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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클럽은 해머처럼 무겁지가 않습니다.  샤프트 포함해서 고작 400~500g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꽉 쥐지 않아도 클럽을 놓치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클럽을 놓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립을 꽉 쥔다고 문제가 될 것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립은 가능한 가볍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손 안에서 놀지 않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립을 꽉 쥐면 어떤 문제가?

그립을 가볍게 쥐라고 하는 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그립을 쥐는데 힘이 가해지면 손목과 팔꿈치에 이르는 여러 근육들이 수축하게 됩니다.  이는 쉽게 테스트가 가능한데요.  클럽을 꽉 쥐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팔꿈치 아래 부분과 심지어는 삼두박근까지도 부담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백스윙을 하게 되면 다운스윙을 할 때 제대로 스윙 스피드를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골프스윙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근육의 힘이 아니라, 얼마나 백스윙을 할 때 근육과 건(tendon)에 탄성에너지(elastic energy)를 많이 저장했다가, 다운스윙을 하면서 이를 뿜어내는 가에 달려 있습니다.  백스윙은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이고, 이렇게 비축된 에너지가 뼈와 근육, 관절, 인대와 건을 거쳐서 공으로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몸에는 탄성에너지를 비축했다가 뿜어내는 스프링과 같은 요소와 에너지의 일부가 흡수되는 스폰지와 같은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려면 당연히 흡수가 되는 스폰지와 같은 요소를 가능한 줄여주어야 합니다. 

그립을 꽉쥐게 되면 백스윙을 할 때 근육과 건, 인대 등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탄성에너지의 비축도 줄어들게 되고, 다운스윙을 할 때에도 수축된 근육과 인대 등에 의해 에너지 흡수가 나타나게 되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프로들이 그립을 쥐는 힘은 최대 악력의 25% 정도로 조사되는데, 아마추어는 그 3배 정도로 강하게 쥔다고 합니다.


강하게 쥔 그립은 정확성과 컨트롤에도 부정적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립을 꽉 쥐면, 클럽헤드 스피드는 줄어들지 몰라도 왠지 보다 정확하게 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사실과 다릅니다.  그립을 부드럽게 쥐면 터치를 하고 느끼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가볍고 정확한 샷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손은 예민하기 때문에, 가벼운 터치를 통해 감각을 조율하는 것이 모터 메모리를 활성화시키고 사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손끝, 손바닥과 뇌가 무의식 중에 효과적으로 소통을 하고, 스윙을 하기 전에 머릿 속에 그렸던 스윙의 동작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가볍게 쥐는 그립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드라이버의 임팩트를 할 때 빠른 스윙을 구사하는 사람의 경우 원심력의 정도가 45kg을 넘는 점을 들어, 너무 가볍게 쥐면 클럽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전체 스윙 동작에서 이 정도의 힘이 필요한 것은 임팩트 직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가볍게 쥐되 놓치지 않을 정도로 다운스윙과 임팩트를 할 때 지탱하는 정도의 힘을 가지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에 따라 강하게 쥐어야 할 경우도 ...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이렇게 가볍게만 쥐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라이가 어려워서 스윗스팟에 맞추기 어렵고 손에 강한 반발이 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립을 강하게 쥡니다.  또한, 볼이 러프에 들어 있어서 풀의 저항이 강할 것으로 예상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심리적인 요인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샷에 자신이 없을 수록 그립을 강하게 쥐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  자신의 멘탈을 잘 다스려서,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샷을 한다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립 자체에 대한 방법과 종류,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의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연관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연관글:  2009/03/11 - 골프 그립을 과학적으로 풀어봅시다.

by gak from Flickr


골프 백스윙은 얼마나 길게 해야 할까요?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는 백스윙이 높고, 클수록 왠지 공을 멀리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위의 사진처럼 백스윙이 오버스윙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요?  백스윙을 오버스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아크를 그리는데 있어서 각도가 커지게 됩니다.  스윙의 길이는 길어지겠지만, 스윙을 하는데 필요한 힘도 커지고 스윙을 하는 시간도 다소 길어집니다.  그래서, 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백스윙이 커지면 스윙아크는 확실히 커지지만, 스윙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힘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정작 클럽헤드 스피드의 증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백스윙이 크면 타이밍과 템포를 망가뜨리기가 쉽습니다.  보통 좋은 템포는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스윙에서 나오게 되는데, 과도하게 백스윙이 이루어질 경우 몸의 꼬임의 정도가 과신전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유연한 스윙동작이 나오기 힘들어 집니다. 

결국 큰 백스윙은 별로 거리의 증가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되려 잘못된 샷을 할 가능성만 높이게 됩니다.  이것이 컴팩트한 백스윙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보통 젊은 프로선수들은 백스윙이 과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들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게 되면 보통 자연스럽게 백스윙을 컴팩트하게 가져갑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백스윙 크기가 적당할까요?  사실 왕도는 없다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잭 니클로스(Jack Nicklaus)가 집필한 In Golf My Way라는 책에 의하면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작으면 좋은 리듬감과 템포를 이용하는 것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대략 백스윙 탑에서 클럽헤드가 땅을 향하는 각도가 나오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지면과 수평이 이루어질 정도의 백스윙(3시 방향)을 최대로 생각하고, 사람에 따라 1시~3시 정도 방향을 클럽헤드가 가리키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by Diego Villaseñor from Flickr



골프격언 중에 "드라이버는 예술이고 퍼팅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기에는 드라이버가 멋지지만, 그린에서 퍼팅 한차례 덜하면 드라이버 잘못 친 것을 바로 만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팅과 관련한 훈련이나 연습은 다른 골프연습에 비해 등한시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국내 연습장 사정 상, 의외로 퍼팅을 하기 좋은 곳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것이 퍼팅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퍼팅실력을 조금이나마 효과적으로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지과학 이론을 감안하여 퍼팅실력을 쉽게 연마할 수 있는 습관에 대해 설명할까 합니다.


퍼팅할 때마다 이미지를 그려 봅시다.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그리고, 실제로 이를 연상하면서 행위가 이어졌을 때 그 강화효과는 대단히 큽니다.  특히 퍼팅과 같이 정확도를 요구하는 동작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근육의 기억과 감성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포스팅한 바 있습니다.

연관글:  2009/04/17 - 타이거 우즈가 환호성과 액션이 큰 이유


퍼팅을 할 때에는 일단 퍼팅 라인을 보고, 공을 보면서 이 공을 퍼터로 치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속도를 굴러갈 것이며,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며 마지막에는 홀컵에 공이 떨어지는 것을 머릿속으로 반드시 연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상이 끝나면, 퍼터를 들고 공에 집중을 하면서 신중하게 퍼팅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긴장을 풀지 말고 자신이 퍼팅한 공이 이미지로 그렸던 가상의 라인을 따라 가는지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집중을 더하면 더할 수록 잘한 퍼팅 과정이 자연스럽게 뇌에 남아서 강화가 됩니다.  퍼팅을 하고 내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를 가지게 되면 잘된 퍼팅의 동작 및 기억도 그냥 휘발성 기억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퍼팅을 하고나서 마지막 공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움직이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팅 직전까지는 그렇게 집중을 했으면서, 일단 공을 때린 뒤에 긴장을 푸는 버릇은 삼가하도록 합시다.  수많은 프로골퍼들이 그린 위에서 일단 퍼팅을 하고 나서 자신의 공이 굴러가서 멈출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공을 응시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연상 및 가상의 이미지와 자신의 플레이를 동기화하는 중요한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것입니다. 


무의식 학습과정의 중요성

잘 느끼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연상을 하고, 그것이 실제 동작을 통해서 일치가 되었을 때의 학습강화 효과는 무의식 중에 강력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런 과정이 익숙해지면 점점 더 복잡한 연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골퍼들의 경우에는 상당히 복잡한 계산과정 및 연상을 퍼팅을 하기 전에 하고, 이렇게 연상한 것들이 퍼팅을 하면서 실제로 그대로 이루어지는지를 면밀히 관찰합니다. 

예를 들어, 퍼팅 스트로크의 속도, 공을 터치할 때의 느낌, 그리고 공이 굴러가는 궤적 중에서 그린 위에 어느 위치들을 지나가는지 여부, 브레이크의 위치와 그린 경사면의 차이, 그린 풀의 종류와 누워있는 방향 등을 빠른 시간 중에 전부 머릿 속에 그려냅니다.  아마추어들은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의 속도와 자신이 그린 가상의 퍼팅 라인과의 매칭 정도는 그릴 수 있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과학

이런 연상과정이 들어맞으면 맞을수록 우리 뇌의 운동기억(motor memory)이 강화됩니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신경네트워크(neural networks)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데, 특히 눈으로 보는 시각은 우리 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과, 상상을 하는 것도 서로 연계가 되어 있으며, 이들이 운동기억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운동기억은 다음 번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지를 그려낼 때 또다시 연상작용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에서 준비가 되며, 행동으로 이어질 때 자연스럽게 대뇌를 통해 척수와 말초신경을 거쳐 우리 몸의 근육 들에게 지령을 내립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수 많은 연습과 훈련입니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이러한 기억을 강화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프로 선수들이라면 연습의 힘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렇지만, 아마추어들의 경우 이렇게까지 연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생각을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퍼팅을 하고, 그랬을 때 공이 어떻게 굴러갈 것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면, 실제 상황에서 이 기억이 적용되었을 때 아무 성의없이 퍼팅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강력한 기억으로 남게 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가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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