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별’ 달려면 하지 말아야 할 4가지



대기업 임원을 흔히 ‘별’이라고 한다. 고액 연봉에 사회적 명예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한 만큼 별을 따기가 쉽진 않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그룹의 임원이 되거나 이를 유지하려면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 즉 4금(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의 장인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에게 4가지 금기사항을 밝혔다.

 

첫째는 여자. 이른바 불륜의 여성과 ‘두 집 살림’을 하거나 여성접대부에게 빠져 고급 유흥업소 출입을 밥 먹듯 하는 직원은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런 경우 반드시 봉급 이상의 부정한 돈이 필요하게 되고 그러면 시쳇말로 거래처를 등쳐 먹거나 회사 공금을 빼돌리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 상사의 직위를 이용해 부하 여직원을 성적(性的)으로 괴롭히는 일도 용납되지 않는다.

 

둘째, 도박이다. 일가친척과 친구들 사이의 친목 도모 수준은 괜찮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도박은 안 된다. 결국 부정한 돈을 만지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골프. “골프가 비싼 스포츠이긴 하지만 많이 대중화되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이 관계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부장 때까지는 골프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임원이 되면 골프 비용이 회사에서 지원되지만 부장이 무슨 돈으로 한 번에 수십만 원씩 드는 골프를 합니까. 부장들의 골프 비용까지 회사에서 댄다면 대한민국 골프장은 (그들로 가득 차) 부킹(예약)이 안 될 겁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임원은 750여 명, 부장급은 3000여 명이다.

 

마지막 금기사항은 주식. 장기 투자는 괜찮지만 일일 매매 같은 단기투자는 안 된다. 프로 집단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개미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벌려는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회사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것.

 

삼성 관계자는 “성직자나 공직자 같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임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전무에게 준 경영 좌우명 2가지▼

 


‘경청(傾聽).’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70년대 후반 셋째 아들인 이건희 현 회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마음을 정한 뒤 이런 휘호(揮毫)를 직접 써서 건넸다. 이때부터 이 회장은 자신의 말은 극도로 아끼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 자연히 인생의 좌우명도 ‘경청’이 됐고 그 ‘경청’의 자세가 삼성을 일류기업으로 이끈 중요한 원천이 됐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그런 이 회장이 몇 년 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두 개의 휘호를 건넸다고 한다. 하나는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이어져 온 ‘경청’이었고, 또 하나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마음을 씀을 이르는 말)’였다. 삼성그룹 후계자의 경영수업 과제로 ‘삼고초려’가 추가된 것이다. 이 회장은 2003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의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본능적으로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한다. 인재에 대한 욕심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삼고초려,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그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즉 삼고초려는 삼성 특유의 인재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뒤 “최근 이 전무가 삼성전자 최고고객경영자(CCO·Chief Customer Officer)를 맡게 된 데는 국내외를 누비면서 최우수 인재를 영입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이 전무의 CCO 조직은 별도의 상시기구를 두지 않고 사안에 따라 그룹 내 핵심 인력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별도의 상시적인 CCO 조직을 만들 경우 ‘다른 총괄 CEO의 해외 협상에 참여해 힘을 실어준다’는 원래 기능에서 벗어나 CEO들의 위상이나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도 휘하에 별도 조직이 없지 않으냐. 삼성그룹 전체가 이 회장의 조직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 전무도 별도 조직이 없더라도 삼성그룹 업무 전반에 깊게 관여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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