수익율의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위의 포트폴리오를 봅시다. 다섯 개의 투자한 주식이 모두 20% 내외의 고른 수익율을 기록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섯 개의 주식 중 네 개가 거의 0% 안팎을 기록하면서 한 개 정도가 크게 성공하는 경우는 전자보다 더 가능성이 클 수 있습니다. 피터 린치가 가급적 많은 주식을 보유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는 버핏처럼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투자를 했음에도, 한두 개의 대박이 큰 폭의 평균수익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10 Baggers"(10루타)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퍼뜨린 사람입니다. 이것은 원금의 10배, 즉 1000%의 수익율을 안겨주는 주식을 얘기합니다.

1000%는 누가 봐도 투기나 도박과 관련 된 숫자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기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위 숫자는 전혀 도박이 아닐 수 있습니다. 5년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1000%는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주가 움직임이 둔할 것으로 생각되는 우리 나라의 이른바 우량 기업 중에도 이런 회사가 상당수 있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단락 되어서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던 1998년이나 1999년부터만 조사해 보아도 500% 이상 상승한 '우량주'가 많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주식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주식투자의 성패가 걸려있습니다. 이런 주식을 장기보유하려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원금도 거의 확실히 보장되면서 年 10% 내외의 수익율을 기록하는 투자처를 놔두고 주식투자를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의 예를 보면, 투자한 주식 중 단 한 개만 500%가 되어도 수익율은 원금의 두배에 이르는 100%가 되어서, 평균 투자수익율 20%라는 훌륭한 결과의 다섯 배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며, 이런 회사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찾아내어 3년 이상 장기보유하는 것이 피터 린치의 투자방식입니다.

중요한 투자 지표들

그러면 피터 린치가 어떤 식으로 재무제표를 읽고 어떤 숫자를 중요시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one up on Wall Street"은 주식을 거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씌였으므로 아주 간단한 내용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만 중요한 부분은 놓치지 않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PER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PER(주가수익비율)

PER는 현재 주가를 전년도(전 회계연도)의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입니다. 예컨데, 현재 주가가 5만원인데, 전년도 주당순이익이 5천원이면 PER는 50000/5000 = 10입니다. 그렇다면 PER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PER는 회수기간법과 유사한 의미를 갖습니다. 주당순이익이 5천원인데 주가가 5만원이라면 이 주식을 구입한 투자자는 이 회사가 앞으로 10년동안 현재 수준의 주당순이익 5000원을 계속 기록하면 본전이 됩니다. 만약 같은 회사가 PER가 5라면, 주당순이익 5000원을 5년만 이어가면 본전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회사는 PER가 높게 형성되고 어떤 회사는 PER가 낮게 형성될까요? PER가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의 이익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성장성이 높아서 '본전'에 도달하는 기간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고(또, 그 이후에도 더욱 큰 폭으로 이익이 계속 늘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높은 PER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PER가 높은 주식을 구입한다는 것이 보상되려면, 투자자가 그만큼 회수기간을 길게 잡고 있거나 아니면 이익 증가율이 매우 커서 PER가 낮은 다른 주식과 동일한 기간내에 보상되어야 합니다. PER가 업계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은 주식은 과연 그 회사가 그 정도의 PER를 보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 본 다음에 구입해야 합니다. 예컨데, 닷컴 붐이 일고 있을 때 PER가 50, 100 이상 되는 주가가 형성되는 것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주당순이익이 1000원인데, 주가가 5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PER가 50이면 그 회사는 최소한 지금 수준의 순이익을 앞으로 50년 동안 이어나가야 투자 원금이 회수되는 형태입니다. 세워진지 1-2년도 되지 않은, 더구나 수익모델조차 불확실한(실제 전혀 'earnings'를 기록하지 못한 회사들도 수두룩했습니다. PER가 거의 무한대였습니다. P/E에서 E가 0에 가까왔으니까요.) 회사들이 현재 수준의 이익을 앞으로 50년에서 100년 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정도의 주가가 형성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식도 가격이 계속 오르며 거래가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산 그 주식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줄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전혀 살펴보지 않은 채, 폭탄돌리기를 한 것입니다. 그것은 투자가 아닙니다. 도박입니다.

피터 린치씨는 PER를 성장율과 비교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PER가 10이고, 평균 순이익 성장율이 10%라면 적절히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PER가 10이지만 성장율이 20%라면 현저하게 저평가 된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PER가 10인데 성장율이 5%라면 고평가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식으로 써보면 이렇게 됩니다.

평균 EPS 성장율/ PER = ?

조금 더 정밀하게 하려면 배당수익율도 감안합니다.

(평균 EPS 성장율 + 시가배당율)/ PER = ?

위 값을 GYP ratio(Growth & Yield : Price)라고 합니다. GYP 비율이 1.5 이상이면 일단 괜챦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이상이면 아주 좋은 주식입니다. 1이하라면 좋지 않습니다.

배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 나라 기업을 판단할 때도 배당을 함께 고려해야 할 지는 조금 생각해 봐야 합니다만 평균 EPS 성장율이 PER의 2배 이상이라면 대단히 좋은 기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당현금

{(현금+현금등가물) - 장기부채}를 하면 그 대차대조표가 작성된 시점에서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됩니다. 재고자산이나 기타 고정자산들은 단기부채로 상쇄된다고 보고, 당좌자산(현금+현금등가물)에서 장기부채(고정부채)를 뺀 값을 구한 것입니다. 이 값을 발행주식총수로 나누면 주당현금이 나옵니다. 예컨데 주가가 5만 원인데, 주당순현금을 계산해 보았더니 3만 원이라면, 이 주식의 실제 구입가격은 2만 원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청산되어도 주당 3만원의 현금이 배분될 수 있으니까요. 그 회사의 주식은 사실 2만 원에 구입하는 것입니다.

또는 위 주식의 PER가 10이라고 합시다. 주당순이익이 5천원이고, 현재 주가가 5만 원입니다. 그런데 주당현금이 3만원이므로 실제 투자하는 비용은 2만원입니다. PER는 2만/5천 = 4밖에 되지 않습니다. 좋은 투자기회입니다.

주당현금은 불경기에 그 회사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턴어라운드 회사에 투자할 때 주당현금 분석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또는 회사의 성격이 바뀐 이후 얼마 동안 잘 버티기 위해서는 좋은 현금 보유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당현금은 기업에 현금이 쌓여가고 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쌓여가는 현금을 "diworsefication"을 하며 엉뚱한 회사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면 아무리 많은 현금을 쥐고 있더라도 얼마 안가서 그 잇점은 사라지게 됩니다. 반면, 현금을 지속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으로 주주에게 환원한다면 위와 같은 주당현금 분석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부채비율(Debt/Equity ratio)

낮아야 합니다. 특히 턴어라운드주를 구입할 때는 부채비율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부채의 종류도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부채는 크게 은행으로부터의 차입과 회사채를 이용한 차입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채권자가 회수 요구를 하면 즉시 응해야 하므로 같은 부채라도 주주에게 더 좋지 않습니다. 반면 회사채를 이용한 차입은 회사채 만기일까지는 적어도 상환을 미룰 수 있으므로 보다 유리합니다.

배당(Dividends)

이익잉여금을 배당과 자사주매입의 형태로 환원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고성장기업인 경우 더욱 높은 성장성을 위해 투자를 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배당은 기업의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대체로 배당을 하는 회사가, 특히 경기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일정한 비율을 정기적으로 배당하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훨씬 좋은 투자처입니다.

장부가치(Book value)

장부가치와 이를 이용한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상당히 주의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PER처럼 현재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이것이 0.75이하라면, 즉 그 주식은 순자산가치의 2/3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되므로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우리 나라 상장기업들은 PBR이 매우 낮으므로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때문입니다. 특히 재무제표의 신뢰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장부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장부가치와 기업의 실제 가치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노련한 판단과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이므로 쉽게 PBR 값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회계분석에 정통해 있어야 정밀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왜 장부가치와 실제 가치가 큰 차이가 날 수 있을까요? '자산'이 사실은 자산이 아닌 경우도 많고, '매출'이 사실은 매출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산이 자산이 아닐 수도 있다면 순자산가치를 의미하는 장부가치의 신빙성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 그 회사가 청산된다고 할 때, 재고자산이 장부에 기록된 값을 받고 처분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유형자산도 그렇습니다. 기계, 구축물, 공구 등이 과연 장부에 기재된 만큼 가치가 있을까요? 생산에 사용된다면 큰 가치를 갖지만 회사를 청산한다면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산은 계속-기업(going-concern)을 전제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고 모든 것을 청산할 때의 가치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영업권(goodwill)은 몇 년에 걸친 상각으로 회사의 장부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실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산입니다. 이렇게 깊게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장부가치만을 기준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장부가치가 아니라 내재가치(intrinsic value)이므로 장부가치는 최소한의 안전판으로만 활용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현금흐름(Cash flow)

주당현금흐름에 10을 곱한 것이 적정주가다라는 계산법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어떤 주식이 주가가 1만원인데, 주당현금흐름이 5000원이라면 대단히 좋은 주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단순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만을 고려하는 주당현금흐름으로는 그 회사의 실제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기업의 경우 몇 년 마다 설비와 기계등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하는데 반해 어떤 기업의 경우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거의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자의 경우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아무리 좋아도 그 중 상당 비율이 다시 지출되어야 합니다. 워렌 버핏은 이러한 자본적지출을 차감해야 진정한 의미의 주주 이익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Owner earnings"라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워렌 버핏의 가치 투자 철학 및 기법: 오너어닝)

단순히 주당현금흐름을 구해서는 안되고, 자본적지출이 많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주당현금흐름이 낮더라도 부가적인 자본적지출이 오랫동안 거의 필요없는 회사라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당현금흐름이 아무리 높더라도 상당 부분이 다시 투자에 쓰여야만 한다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퇴직급여(Pension plans)

퇴직급여는 퇴직급여충당금이라는 항목이 대차대조표상에 사채와 함께 고정부채로 잡혀있다는 것에서 드러나듯 회사채와 비슷한 의미를 갖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되든지 반드시 직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부채입니다. 턴어라운드주에 투자할 때는 이행해야 할 퇴직급여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살펴야 합니다. 퇴직급여는 다른 차입금과 마찬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성장율(Growth rates)

여기서의 성장율은 매출액의 성장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성장율을 의미합니다. 매출액은 "diworsefication"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못가서 큰 타격으로 되돌아 옵니다.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계속 느느냐입니다. 주주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성장은 반드시 외형 확대와 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이익은 많이 팔아서 늘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가격을 올려서 늘리는 길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핏이 강조한 "프랜챠이즈"가 좋은 비즈니스입니다.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즉 가격결정능력이 있는 프랜챠이즈에 가까운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런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성장율에서 또 하나 주의할 점은 PER가 20이고 20% 성장율을 가진 회사가 PER가 10이고 10% 성장율을 가진 회사보다 더 좋다는 것입니다. 성장율은 복리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10년 뒤에는 20%의 성장율을 가진 회사가 10% 성장율을 가진 회사의 약 2.5배의 이익을 거두어 들이게 됩니다. 성장율이 낮으며 가격이 싼 주식과 성장율이 높으며 가격이 비싼 주식은, 비록 둘 다 적정가에 구입한다 하더라도 몇 년 뒤에 많은 차이를 나타내게 됩니다. 주가 수준은 둘 다 적정주가일지라도 싸고 성장성이 낮은 주식보다는 비싸고 성장성이 높은 주식이 훨씬 더 좋습니다.

정리

이상, 버핏과 함께 가치투자의 대표적 인물로 언급되는 피터 린치의 저서 one up on Wall Street" 정리를 마칩니다. 우리 나라 주식시장을 볼 때도 버핏식 투자나 피터 린치식의 투자는 충분히 유효합니다. 여전히 훌륭한 프랜챠이즈와 탁월한 영업력을 가진 회사, 또는 거대한 자산을 깔고 있는 회사들이 단지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별로라는 이유만으로, 리스크 아닌 리스크 때문에 위험한 기업이라는 이유로 기피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주식투자를 도박처럼 생각하며 투기적인 장이 펼쳐진 주식에만 몰려 들어 하루하루 '벳팅'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가치의 실체를 살피는 외국인 투자자는 2003년에도 대규모의 순매수를 통해 종합주가지수 기준 약 30%에 달하는 수익을 거의 독차지했습니다. 2004년에도, 이런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2004년 1월 현재의 분위기입니다.

주식투자는 분명히 고위험 고수익의 장이고 '위험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도, 상품도, 부동산도, 채권도, 알고 보면 모두 다 위험합니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관심있게 공부하고 투자한다면, 또 오랫동안 성장할 주식을 일찍 발굴해서 3년 이상 장기보유한다는 접근을 한다면 주식투자는 최고의 수익율을 안겨주는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피터 린치의 조언은 이런 훌륭한 투자처에서 개인투자자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아주 소중합니다.

주식투자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 수급 흐름에 집중하는 기술적 분석과 기업 내재가치(intrinsic value)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입니다. 워렌 버핏은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래함 교수와 함께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사람입니다. 버핏은 매년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고, 세계적 巨富 중 유일하게 주식투자를 통해 부를 이룬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워렌 버핏식 가치투자를 명쾌하게 풀어낸 책, "The Warren Buffett Way" (Wiley & Sons, Inc. 1995)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투자 철학과 투자 기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에 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 다음, 기업의 질적분석(qualitative analysis)을 정리해 보고, 그가 사용한 밸류에이션 기법을 살펴 보겠습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

투자와 투기 (Investment vs Speculation)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 교수는 컬럼비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워렌 버핏을 키워낸 인물로 최초로 주식투자를 미시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 사람입니다. 그는 학부 졸업 후 월 스트릿에서 오랫동안 채권투자와 주식투자를 직접 했던 사람이고, 대공황과 주식시장 붕괴(stock market crash)를 이겨내고 꾸준히 시장 수익율보다 높은 수익율을 기록해 온 투자회사를 직접 경영했던, 학문과 현장 경험 모두를 두루 겸비한 사람입니다.

그는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의 차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것을 엄밀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정의한 투자는 이렇습니다.

"투자행위란,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원금의 안전성과 적정한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1]

[1] Benjamin Graham. Investment versus Speculation. The Intelligent Investor (revised edition), HarperCollins Publishers Inc., 2003. p.18.

"An investment operation is one which, upon thorough analysis promising safety of principal and an adequate return."

투자는 투자하려는 회사의 사업상의 특징과 재무적인 건전성을 철저하게 분석을 한 다음에 행하는 것이고 또한 원금 보존을 위해 치밀하게 안전장치를 구축한 다음에 하는 것이며 적정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뒤집으면,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재무적으로 얼마나 건실한지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또 원금 보존의 강렬한 의지는 별로 없으면서, 막연히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투기입니다. 주변의 주식'투자자' 중에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자에 가까운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투기자에 가까운 사람이 많은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러므로 가치투자란 어쩌면 동어반복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다 가치투자여야 합니다. 가치투자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의미의 투자가 이미 투자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투기까지 아우르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지, 그 철학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아봅시다.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라고 하면 오르기 전에 사서 떨어지기 전에 판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기술적분석은 이런 투자 방식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개별 주식 또는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과 수급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 방식은, 물론 그렇게 해서 큰 돈을 번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대단히 피곤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항상 주가 흐름을 살펴야 하고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지 지켜 봐야 합니다. 게다가 수급을 예측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내가 전체의 일부분인 전체를 읽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가격 변화의 타이밍을 맞춰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 근거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쉽게 투기적인 성향으로 내몰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벳팅을 합니다. 가격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거의 공황상태가 됩니다. '내일의 전략'을 얘기하며 하루하루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노심초사하고 올라도 불안, 내려도 불안해 합니다. 날마다 떠도는 얘기들만 들으며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가 원금마저 잃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투기적인 장으로 빠져들며, 최종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주식시장에서 떠나게 됩니다. 타이밍을 맞춰서 사고 팔겠다는 식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주식을 일종의 도박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투자자는 타이밍에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가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격이 내가 계산한 것보다 낮으면 구입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통해서 부를 쌓고자 한다면 주식을 복권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주식 뒤에는 '회사'라는 실체가 놓여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 자산에 대한 청구권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회사가 청산되더라도 주주 몫을 청구할 수 있는 증서입니다. 주식은 종이 조각이 아닙니다. 회사의 순자산이라는 실물이 뒤에 놓여 있습니다.

주식투자는 공개된 기업이 아닌 사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이란 것이 없어도 그 회사 주식을 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올 때 그 회사 주식을 구입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는 '사업체를 사는 것처럼 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버핏과 그래함의 메씨지입니다.

어떤 비즈니스의 주식이 왜 장부가의 몇 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될까요? 그 비즈니스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그 주식을 순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언제든지 다시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순자산가치 이상을 지불하고도 그 주식을 다시 사 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사람'에는 바로 나 자신도 포함됩니다. 어떤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회사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순간 몇 배로 부풀려졌던 가치는 삽시간에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 '가치'는 비즈니스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사라지면 가치도 없어집니다.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은 항상 주가에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이유가 오직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좋게 생각해 줄 것이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주식 투자는 기업 공개가 되어 있지 않은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동업자로 참여하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투자하려는 회사가 오랫동안 일관된 영업 성적을 보여왔는지, 경영진은 합리적이고 주주이익을 중시하는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산업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를 바탕으로 적절한 가격을 계산하고, 그 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가 팔아 버릴 종이 조각이나 컴퓨터 상의 숫자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체를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변덕스런 의견에 의거해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근거해서 가치를 매기고 지분 참여를 하는 것입니다.

버핏은 주식 시장이 10년 정도 문을 닫았다가 연다고 해도 자신의 투자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까지 얘기를 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는 '현재'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개별 주식을 사는 것과 주식 시장 전체를 전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예측, 즉 시장 전망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식 시장의 흐름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시장 흐름을 전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식 시장은 일면 기업 가치의 객관적인 평가의 장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욕망과 공포의 소용돌이입니다. 그 많은 투자자의 심리적 상태, 그것도 극단적인 탐욕과 공포가 몰아치고 있는 것을 '예측'하고 '분석'하겠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불행히도 주식시장은 비즈니스의 펀더멘틀이 반영되는 측면보다 벳팅한 사람들의 일시적 감정 상태의 반영인 경우가 훨씬 많고, 사람들이 일단 탐욕이나 공포감에 압도되고 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나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공포에 절어있다면 아무리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 비즈니스도 형편없이 낮게 평가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근거없는 탐욕에 불타오르면 껍데기밖에 없는 회사도 높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가치'는 오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잠시 일치할 동안만 존재하는 가치입니다.

매일매일의 주가는 들여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의 기복에 소중한 나의 재산을 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그런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펀더멘틀이 튼튼한 회사는 결국 적절하게 평가되는 시기가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함 교수는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라는 비유를 했습니다.

벤자민 그래함 교수는 주식 가격에 두 가지 성격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나는 투자적 성격(investment characteristic)이고 다른 하나는 투기적 성격(speculative characteristic)입니다. 전자는 기업의 비즈니스적 가치입니다. 후자는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의 결과물입니다.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는 주가를 투자적 성격과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치솟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로 폭락하게 만듭니다. 역설적으로 훌륭한 비즈니스일수록 더욱 투기적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더욱 큰 폭으로 가격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잘 경영되고 높은 성장성을 갖는 회사일수록 큰 폭의 가격변동성을 갖는 경우가 꽤 있고, 그 회사는 교과서적인 정의에 따르자면 매우 리스크가 큰 회사가 됩니다. 좋은 회사가 더 투자 위험이 큰 회사가 됩니다. 리스크를 기대수익율의 변동성으로 정의하는 것의 다른 한 편에는 이런 역설적 사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현장입니다.

투자자의 감정상태에 의해 형성된 투기적 가격은 하루하루 '투자자'를 기분좋게 만들기도 하고 공포감에 흔들리게도 만들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든 사실 그 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꾸준히 비즈니스를 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인기투표를 어떻게 하고 있든 회사의 비즈니스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비즈니스만 제대로 되어 나간다면 결국 제대로 평가되는 시점이 옵니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식가격의 투자적 성격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주식이 다른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에 의해 엉터리로 평가될 때 그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최소한 그들의 의견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그래함 교수는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가치평가된 가격 이상의 시가는 주식 시장에 상장되기 위해 지불하는 요금 정도로 생각하라고 조언합니다. 철저하게 장부 가치와 영업 성적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고 시장이 이를 적절하게 평가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과하게 평가할 때 이를 이용하면 됩니다.

워렌 버핏벤자민 그래함 교수는 주식 시장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Mr.Market"이라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미스터 마켓"이라는 친구와 함께 손잡고 사업을 하는 것으로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미스터 마켓"은 정서가 불안합니다. 조울증 환자입니다. 어느 날은 극단적인 낙관론에 휩싸여서 모든 것을 밝게 전망하다가 어느 날은 최악의 비관론자가 되어서 내일은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런 미스터 마켓과 동업을 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는 늘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날 미스터 마켓은 극단적으로 활기에 넘칩니다. 그는 사업이 한없이 잘 될 것으로 낙관하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지분을 내놓지 않습니다. 또 매우 비싼 값에 내 지분을 사겠다고 덤빕니다. 반대로 미스터 마켓이 우울한 모드에 접어들면 그는 모든 것을 비관합니다. 갖고 있는 모든 지분을 헐값에 팔아 버리려 합니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내던지려고 합니다.

이런 미스터 마켓과 동업을 한다면 언제 지분을 사고 언제 지분을 팔아야 할까요? 그가 모든 것을 낙관하며 탐욕에 불타오를 때 그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가 터무니없이 비관하고 있을 때 헐값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다시 낙관론에 휩싸여 비싼 값을 주며 지분을 되사고자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주식투자자는 반대로 행동합니다. 미스터 마켓이 의기양양하며 모든 것을 긍정할 때 주식시장에 달려들며, 그가 풀이 죽어있으면 주식시장을 외면합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왜 앞으로 큰 이익을 줄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거들떠 보지 않다가 자기에게 별로 이익을 못 줄 때는 그렇게 안달을 할까요? 주가가 대폭락을 하고 암담한 전망이 시장 전체를 짓누를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도 주식 '따위는'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반면에 주가가 급등하고 너도나도 주식을 한다고 달려들면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사지 못 해서 안절부절합니다. 버핏의 표현에 따르면, "You pay a very high price in the stock market for a cheery consensus."입니다. 모두 다 기분 좋게 미래를 긍정하는 것을 사기 위해 비싼 값을 치루는 것입니다. 좋은 시장 컨센서스를 사기 위해 매우 비싸게 구입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사업체에 대해 분석이 끝났다면, 즉 어느 정도가 구입할 만한 가격이라는 분석이 되어있다면 암울한 시장이야말로 원하던 주식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것은 너무도 명쾌한 이야기이고 쉬운 이야기지만 자기 재산이 걸리고 나면 정말로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컨데 적정가가 1만 원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주가가 5천 원인 주식을 1억 원어치 구입했습니다. 그 회사의 주가가 5천 원에서 3천 원으로 떨어져서 평가액이 6천만 원이 되었을 때도 '좋은 기회군..'이라며 더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개 이걸 던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절부절합니다. 투자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감정적인, 기질적인 부분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주식 투자자와 주식 투기자를 구분짓는 요소입니다. 처음부터, 구입할 당시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을 때도 '물타기'가 아닌 강한 확신을 갖고 더 구입을 할 수 있을 정도인 회사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 정도의 가치평가가 된 다음에 지분을 사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가가 오르고 있느냐 내리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펀더멘틀이 괜챦으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고, 펀더멘틀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주가가 오르고 있어도 매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내재가치에 기준해서 투자하고 시장이 장기적으로 평가하도록 내버려 두면 됩니다.

버핏은 이상할 정도로 시장 흐름에 무심했습니다. 그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투자를 할 때 주당 27달러에 구입을 했습니다. 몇 달 뒤 주가는 23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버핏은 처음 구입한 것의 3배를 더 사들였습니다. 가격이 계속 더 떨어져서 20달러선까지 이르자 버핏은 그 때까지 구입한 양의 2배를 더 사들였습니다.[3] 이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고, 자신의 평가에 확신이 없다면 또한 심리적으로 굳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의 특성에 기반해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폭락이 주식 구입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버핏이 당시 줏어 담듯 사 들인 워싱턴포스트 지분은 결국 15,000%가 넘는 수익율을 기록하게 됩니다. 1,500%가 아닙니다. 15,000%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Daniel Kahneman, Amos Tversky 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똑같은 크기의 돈이라도 그것을 얻을 때보다 잃을 때 두 배로 강렬하게 받아 들인다고 합니다. 천만 원을 벌 때의 기쁨과 천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비교하면 후자 쪽이 두 배나 더 큰 폭의 고통을 줍니다. 또한, 투자자의 상당수가 오로지 다른 사람들이 그 주식을 어떻게 생각한다는 점에만 의거해서 투자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거의 공황상태가 됩니다. 그런 점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처음 투자할 때부터 그 회사가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적정하다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근거해서 설정된 가치가 아닌, 비즈니스의 실제 성적을 기반으로 분석해서 가치를 매기고 있어야 바깥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 그들의 감정적 격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Roger Lowenstein. "Return of the native." Buffett: The making of an American capitalist, Random House, Inc., 1995. p.152.
note) Post shares had split four-for-one.

이런 기질적인 부분, 심리적인 부분을 갖추는 것이 주식 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손꼽히는 뉴튼도 당대에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커다란 손실을 기록하고 그 앞에서 주식 얘기를 전혀 못 꺼내게 했습니다. 똑똑함이 투자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뉴튼 같은 인물이 투자에 실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팔기 때문에 두려워서 판다는 식으로 해서는 레밍이 될 뿐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마스터하는 것이 투자 성공을 좌우합니다.

버핏에게는 일반적인 의미의 주식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As far as I am concerned," he says, "the stock market doesn't exist. It is there only as a reference to see if anybody is offering to do anything foolish."

버핏에게 주식시장은 누가 또 어떤 바보 같은 제안을 하는가를 들여다 보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버핏식 투자에서 중요한 지표

이제 워렌 버핏이 주식을 선택할 때 재무적으로 어떤 식으로 선택하는지, 구체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비즈니스적 관점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그는 세 가지 특징에 주목합니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Simple and Understandable)

주식투자는 종이 조각이나 복권을 사는 것이 아니고 지분을 구입하고 동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버핏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비즈니스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버핏은 기술주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신기술 출현에 의해 단 번에 흔들릴 수 있는 기술주대신, 수익 모델이 명확하면서 안정적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와 유사한 사업을 해보았거나 이전에 투자를 했던 기업과 비슷한 성격이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직접 그 계통 일을 해봤기 때문에 그 쪽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기회와 위협이 있는지 장기적 전망이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circle of competence'를 벗어나는 사업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바닥'을 잘 아는 사업에만 투자했습니다.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오래된 회사(Consistent operating history)

단기적으로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버핏은 역사가 짧은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든 그렇지 않든, 아주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런 위기를 넘겨가며, 세월의 시험을 이겨내며 오랫동안 활동해 온 기업에는 많은 축적된 노하우와 자산이 있습니다. 현재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이는 회사가 있더라도 그 회사 역시 반드시 위기는 찾아오고, 역사가 없는 회사라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낼 지 또는 해결해 낼 수 있기는 한 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불확실합니다. 오래 된 회사이면서 영업 성적이 큰 기복없이 발전해 온 회사여야 합니다. 경기순환에 따라 매출이 왔다갔다 하는 회사가 아닌, 일관된 영업 성적을 기록해 온 회사가 좋습니다. 버핏은 가급적이면 경기순환주(cyclical;경기민감주)에 속하는 회사는 피했습니다.

장기적 전망이 밝은 회사(Favorable long-term prospects)

비즈니스적 특징에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프랜챠이즈와 보통재 회사입니다. 버핏이 말하는 프랜챠이즈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있는 회사입니다.

  1. 필요한 것, 욕구되는 것(needed, desired)
  2. 대체재가 없는 것(no close substitute)
  3. 규제받지 않는 것(not regulated)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창출하고자 하는 제품이 아닌, 이미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고 또 욕구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회사이면서 독점적 성격을 갖는 회사를 뜻하는 것이 프랜챠이즈입니다. 코카콜라를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은 이미 코카콜라를 요구합니다. 더우면 콜라를 마시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대체재가 -물론 있기는 하지만- 드뭅니다. 또한 특별히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이런 회사가 프랜챠이즈입니다. 이와 반대인 것이 보통재입니다. 보통재는 많은 경쟁자가 있으며,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대동소이하고, 때로는 정부 규제를 받습니다. 그러면 프랜챠이즈와 보통재를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격을 부과할 능력이 있느냐.'입니다. 자기 회사가 가격을 결정할 힘이 있으면 그 비즈니스는 프랜챠이즈입니다. 때문에 프랜챠이즈는 수요가 늘든 줄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든 어떻든 가격을 조절해가며 좋은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는 상당히 드뭅니다.

버핏은 프랜챠이즈야말로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기업이라고 봤습니다. 이들의 가격결정능력은 대부분의 풍파를 무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랜챠이즈는 경영진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비즈니스 자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크나 큰 강점을 갖습니다. 코카콜라에 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가 왔다고 해서 코카콜라가 망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진이 바뀜에 따라, 경기 변동에 따라 극심하게 성적이 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프랜챠이즈는 앞으로 오랜 시간동안 어떤 큰 변화가 오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영업 성적을 지속적으로 내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전망이 밝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프랜챠이즈는 참 찾기가 힘듭니다. 프랜챠이즈는 또한 지속적이지 않고 언젠가는 경쟁을 맞이해야 합니다. 버핏은 강한 프랜챠이즈도 결국에는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등에 의해 '약한 프랜챠이즈'가 되고, 이는 다시 '강한 비지니스'가 된다고 얘기합니다. 가장 좋은 것 순서대로 하면 이렇습니다.

프랜챠이즈 - 약한 프랜챠이즈 - 강한 비즈니스 - 보통재

구입해서 오래 보유할 만한 회사는 아주 소수입니다. 탁월한 비즈니스는 몇몇에 불과하며, 여기에 속하는 회사를 좋은 가격에 구입해서 보유하는 게 핵심입니다. 가격결정능력이 있는 프랜챠이즈가 그런 회사입니다.

경영진 평가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와 함께 일을 한 경영자는 수십 년 이상 회사에 머물면서 버핏과 함께 성공을 나누었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하고 일단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경영자에게 전권을 주며 전폭적으로 신뢰하였습니다. 버핏은 경영자를 판단할 때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합리성(Rationality)

경영진의 합리성이란 다름 아닌 자본을 어떻게 할당하느냐에서 표현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출발 후 급격한 성장을 합니다. 성장율이 너무도 높아서 큰 부채를 끌어 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성숙 상황을 맞이하고 실제 투자할 수 있는 부문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단계가 옵니다. 바로 이 단계에서 경영진의 합리성이 표현됩니다.

비즈니스는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서서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또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축적된 또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현금이 상당히 있는 경우 경영자가 택하는 길은 셋 중의 하나입니다.

  1. 이 문제를 외면하고 여전히 기존의 평균 이하의 수익율만을 기록하는 곳에 재투자한다.
  2.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산다.
  3. 주주에게 부를 환원한다.

버핏은 이 지점에서 경영자가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계속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회사에 현금만 쌓일 뿐 제대로 투자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집니다. 적대적 M&A의 위협에 노출됩니다. 경영진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영자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합니다. 성장성 있는 회사를 삽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렇게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성장성 때문에 구입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고평가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야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실수를 할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남아 도는 현금을 잘 모르는 이른바 성장기업을 구입하는 데 마구 지출합니다. 커져가는 회사의 외형을 보면서 자신이 능력있는 경영자라고 착각합니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대신 사상누각 같은 외형 확장에 쏟아 붓습니다. 그 결과가 대체로 어떻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알 것입니다.

버핏은 회사에 현금이 쌓여갈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은 부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배당을 늘리는 것입니다. 배당을 받은 주주는 그 돈을 높은 수익율을 갖는 다른 투자처에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이 높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그만큼 기업이 현금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당이 주주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그 배당을 주주가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이 배당을 하지 않고 기업이 재투자했을 때의 수익율보다 높아야만 합니다. 이 점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배당이 시장에 주주 이익 중시 시그널을 보내서 주가를 올리는가, 역으로 성장할 기회에 투자할 자금을 줄여서 시장가치를 낮추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과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 논란에 대해 다루기는 힘듭니다만 배당이 양면성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주주에게 부를 환원하는 방법은 자사주매입입니다. 버핏은 이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의 내재가치가 10만 원이고 현재 주가가 5만 원인데 회사가 자기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 회사로서는 5만원을 지출해서 10만원의 가치를 추가하는 것이므로 간접적으로 보이지만 주주에게 이익이 됩니다. 또한 자사주매입은 시장에 주주 이익을 중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때문에 대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사주매입은 주주에게 두 배의 이익을 안겨 줍니다. 회사의 가치도 높이고 주가 상승도 이끌어 냅니다. 물론,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재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주중시 경영' 운운하는 경우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고가에 처분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직성(Candor)

경영자는 공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적을 부풀릴 수도 있고 실패를 성공으로 위장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실패한 것도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경영자를 오히려 더 신뢰했습니다. 실패를 경제 탓, 산업 탓으로 돌리며 은폐하려는 경영자보다 어떤 위협요소 때문에 실패를 했지만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경영진을 선호했습니다. 기업회계기준 뒤에 숨어 교묘하게 실패를 위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성공과 실패를 보고하는 경영자를 택했습니다. 회계처리기준을 몇 년이 멀다하고 바꿔가며 영업성적을 '화장'하는 회사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제도적 관행(Institutional Imperative)

다른 경영자를 아무 생각없이 따라하는 것이 제도적 관행입니다. 버핏은 한 대학의 강연에서 주가가 15배나 뛰어올랐는데도 그 기간동안 망한 37개의 투자은행 목록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월가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열심히 일하며 성공하고자 하는 강렬할 욕망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된 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요? 그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다른 동료들을 따라한 것(mindless imitation of their peer)' 때문입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업계의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필요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따라하는 것을 버핏은 아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닷컴 붐이 일고 경쟁사가 인터넷 사업체를 대규모로 사들인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일단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없이 따라하는 경영진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규투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왜 그 투자가 필요한지 정말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데, 다른 데서도 다 그렇게 하고 이것은 관행이라는 말만 하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영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경영진에 의해 경영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9.11 테러 같은 아무도 예상 못할 대형 사고만 없으면 올해 순이익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추정(pro forma)을 하는 게 보험업계의 관례입니다. 이처럼 다른 회사도 그렇게 발표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하는 것을 버핏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라면 예측하기 힘든 대형사고는 비즈니스의 일부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특별한 사건인 양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가 바로 제도적 관행입니다.

버핏의 스승인 그래함 교수는 경영자의 특성 같은 기업의 질적인 특성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함은 정량화될 수 있는 변수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경영자에 매우 큰 비중을 둡니다. 그가 자신을 "85%는 벤자민 그래함이고 15%는 필립 피셔"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버핏은 경영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가 버핏처럼 경영자와 직접 얘기를 나눠 보고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대신 사업보고서의 영업보고서나 이사의 경영진단 의견서, CEO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경영자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CEO가 전년도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보고 올해 실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비교하면 경영진의 정직성과 외부 환경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자본을 어떻게 재할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항상 CEO와 회사를 함께 인수합니다. 그는 [탁월한 경영자 - 괜챦은 사업모델]과 [괜챦은 경영자 - 탁월한 사업모델]이 있다면 전자를 택한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경영자를 중시했습니다. 버핏은 인수할 회사의 CEO와 단 몇 분의 전화통화만으로 그 사람이 'our type of manager'라고 확신했다고 밝힐 정도로 최고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오너처럼 생각하는', '돈 때문에 일을 할 필요는 없는' 매니져를 선호했으며, 자신이 존경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경영자만을 택합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버핏처럼 CEO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는 생각보다는 단 몇 분의 전화통화로 그 사람이 훌륭한 매니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을 기르는 데 주력하는 게 좋습니다. 공개된 정보와 인터뷰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판단을 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다. 버크셔의 자회사 CEO 중에는 몇 년 동안 버핏을 전혀 만나지 않거나, 일 년 내내 몇 통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는 변함없이 훌륭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경영자를 볼 줄 아는 안목입니다.

재무적 평가

재무적 평가에서도 버핏의 독자적인 사고방식이 강렬하게 빛을 냅니다. 버핏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의 장부가치가 아닙니다. 장부가치는 투자 위험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얼마나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이고 재무적 평가 역시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ROE(투자수익율; Return on Equity)를 읽어야지 EPS만 읽어서는 안된다

EPS(주당순이익)는 주식 가격을 평가할 때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그리고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하지만 버핏에 의하면 주당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얼마 늘었다고 얘기하며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합니다. 왜일까요?

어떤 회사가 올해 주당순이익이 작년보다 10% 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년에는 10%만큼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주당순이익이 올해보다 더 커집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은 보통 경영을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늘어난 그 이익잉여금은 은행에 예치해 두어도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그 이자도 내년 EPS의 일부입니다.

EPS가 전년에 비해 늘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10명이서 1억씩 투자해서 어떤 회사를 세웠습니다. 편의상 한 주의 액면가가 1억인 주식 10주를 각자 보유했다고 합시다. 그 회사가 올해 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면 투자수익율 ROE는 1억/10억 = 10%입니다. 주당순이익은 1억/10 = 1000만원입니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11억의 자기자본으로 시작합니다. (자기자본 = 자본금 + 이익잉여금 + 자본조정) 그런데 내년에도 1억의 순이익을 내었습니다. 그 회사의 주당순이익은 여전히 1억/10 = 1000만원입니다. 작년과 주당순이익이 똑같으므로 경영을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올해에는 10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고 내년에는 11억으로 사업을 한 것이므로 퇴보한 것입니다. 이 경우 투자수익율을 계산해 보면 올해는 10%인데 반해, 내년에는 1억/11억 = 약 9%입니다. 물론 배당은 없었다는 전제입니다. 만약 순이익 1억 원을 모두 다 배당했다면 내년에 1억 원의 순이익을 냈어도 ROE는 1억/10억 = 10%입니다.

EPS가 전년도보다 얼마 늘었다 아니다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이익을 내었다면 그 이익이 재투자가 되어 더 큰 이익을 기록해야 합니다. 투자할 곳이 없다면 배당으로 주주에게 되돌려 줘야 합니다.

그러므로, EPS가 아닌 ROE를 읽어야 합니다. ROE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거나 최소한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The primary test of managerial economics performance is the achievement of a high earnings rate on equity capital employed (without undue leverage, accounting gimmickry, etc.) and not the achievement of consistent gains of earning per share."

버핏은 가급적 추가적인 차입없이 ROE가 늘어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부채를 늘리면 ROE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기업은 부채 없이도 ROE를 계속 늘려갈 수 있는 기업입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Good business or investment decisions will produce quite satisfactory economic results with no aid from leverage."

또한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경기하강시 큰 타격을 받을 리스크를 갖습니다. 물론 부채비율은 그 비즈니스의 현금흐름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수준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늘려서 ROE를 키우는 기업은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버핏은 복리의 마술을 즐겨 이야기 하는데 ROE를 읽는 것은 전년도 이익이 재투자 되어 같은 수익율(이상)을 나타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므로 기업이 복리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오너어닝(Owner Earnings)

버핏이 기업을 밸류에이션 할 때 사용한 지표가 바로 "오너어닝"이라는 독특한 숫자입니다. 현금흐름(cash flow)은 보통 세후순익에 감가상각(depreciation), 감모상각(depeltion; 유형 고정 자산의 상각), 상각(amortization;특허권, 상표권, 영업권등의 무형 고정 자산 취득과 창설에 소요된 금액의 상각) 등을 합쳐서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만 이것은 자본적지출(capital expenditure)을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있습니다. 현재의 경쟁상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즉 미래에 장기간에 걸쳐 현금흐름을 창출해 주는 자본재를 구축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을 자본적지출이라고 합니다. 주주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현금흐름은 자본적지출을 차감해야 알 수 있습니다. 자본적지출과 부가적인 운전자본을 차감한 이익을 버핏은 "오너어닝"이라고 명명했으며, 기업의 가치는 미래 오너어닝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Owner earnings - a company's net income plus depreciation, depletion, and amortization, less the amount of capital expenditures and any additional working capital that might be needed.

그런데 자본적지출은 사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성격상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자본적지출이 필요한데 반해 다른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높은 ROE를 기록할 수 있다면 부가적인 자본적지출은 더욱 큰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므로 바람직합니다만 ROE는 높지 않은데 계속해서 큰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참고:ROE와 자본적지출)

오너어닝 계산을 위한 자본적지출은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과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의 "취득/자본적지출"을 이용해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감가상각비와 자본적지출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버핏이 EBITDA를 매우 비판적으로 본 이유가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감가상각은 '실제' 비용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적절한 자본적지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정말로 의미가 있는 숫자를 원합니다.

이익 마진(Profit margin)

같은 업종에서도 마진율이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다. 마진율을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 특별히 높은 기업은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버핏은 그 자신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에 따라 비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The really good manager does not wake up in the morining and say, 'This is the day I'm going to cut costs' any more than he wakes up and decides to practice breathing.


재미있는 표현이죠? '오늘부터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라고 발표하는 것은 '오늘부터 숨쉬기를 시행하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대규모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기업은 벌써 큰 문제가 있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상시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숨쉬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무슨 특별 프로젝트로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었는가를 반증할 뿐입니다.

마진을 늘려 가는 것은 비용절감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가격을 인상해서 이룰 수도 있습니다. 가격결정능력의 중요성을 참고하세요.

1달러 전제(The one-Dollar Premise)
재무 분석의 마지막 기준으로 1달러 전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려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년도에 100억을 내부유보했으면 가급적 1-2년 내에 시가가 100억 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보한 이익이 제대로 재투자되지 못한 것입니다. 버핏은 실제 이 지표를 이용해서 기업이 지난 수 년 동안 얼마나 훌륭하게 이익잉여금을 재투자했는지 평가했습니다. 이것은 배당정책과도 관계됩니다. 이익잉여금이 쌓여갈 때 이를 주주에게 배당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공략하느냐는 많은 논란이 있고 또 불확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배당을 많이 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기업이 재투자해서 더 높은 수익율을 기록할 수 있다면 내부유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자는 1달러 전제를 사용함으로써 이 기업이 이전 수 년동안 유보한 이익을 충분히 시장가치 창조로 이어나갔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달러를 유보하면 1달러만큼 시장가치를 늘린다는 것을 몇 년 이상 달성해 왔다면 그 기업은 자본 할당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장 분석

마지막으로 시장 분석입니다. 위의 비즈니스 분석, 재무 분석을 거쳐 훌륭한 기업을 발굴해 냈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이 이미 시장에서 고평가되어 있거나 제대로 평가되고 있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훌륭한 기업인데도 '투자자'들의 탐욕과 두려움에 의해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밸류에이션(Determine the value)

기업의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크게 세가지 방법이 사용됩니다. 첫째, 청산가치(liquidation value; 장부가치)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접근으로 기업이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장부에 기반해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청산가치는 적절한 가치평가 방법이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청산 가치를 이용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 평가는 버핏의 스승인 벤 그래함의 "margin of safety"라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안전마진이 있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 이하, 또는 순자산(net asset value)의 2/3 이하인 것을 의미합니다.[4]

또 다른 기업 가치평가 방법은 고잉컨선(going-concern;계속기업)적 접근법입니다. 기업이 현재와 같은 영업을 계속적으로 한다고 가정할 때 기업의 가치가 얼마가 될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밸류에이션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현금흐름을 통한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분석을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시장가치를 이용해서 기업을 밸류에이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PER나 PBR처럼 순이익 대비, 자산 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 평가하고 주당순이익이나 주당순자산, 주당순현금흐름에 업계 평균을 곱해서 현재 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4] 순유동자산(net current asset)은 일반적으로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것을 의미합니다만 벤자민 그래함은 훨씬 더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유동자산(current asset)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해서 판단했습니다. 즉, 고정자산은 계산하지 않고 유동자산(현금+현금등가물+재고자산+유가증권)에서 장단기부채 전체를 차감한 값입니다. 벤 그래함은 시가총액이 순유동자산 이하라면 그 주식은 일단 안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함은 이처럼 '안전마진'을 재무제표상의 명확한 숫자로 판단했지만 버핏은 이를 질적인 측면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자산가치를 기준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내재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어 있을 때 구입한다, 즉 가급적 싸게 산다는 측면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업데잇합니다. 이 부분은 벤자민 그래함의 "cigar butt approach"와 전혀 다른 버핏의 접근법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스승 벤자민 그래함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참고하세요.

그렇다면 버핏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시장'이 탐욕과 공포의 혼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버핏은 고잉컨선적으로 기업을 가치평가합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버핏식 밸류에이션 방법을 이해하시려면 화폐의 시간가치, 채권의 가치, 주식의 가치에 관해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위 내용은 안다는 전제하에 설명합니다.

첫째, 버핏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처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황당한 가정입니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확정소득증권인 채권의 이표처럼 확실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역으로 그만큼 심플하고, 확실하고, 이해가 쉽고, 장기적으로 지속적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만을 택한 것입니다. 그는 4-5년, 혹은 그 뒤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은 이미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준만으로도 나가 떨어질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에 5년 뒤의 현금흐름을 채권의 쿠폰 정도로 생각할 만한 기업이 몇 개나 될 지 한 번 조사해 보세요.

둘째, 버핏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로 장기 국공채 할인율(30년만기 미국 재무성 채권)을 사용했습니다. 이것 역시 황당한 가정입니다. 어떻게 '리스크-프리'한 국공채 할인율을 밸류에이션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그가 장기적으로 확실한 기업만을 택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가 왜 기술주를 철저히 외면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왜 코카콜라, 질레트 같은 기업이 현저하게 저평가되었을 때 주식을 사들였는지 잘 이해됩니다. 그가 구입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주 이해하기가 쉽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며, 현재에나 미래에나 거의 리스크 없이 확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해 주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내년에도, 그 후에도 콜라를 마시고 면도를 할 것이며 티브이를 봅니다.

버핏이 장기채 할인율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리스키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면 리스키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을 제외하고 일관된 현금흐름을 미래에도 보장해줄 수 있는 기업을 택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I put a heavy weight on certainty. If you do that, the whole idea of a risk factor doesn't make any sense to me. Risk comes from not knowing what you're doing.

그러면 실제로 기업을 어떻게 밸류에이션하는지 예를 들어 봅시다. 책에 있는 질레트 분석을 인용해서 설명합니다.

첫 번째 단계로 질레트의 과거 10년동안의 매출, 순이익, 감가상각, 자본적지출을 이용해서 오너어닝을 계산합니다. 표를 봅시다.

년도 매출액 순이익 감가상각 캐피틀 익스펜디쳐 오너 어닝
1981 2334 124.3 76.7 116.1 84.9
1982 2239 135.1 77.5 90.5 122.1
1983 2183 145.9 78.2 90.1 134.0
1984 2288 159.3 76.0 155.3 80.0
1985 2400 159.9 77.7 158.1 79.5
1986 2818 15.8 97.3 229.7 -116.6
1987 3166 229.9 114.1 168.0 176.0
1988 3581 268.5 127.4 189.0 206.9
1989 3818 284.7 134.6 222.6 196.7
1990 4344 367.9 162.1 255.2 274.8
1991 4683 427.4 172.4 286.0 313.8
1992 5162 513.4 188.0 321.4 380.0
1981-1985 0.6% 5.2% 0.3% 6.4% -1.3%
1987-1990 11.1% 17.0% 12.4% 15.0% 16.0%
1987-1992 10.3% 17.4% 10.5% 13.9% 16.6%

단위는 백만달러이고, 마지막 세줄의 %는 복리식으로 계산한 연성장율입니다.
이렇게 과거 10여년의 실적을 통해서 질레트의 오너 어닝이 대략 16.6%의 성장율을 앞으로 기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것을 이용해서 질레트의 현재가치를 평가해 봅시다. 성장율 16.6%는 보수적으로 15%로 잡고, 질레트가 앞으로 10여 년동안 15%씩 매년 오너어닝을 늘려가고 11년째부터는 5%씩 영속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1990년 오너어닝인 2억 7500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10년동안 성장율 15%, 할인율은(장기 국공채 할인율인) 9%로 계산하면,

년도 전년 오너어닝 성장율 금년 오너어닝 할인율 할인후 오너어닝
1 275 15% 316 0.9174 290
2 316 15% 363 0.8417 306
3 363 15% 417 0.7722 322
4 417 15% 480 0.7084 340
5 480 15% 552 0.6499 359
6 552 15% 635 0.5963 379
7 635 15% 730 0.5470 399
8 730 15% 840 0.5019 422
9 840 15% 966 0.4604 445
10 966 15% 1111 0.4224 469

위와 같이 되므로 10년간의 오너어닝을 모두 합하면 290+306+322+ ... = 37억 3100만 달러가 됩니다. 11년째부터는 5%의 성장율을 가정하므로 11년째 시작 오너어닝은 10년째 오너어닝인 1111 x 0.05 = 11억6700만 달러입니다. 그러므로 고정성장모형에 의해 d/r-g로 계산하면 1167/(0.09-0.05) = 291억 7500만 달러입니다. 이것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9175 x 0.4224 = 123억 2400만 달러입니다. (0.4224는 10년 할인율) 따라서 전체 기업 가치는 3731 + 12324 = 160억 5500만 달러가 됩니다.

이것을 현재주가 x 발행주식총수를 한 값과 비교해서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버핏이 구입할 당시의 질레트는 약 80억 달러였습니다. 이것은 성장율을 7%로 했을 때의 값인 85억 만달러보다 더 낮은 가격입니다.[5]

물론 성장율은 기업 성격에 따라서 다른 값을 넣어서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율이나 할인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밸류에이션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는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일반적인 기업을 밸류에이션할 때 할인율을 국공채 할인율로 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합니다. 대체로 적절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가중평균자본비용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논란이 많은 수치이기 때문에 할인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밸류에이션은 경험 많은 애널리스트가 같은 데이타를 갖고 해도 전혀 다른 값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업체를 사려고 할 때, 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얼마를 주고 사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 비즈니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그 비즈니스의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밸류에이션의 '정답'을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DCF 법을 이용한 내재가치 계산은 값의 편차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DCF 밸류에이션은 그 비즈니스의 장기적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이러한 DCF 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기준을 생각했습니다. 첫째, 철저하게 자신이 이해하는 비즈니스에만 투자합니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의 오류를 줄이려면 자신이 잘 아는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합니다. 수익 모델이 복잡하거나 기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비즈니스는 예측이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둘째, 가급적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확보될 수 있는 가격대에 매입합니다. DCF 법에 의한 밸류에이션 값은 편차가 크므로 안전마진이 있을 때, 즉 심하게 저평가 상태에 있을 때 구입하는 것이 밸류에이션 오류에 따른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6]

결국 버핏은 할인율에서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고 현금흐름에서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별로 적정 할인율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현금흐름의 정확한 예측에 집중하고 대신 할인율은 비즈니스에 상관없이 30년 만기 미 재무성 채권 할인율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5] 위 밸류에이션 예시는 버핏이 직접 한 것이 아닙니다. "The Warren Buffett Way"의 저자인 Robert G. Hagstrom의 추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가 밸류에이션을 할 때 위와 같이 성장율을 두 단계로 나눠서 확정적인 값(목표주가)을 계산합니다. 실제 버핏은 위와 같이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개략적인 값을 암산(물론 버핏의 암산능력은 엄청납니다.)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버핏은 수익율의 형태로 투자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 Warren E. Buffett. Shareholder Letter. 1992.
매력적인 가격에 사서 계속 보유한다

밸류에이션을 한 가격을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비교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일단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 현금흐름이나 성장율은 물론 철저하게 선별했기 때문에 상당한 확실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예측치에 불과합니다. rd가 조금만 바뀌어도 밸류에이션 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급적 현저히 저평가된 가격에 사서 평균적인 가격에 팔더라도 큰 이익이 남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버핏은 좋은 기업이 고평가될 정도로 값이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낮은 가격에 사서,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실력에 맞게 평가받더라도 큰 이익이 남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버핏의 얘기입니다.

"This is the cornerstone of our investment philosophy: Never count on making a good sale. Have the purchase price be so attractive that even a mediocre sale gives good results."

[7] Warren Buffett. Letter to partners, January 18, 1963.

좋은 비즈니스가 과연 심하게 저평가된 상태일 수 있을까요? 버핏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레밍'에 비유하며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을 강조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좋은 비즈니스가 저평가 상태에 있는 상황은 주식시장 전체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거나 그 회사에 큰 악재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을 때입니다. 모두 다 비관하며 주식을 외면하는 암담한 시장에서 용기있게 좋은 회사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길게 보면 큰 리스크가 아닌데 아주 위험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또는 시각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들을 갖추고 있어야 좋은 비즈니스가 저평가되어 있을 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정리

워렌 버펫의 투자 철학은 PER나 PBR이 낮은 주식을 사서 무작정 장기 보유하는 것이 '가치투자'인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프랜챠이즈' 기업이 단기적인 악재나 주식시장 전체의 침체 때문에 크게 저평가되었을 때 구입해서 오랫동안 보유했습니다. 저평가된 회사를 장기보유한다는 대원칙은 유지하되, 그래함과 달리 좋은 비즈니스를 적정가에 구입하는 것이 별 볼 일 없는 'bargain'을 구입해서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버핏은 가격이 매입가보다 떨어졌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더 구입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모든 분석을 통해 기업 가치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가급적 많은 양을 구입하라고 얘기합니다. 그저 그런 회사를 수십 개 구입한다고 해서 (비체계적) 리스크가 분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은 현장과 큰 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를 100% 구입하는 것과 수십 주를 구입하는 것의 기준이 다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에게 주식시장은, 협상을 통해 회사를 100% 구입하는 경우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구입할 수 있는 場의 의미만을 갖습니다.

버핏은 일생에 주식을 딱 스무 번만 살 수 있는 것처럼 투자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투자할 회사를 잘 선별해야 하고,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아주 많이 구입하는 것입니다. 여러 번 계속해서 성공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에 의한 단 몇 번의 훌륭한 선택이 평생의 투자 성패를 가릅니다.

투자하려는 비즈니스가 어떤 비즈니스인지 전혀 모른 채 이른바 챠트분석이라는 것으로 시장을 예측해보겠다는(바꿔 얘기하자면 수백만 명의 심리를 예측해 보겠다는) 기술적분석과 달리, 굳이 주식시장을 자주 들여다 볼 필요도 없고 조용히 사업보고서를 평가하고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만 분석하면 되는 버핏식 가치투자 방법은 온갖 사술이 판을 치는 주식 투자의 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또한 궁극적으로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훌륭한 방법이자 투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 자금운용을 위한 투자

 

유가증권(marketable securities)은 당좌자산(quick assets) 중 하나로, 현금을 단기금융상품 등의 예금으로 맡기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뜻합니다. 원래는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유가증권을 대상으로 하는 용어지만 우리 나라 기업회계기준에서는 1년 내의 단기적 자금운용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만 "유가증권"으로 분류하며 1년 이상 보유하는 경우 고정자산 중 투자자산(investments)으로 따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업회계기준 13조에 따르면 유가증권은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성 있는 주식에 한한다), 채권 등과 같은 유가증권 중 단기적 자금운용 목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한다. 다만,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주식과 1년내에 처분할 투자유가증권은 포함하지 않는다.

즉, 유가증권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성(marketabilities)이 있어야 하며 단기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주식이 시장성이 없어져서 현금화가 곤란해지는 경우 투자자산으로 재분류가 되어야 합니다. 예컨데, 단기매매 목적으로 구입한 주식이 상장폐지가 되었고 장외시장에서도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 투자자산으로 재분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유가증권에는 크게 지분증권과 채무증권이 있습니다. 전자는 일반적인 주식(보통주, 우선주)을 생각하면 되고 후자는 국공채, 회사채 등의 채권을 생각하면 됩니다. 주식은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고 채권은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보유합니다.

유가증권을 다르게 분류해 본다면, 단기적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단기매매증권(trading securities)"이 있고, 만기와 상환금액이 확정된 채무증권인 "만기보유증권(securities held to maturity)"이 있으며 단기매매증권도 아니고 만기보유증권도 아닌 "매도가능증권(available-for-sale securities)"이 있습니다. 이 중 단기매매증권과 1년 내에 만기가 돌아 오는 만기보유증권은 유동자산 중 당좌자산으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고정자산 중 투자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유가증권의 취득원가

유가증권의 취득원가는 [매입가액 + 부대비용]으로 계산합니다. 유가증권 취득원가의 예를 하나 들어 봅시다.

예) 회사는 2005년 단기 자금운용을 목적으로 다음과 같이 (주)삼성전자의 주식을 거래했습니다.(단, 거래수수료와 세금 등의 부대비용은 없다고 가정합니다.)

날짜 매입 매도 매입액 또는 매도액
5/1 100주 (주당 450,000원) . 100 x 450,000 = 4500만 원
6/20 100주 (주당 510,000원) . 100 x 510,000 = 5100만 원
9/1 . 50주 (주당 610,000원) 50 x 610,000 = 3050만 원
11/3 200주 (주당 400,000원) . 200 x 400,000 = 8000만 원

취득원가는 총평균법과 이동평균법 중 한 가지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총평균법은 취득가액 전체를 매입주식총수로 나누면 되고, 이동평균법은 처분시점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이동평균법처럼 계산하면 됩니다. 위 예의 경우,

총평균법에 의한 취득단가는
= (4500만 원 + 5100만 원 + 8000만 원)/(100 + 100 + 200)
= 44만 원

이동평균법에 의한 취득단가는
9/1 시점까지의 이동평균을 구해 보면,
(4500만 원 + 5100만 원)/(100 + 100) = 48만 원
그런데 9/1에 50주를 매도했으므로 결산시점인 12월 31일에는 350주를 보유하고 있게 되며, 이 때 이동평균은,
= [(150주 x 48만 원) + (200주 x 40만 원)]/350
= 434,286원

이번에는 회사채도 구입한 경우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회사는 위의 거래 외에도 2005년 11월 1일, 단기 자금운용을 목적으로 (주)가나다의 3년만기 무보증사채(표면이자율 4.00%, 액면가 10,000원)를 9000원에 1000개 구입하였고 거래 수수료로 3만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경우 취득원가는 매입가액에 부대비용을 합한 것이므로, 매입가액(9000 x 1000) = 900만 원에 3만 원을 합하면 903만 원입니다.

유가증권 평가

위와 같이 유가증권을 구입한 회사가 12월 31일 결산시점에 어떻게 유가증권의 가치를 보고해야 할까요? 유가증권은 시장성이 있어서 시가가 명확하게 확인되므로 결산시점의 종가를 공정가로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12월 31일에 55만 원이고 (주)가나다의 회사채가 8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주식의 취득원가는 총평균법으로 기록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 거래수수료와 세금 등은 없다고 가정합니다.)

. 보유주식수 취득원가 공정가액 미실현평가손익
(주)삼성전자 350주 440,000원 550,000원 3850만 원
(주)가나다 1000개 900만 원 850만 원 (50만 원)

영업인가 아닌가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을 단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가증권을 구입하기 때문에 이익이 나면 영업외수익으로 손실이 나면 영업외손실로 분류됩니다. 즉, 취득원가로 매입한 유가증권의 공정가가 취득원가보다 더 커졌다면 그 차이만큼을 영업외수익 중 유가증권처분이익(처분한 경우) 또는 유가증권평가이익(보유하고 있는 경우)으로 인식하고, 반대로 가치가 하락했다면 영업외비용 중 유가증권처분손실(처분한 경우) 또는 유가증권평가손실(보유하고 있는 경우)이 됩니다.

회사의 주된 영업은 잘 되지 않았는데 주식투자나 채권투자로 큰 이익을 얻은 경우 당기순이익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이익의 질은 별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회성일 수 있기 때문이고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커져서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우는 유가증권처분이익이나 유가증권평가이익이 커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역으로, 영업은 더욱 잘 되고 있는데 일회성으로 주식투자 등에 실패해서 이익이 줄어든 경우도 줄어든 주당순이익 숫자를 그대로 받아 들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한편,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의 금융회사는 장단기투자 자체가 본연의 영업활동이므로 투자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손익계산서 상에서도 유가증권처분이익(손실)과 유가증권평가이익(손실)이 영업활동으로 보고됩니다. 이처럼, 업종에 따라서 유가증권 투자를 각기 다르게 평가해야 하는 것입니다.

LIFO Buffer

 

재고자산은 유동자산 중 하나로 크게 제품(finished goods)과 상품(merchandise)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제품은 원재료(raw material)->재공품(work-in-progress)->반제품(semi-finished goods)->제품(finished goods)의 과정을 거쳐 생산 판매된 뒤 현금화되는 재고자산입니다. 상품은 완성품을 매입해서(미착품(goods in transit)) 판매되어 현금화되는 것입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by-products)도 재고자산에 포함됩니다.

재고자산이 판매되면 매출채권이 되고, 최종적으로 현금으로 회수됩니다. 재고자산의 가치는 보통 취득원가(historical costs)로 기록됩니다. 취득원가는 제품인 경우 (제조원가 + 부대비용), 상품인 경우 (매입가액 + 부대비용)입니다. 재고자산이 판매되면 매출원가(Cost of Goods Sold; COGS)가 되어서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재고'재고처리'라는 말이 팔리지 않은 물건을 싼 값에 처분하는 경우에 종종 쓰이기 때문에, 재고가 많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품이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은 팔리지 않아서 늘어 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많이 팔릴 것 같아서 늘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재고자산 증가율은 매출액 증가율과 함께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재고가 이런 양면성이 있음에도 재고가 느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당좌자산과 달리 재고자산은 유지관리 비용이 들고 자산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현금이나 현금등가물은 단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재고는 역으로 창고비용이라든지 운반비용, 시간이 지나면서 재고자산에 손실이 일어나는 등의 형태로 비용이 소요됩니다.

또한, 재고자산은 기업 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재고자산을 많이 유지하려면 그만큼 현금흐름이 나빠집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인 경우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주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재고의 성격 때문에 재고자산은 다른 지표와 비교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재고자산 회전율(Inventory Turnover)

회사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 가장 자주 사용되는 지표가 재고자산회전율입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의 크기로 나누어서 계산합니다.

재고자산회전율(Inventory Turnover) = 매출원가(COGS; Cost Of Goods Sold) / 재고자산(Inventory)

매출원가대신 연간 매출액(Anuual Sales)을 재고자산 크기로 나누어서 계산하기도 합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재고자산 1원 당 더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이므로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얼마가 좋다는 것은 없고, 업종에 따라 적정 재고자산회전율이 다르므로 업계 평균과 비교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동종업계 평균보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더 높다면 더 좋습니다. 동일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 재고자산에 돈이 묶여 있는 기간이 짧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고자산 가격결정: 선입선출(FIFO)과 후입선출(LIFO)

재고자산이 판매되면 매출원가가 되므로, 재고자산의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매출을 기록했어도 기간손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의 가격 결정은 손익계산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대차대조표에도 기말재고자산의 크기로 영향을 미칩니다.

재고자산은 그 형태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매입시기도 수차례에 걸쳐 나타나므로 '어떤 게 팔렸는가'를 결정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이 쓰이고 있는데, 어떤 방법을 채택했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격결정법을 쓰고 있고 그것이 몇 년간 일관성 있게 지켜져 왔다면 괜챦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재고자산 회계처리 방법을 바꾸는 경우, 자산의 크기와 손익의 크기에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으므로 아주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자산 크기를 부풀리거나, 당기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재고자산 평가 기준을 바꾸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재고자산 가격결정법에는 크게 개별법, 총평균원가법, 이동평균법 등의 평균원가법(average cost method), 선입선출법(First-In, First-Out; FIFO method), 후입선출법(Last-In, First-Out; LIFO method) 등이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어떤 방법을 채택하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도는 투자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선입선출법을 쓰느냐 후입선출법을 쓰느냐는 재무제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 봅시다.

어떤 회사가 1월에 100원을 주고 상품을 10개 매입했고 6월에 500원을 주고 동일 상품을 10개 매입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이 상품 중 5개를 1000원을 받고 판매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기 때문에 물가는 점점 더 오르고, 이 때, 선입선출법을 사용하느냐, 후입선출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익의 크기나 자산의 크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입선출법(FIFO)은 먼저 매입한 재고자산이 먼저 팔리는 것을 가정합니다. 그러므로 물가가 오르는 경우, 매출원가(COGS)는 낮아지면서 기말재고자산의 평가액은 올라갑니다. 이익이 과대계상될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를 봅시다. 일단, 매출액은 5000원(=1000원 x 5)입니다. 그런데 선입선출법을 쓰는 경우, 100원에 구입한 재고 10개 중 5개가 먼저 팔린 것을 가정하므로, 매출원가는 100원 x 5 = 500원이 되어서,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4500원입니다. 기말재고자산은 [(100원 x 5) + (500원 x 10)] = 5500원입니다. 이것이 후입선출법에서는 어떻게 바뀌는지 봅시다.

후입선출법에 따르면 나중에 매입한 재고자산이 먼저 팔리는 것을 가정하므로 매출원가(COGS)는 (500원 x 5) = 2500원입니다. 그러므로 매출총이익은 5000원 - 2500원 = 2500원입니다. 선입선출법보다 훨씬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말재고자산 역시 [(100원 x 10) + (500원 x 5)] = 3500원이 되어서 선입선출법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면, 똑같은 재고자산을 판매했더라도 선입선출법을 사용한 경우 당기이익도 커지고 기말재고자산의 가치도 높게 평가됩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후입선출법을 몇 년 동안 사용하다가 갑자기 선입선출법으로 바꾸는 경우 이익을 부풀리거나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또한, 재고자산 평가방법에 따라 부채비율, 재고자산회전율, 이익마진 등이 모두 영향받기 때문에 비율분석을 할 경우 재고자산 가격결정법을 함께 참조하는 것이 더 정밀한 분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입선출법을 사용하는 경우, 매출원가가 줄기 때문에 매출액영업이익율 등의 이익마진이 커지고, 기말재고자산의 크기가 커지므로 부채비율이 더 낮아지며, 재고자산회전율은 줄어 듭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재고자산 평가법을 어떻게 하느냐는 손익계산서 상의 이익에 변화를 주므로 실제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컨데, LIFO 법을 사용하는 경우 매출원가는 현행원가와 비슷하게 계상되어 기간손익이 FIFO 법에 비해 낮게 나타나게 되므로 당기에 내야 할 법인세가 줄어듭니다. 즉, LIFO 법은 법인세이연효과(deferred tax effect)가 있어서 현금흐름을 더 좋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LIFO 법은 기말재고자산의 가치가 FIFO 법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되므로 재고자산평가손에 대한 일종의 완충역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피인수회사가 오랫동안 LIFO 법으로 재고자산을 평가해 온 경우 눈에 드러나지 않는 상당한 버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