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우수사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사이에는 일을 지시하는데 있어서 미묘한 차이
를 느낄 수 있다. 우수한 사원들에게 상사가 일을 부탁할 때는 "당신 요즘 바쁘지? 내 당신이 바쁜 줄
은 알고 있는데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는데 어쩌겠나? 며칠까지 해 줄 수 있겠지?"
등과 같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위해서 '당신이 시간을 내 줄 수 있
느냐, 없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에게 상사가 일을 부탁 할 때는 "당신 요즘 뭐하고 있어? 별 일 없으면 이거라
도 해봐? 그런데 당신 이 일 잘 해 낼 수 있겠어?" 와 같이 시간을 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이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인가에 대한 능력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작업 지시방법의 차이에서 그 일의 성공여부는 거의 판가름 난 것이나 다름없다. 우수한 사원
의 경우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데 초점을 맞추어 그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 할 수 있는 자원을 다 동원해서 일을 잘 하려고 더욱 노력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별 일이 없
어서 시간 때우는' 정도의 일을 자신에게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중요성 면이나 그리고 상사의 기
대 충족감에서 한풀 꺾이게 되고 자신감도 없어질 뿐 아니라 그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진
다.
일반적으로 우수사원이어서 자신감을 갖게 되는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우수사원이 된 것인지는 명확
하게 알 수 없지만 고성과 또는 고업적을 내는 우수사원들의 공통적 특징에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자신감은 허무맹랑한 야망도 아니고 거만한 태도도 아니
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이러한 자신감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
형 엔진을 달게 되면 높은 출력을 통해 파워가 강해지고 이로 인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직장인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많은 상사들이 이러한 자신감을 불
어넣어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현실에 닥치면 쉽지 않은 것이 자신감이
다. 자녀들 중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는 '공부를 너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말라'고하면 더욱 열
심히 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면 모든 것을 포
기하고 아예 나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을 불어 넣는데도 상황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
"지금은 네가 닭처럼 살고 있지만 너 안에는 거대한 독수리의 심장이 펄떡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너는 새의 왕인 독수리다. 힘껏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거라." 콜린 터너의 '원숭이 사냥'에 나오
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하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감을 꾸준히 키워 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자신감에 대한 커다란 벽이
있다. 아무리 닭을 독수리라고 외쳐본들 주위의 사람들이 독수리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
다. 직장인 누구인들 독수리가 되고 싶지 않겠느냐마는 독수리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벽을 어떻게 깰
것이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어떤 직장인이 닭인지, 그리고 어떤 직장인이 독수리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학벌
이 많이 작용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직장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업적이나 성과를 내기
전에 그 사람을 평가해야 할 때 보편적인 잣대가 되는 것이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따지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때 형성된 선입관이 그 사람을 닭으로 만들
기도 하고 독수리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독수리로 선입관을 가진 사람이 실수라도 하게 되면
"아니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랬어!"라고 긍정적인 멘트가 깔리고, 닭으로 선입관을 가진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되면 "내 그럴 줄 알았어. 뭘 제대로 해내는 게 없어!"라면서 확인사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선입관은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3년 정도의 기간동안 지속 된다고 보면
된다. 만약 3년 정도의 기간동안 자신에게 불리한 선입관을 불식 시키지 못하고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영원한 닭으로 낙인찍힐 뿐 아니라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다. 대신 소위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 에게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기간 동안에 상사로부터
독수리로 평가 받으면서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그냥 독수리 군으로 남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는 말이다.
결국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최소한의 위치가 독수리군 에서 시작하되 '큰 잘못이 없다면' 독수리
군 을 지킬 수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최소한의 위치가 닭으로 시작해서
'큰 성공을 거두어야만' 독수리 군으로 올라 갈수 있다는 것이다. 학벌극복을 위해 많은 제도들이 쏟
아져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서 부닥치고 있는 직장인들에겐 아직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
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감을 조직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직장인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수밖에 없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조직생활의 성공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
감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첫째,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타인이나 동료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일을 꾸
려 나가려 하고 또한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적당한 역할을 분담하여 일을 처리하므로 경쟁적 파트너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부서배치나 일을 맡겨도, 보다 좋은 업무
를 위한 경력개발 차원의 배치나 훈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필요한 좋은 체험이
던 나쁜 체험이던 가리지 않고 조직의 노하우로 축적시켜 간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에서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도적이라 할지라도 '자신감' 을 갖도록 해야 하고
특히 주의 할 것은 이러한 자신감은 타인에 대한 거만한 태도와 같이 너무 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자신의 성공적인 업적에 대해 지나친 겸손을 보이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중요적인 자신감
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적 태도'에 있음을 알아야한다.
칼럼니스트 공선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