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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주 사모의 삶에는 언제나 단 한가지의 목표만이 있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다는 것. 그랬을 때, 그녀는 삶의 고비마다 “하나님이 하셨어요.”라는 승리의 고백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초중학교에 다닐 무렵, 그녀는 꿈에 그리던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 |
우리 부부에게 허락하신 생명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결혼 2개월만이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엄마가 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지 두 달 만이었고, 나의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포부도 컸다.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1년쯤 기도하며 천천히 임신을 계획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나의 생각과는 다른,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실행시키신 것이었다.
20년 전, 정경주 사모('하나님이 하셨어요'의 저자)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미국인이며 목사였던 남편의 목회를 돕고 있었다. 그들의 선교대상은 주로 한국인 부인과 미국인 남편으로 이뤄진 가정(남편들은 대개 과거에 주한미군들이었다)이었는데, 그때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정경주 사모는 선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게 되고 마침내 캘리포니아주의 탈봇 신학대학원의 입학허가서를 받아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로 이사하는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소식은 첫 아이의 임신이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감사함과 동시에 불안감에 휩싸이지는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왜 지금이냐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은 꿈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마음 속 작은 소리로 반항하지는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는 의외로 담대했다. 생명이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을 믿으니, 하나님의 뜻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신학대학원 입학을 잠시 먼 미래로 미룬 것이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말하며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가지지 않고 자녀 양육에 온 힘을 기울인다.
사실, 위에 정리한 내용은 '하나님이 하셨어요'라는 책의 극히 짧은 부분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어머니로서의 자아정체성에 대해 논하거나 여성으로서의 인생 성공담을 다룬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경주'라는 사람의 삶 속에 역사하신 하나님에 대해, 오로지 자신이 주께 받은 은혜에 대해 간증하는 책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이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고비들과 고민해야 되는 문제들, 또 그 아픔들을 이겨내는 지혜와 마음가짐들을 배우게 됐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반드시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아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성실히 지켰던 정경주 사모, 또 남편의 최고의 조력자였던 아내로서의 정경주 사모, 그런 정경주 사모였지만 그녀도 자녀를 키우며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두 아들이 서너 살이 됐을 무렵, 목회에 너무나 바빠 집안일에 소홀했던 남편과의 관계에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루는 큰 가방에 자신의 모든 짐을 쏟아놓고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남편에게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한 마디에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 말은 자신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므로 아내가 자신을 떠난다면 목회를 내려놓겠다는 남편의 절망 섞인 고백이었다. 그 때, 그녀의 마음속에 든 생각은 남편에 대한 측은한 감정이 아니었다(부부의 상황은 더 심각했기에...).그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또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 하나였다. 후에 정경주 사모와 남편 켄 목사는 가정 사역을 하던 좋은 멘토 부부를 만나 부부의 문제를 해결 받게 된다.
정경주 사모의 삶에는 언제나 단 한가지의 목표만이 있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다는 것. 그랬을 때, 그녀는 삶의 고비마다 "하나님이 하셨어요."라는 승리의 고백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초중학교에 다닐 무렵, 그녀는 꿈에 그리던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 남편인 켄 목사는 주한미군 부대의 군목으로 섬기기 위해 한국에 들어가 혼자 생활하던 시기였다. 그녀는 두 아이들을 돌보며 가까스로 공부에 임하고, 그 결과로 올 A+을 받고 졸업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도 그녀는 "하나님이 하셨어요."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먹이시고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갑자기 차가 고장 나서 쩔쩔매고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의 친절로 차를 고쳤던 것, 추수감사절에 남편 없이 자녀들과 외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이웃의 도움으로 성대한 만찬을 맞이하게 된 것... 등등 하나님은 마치 아기의 옹알이에 귀를 기울이고 돌보는 어머니처럼 '정경주'라는 사람의 삶을 돌보셨던 것이다.
그 밖에 수많은 기적들이 그녀의 삶을 지나갔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녀가 한국 어느 대학의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게 된 것(하나님은 이때 그 대학 총장의 새벽 기도에서 정경주 사모를 캠퍼스 복음화 사역의 일꾼으로 사용하라는 응답을 주셨다고 한다), 갑상선 항진 수술 후 찬양 사역자로 살게 되었는데 이 때 기적적으로 스폰서를 만나 찬양 앨범을 내게 된 것, 2002년 월드컵 한미전에서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국가를 부르게 되었는데 이 때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신앙 간증이 FIFA 공식 홈페이지에 실리게 된 것, 자신의 기도를 통해 두 아들이 의대생과 신학생으로 진로를 인도받은 것 등등
정경주 사모는 모든 여성이 부러워할만한 인간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소박한 것을 보게 된다. 오직 자신은 사라지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 그 순수한 열정을 늘 기도로 풀어내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성실하게 살았던 삶의 자세...
그녀의 모습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내 마음 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잘못된 욕망을 돌아보게 되고, 하나님만을 더 사랑하고 그 분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사모하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나의 꿈과 재능을 펼쳐 주실 거라는 믿음과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님 앞에서 여쭙고 순종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변화에 대해 나 역시 고백하고 싶다. 하나님이 하셨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