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강남'인가?"
강남권 약세ㆍ비강남 강세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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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ㆍ수도권 지역에서 집값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분당신도시 등 인기지역 아파트 값이 오르면 비강남권이 뒤따라 오르고,가격 조정기엔 비강남권이 먼저 영향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딴판이다. 적어도 올 4분기 동안 집값은 강남권 등 인기지역보다는 강북권이나 수도권 북부지역이 더 많이 올랐다.

이른바 ‘강북권’이 ‘강남권’보다 강세를 보이는 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에만 집중되던 주택 수요가 재료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상승률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강남 집값에만 집착하는 사이 비강남권이 가격을 주도하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가격 역전 현상 가시화

요즘 아파트 값은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지역이 선도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값은 재건축 규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반면 과거 홀대받았던 강북ㆍ노원ㆍ도봉구 등 서울 강북지역과 고양ㆍ김포ㆍ남양주ㆍ의정부시 등 수도권 북부지역 등은 11.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에도 호가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54% 올랐다. 하지만 노원(2.05%)ㆍ강북(1.15%)ㆍ도봉구(1.13%) 등 강북권 아파트들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주 강북권 아파트값은 1.39% 뛴 데 반해 강남권은 0.24%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 상승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3개월 간의 아파트 값 상승률을 비교해 봐도 이같은 현상을 엿볼 수 있다.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값은 10월 초 이후 12월 27일 현재까지 10.65% 올랐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있는 양천구는 9.91%, 분당신도시는 7.47%, 용인시는 10.55%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노원구는 이보다 훨씬 높은 20.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도봉구와 강서구도 각각 14% 이상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는 16%, 김포시 19%, 파주시 18% 올랐다. 과거 서울 강남권과 분당, 목동 등이 뛰면 강북권과 수도권 북부지역이 따라가는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인기지역 아파트 값은 주춤

올 상반기 아파트 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권과 강동ㆍ양천구, 경기 분당ㆍ용인 등 인기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달 이후 안정세가 뚜렷하다. 10월까지 가파르게 진행되던 호가 오름세는 한풀 꺾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선뜻 사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단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런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중에 11ㆍ15부동산 대책, 반값 아파트 공급,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의 집값 안정책이 잇따라 나오자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더 깊어진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동 실로암공인(02-426-8333) 양원규 사장은 “추석 직후 6억원대에서 거래되던 고덕 시영아파트 17평형의 호가가 최근 5억7000만원까지 낮아졌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가가 다소 내렸지만 대기 매수자들은 호가가 더 빠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는 올 가을 서울시내에서 아파트 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으로 9월 한 달 동안에만 10% 이상 급등했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도 지난달 이후 거래 두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삼성공인(02-2646-6600) 오광열 사장은 “올 가을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이 없어 아파트를 사지 못한 손님들에게 조건에 맞는 물건이 나왔다고 전화해도 대기 매수자들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며 매수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급할 게 없다”며 호가를 내리지 않아 매도ㆍ매수 희망가 차이만 더 벌어지고 있다. 목동 10단지 20평형의 경우 매도희망가는 5억5000만원선이지만 대기매수자들은 4억원대로 내려가면 사겠다는 반응이다.

대출받기가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점도 매수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강남구 도곡동 수지정부동산(02-576-6002) 정수지 사장은 “올 가을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 중 대출을 예상대로 받지 못해 잔금 마련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는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 수지구 성복동 자이공인(031-272-8972) 박재하 사장은 “11월 초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고 말했다.
 
10월까지는 집주인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11월 이후에는 집을 팔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올 가을 8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성복동 LG빌리지2차 49평형의 호가가 7억 6000만원까지 내렸다. 성복동 일대에서는 벽산첼시빌 75평형이 7억8500만원에 최근 거래됐는데 이는 집주인들이 부르는 호가(11억~14억원)와 크게 차이 나는 가격이다.

분당지역 아파트 값도 11월 이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 늘푸른공인(031-704-1144) 노성훈 사장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집값 안정책의 여파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들어 강남권과 분당(사진) 등 '인기지역' 집값은 안정세가 뚜렷한 반면 강북권 등
  '비인기지역'으로 꼽혔던 곳이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강남권, ‘반전’ 분위기 역력

강북권과 수도권 북부지역 등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부동산 시장은 ‘반전’ 분위기가 역력하다. 숨고르기 장세에 접어든 인기지역과 달리 강북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추석 이후 오르기 시작한 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노원구는 창동차량 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에 따른 개발 호재로 치솟은 집값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 부담 때문인지 매수세가 예전보다는 줄긴 했지만, 가격만 맞으면 매수하겠다는 수요는 여전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 43평형은 6억~7억원으로 보름새 2500만원 호가가 올랐다. 노원구 공릉동 현대홈타운스위트1단지 43평형도 2000만~2500만원 올라 7억~8억원 선이다.

성북구 길음동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길음동 동부센트레빌 33평형은 4억2000만~4억5000만원으로, 추석(10월 초) 이전 때보다 최고 1억원 가량 올랐다. 올해 초 이 아파트 값은 3억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11월 입주를 시작한 길음동 삼성래미안3차 33평형도 로열층 기준으로 한달 전보다 5000만원 가량 올라 6억원을 호가한다.
 
길음3동 온누리부동산(02-984-7300) 장명환 사장은 “최근 몇 개월새 가격이 수직상승했지만 조금만 호가를 내리면 사겠다는 대기수요가 지금도 많다”고 말했다.

도봉구도 북부 법조타운과 창동 민자역사 건립 등의 호재로 도봉동과 창동 일대 아파트 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창동 아이파크창동현대4차 39평형은 4억3500만~5억85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새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창동 S공인 관계자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호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장기 소외’ 지역서 가격 선도 지역으로

강서구 마곡동도 마곡지구 개발 호재 등을 안고 호가 강세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 마곡동 신안아파트 32평형은 4억원선으로 올해 초보다 1억~1억3000만원 올랐다. 40평형도 일년 새 2억원 가량 올라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마곡동 서서울공인(02-3662-9988) 김경래 사장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건설과 마곡지구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호재가 널려 있어 가격이 좀처럼 빠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서구 방화동 스피드공인(02-2661-5599) 김연례 사장은 “방화동에서 일년 새 아파트 값이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며 “인근 목동 지역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적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지난 몇 년간 집값 측면에서 소외받았던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대 아파트 값도 호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탄현동 동신아파트 33평형은 4억~4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올해 초보다 무려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탄현동 탄현역공인(031-922-6600) 김준현 사장은 “일산신도시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데다 인근에 초대형 주상복합 단지가 조성된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들썩였다”며 “비수기인 요즘에도 물건을 찾는 사람은 많으나 매물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집값 상승에서 최대 소외지역으로 꼽혔던 의정부ㆍ양주ㆍ동두천 등 수도권 동북부지역도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 등 잇단 호재로 호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의정부 녹양동 현대홈타운 32평형은 최근 두달 새 5000만원 가량 올라 2억3000만~2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42평형도 3억6000만~3억8000만원선으로 지난 9월 입주 초기 때보다 5000만~7000만원 올랐다.

녹양동 현대홈타운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후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아파트 값이 최근 들어선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 호재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집값이 계속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집값 역전 이유 따져보니

이처럼 집값 역전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개발 호재 여부에 따라 집값 움직임도 차이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은 호재가 넘쳐나는 곳이 적지 않다. 고양시 행신ㆍ화정ㆍ탄현동만 하더라도 경의선 복선 전철 개통(2007년 말)과 제2자유로 건설, 인근 파주 신도시 건설 등 대형 호재가 넘쳐나면서 수요자들의 개발 기대감이 주택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강남권 등은 별다른 호재 없는 데다 재건축 및 6억원 이상 담보대출 제한 등 규제만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강남권의 경우 사실상 대출총량 규제로 매수세가 꺾인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떠안는 고가주택 기준을 피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의 집값이 상승세를 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한도가 줄고 있는 은행권 대출이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막혀 매수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도 가격 약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비강남권 집값이 낮게 형성됐다는 점도 이곳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각종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강남권과 분당 등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신 그나마 싼 강북권이나 수도권 외곽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 호평지구에서 영업하는 부동산1번지공인(031-591-8484) 김성채 사장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놓아 하는 게 아닌가’하는 실수요자들이 아직도 많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매물은 여전히 귀한 편”이라고 말했다.

집값 역전은 일시적 현상?

하지만 이 같은 집값 지형도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강남권 등의 경우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와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조정으로 현재 가격이 보합권에 머물고 있을 뿐이지 집값 약세가 대세로 자리잡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강남권 등 인기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며 “정부 정책이 쏟아질 내년 초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집값도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이 윤곽을 드러난 내년 이후에는 아파트 시장 판도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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