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추한 사람들



객관적인 시각을 우연히 만날 때, 그것도 예기치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얻을 때 인상이 깊다. 최근 북한을 등지고 새 삶을 찾아 나선 북한 사람 중에 여자가 늘고 있다. 그들에게 두 번째 모국이 된 한국의 인상을 물어보았다. 한국 여성에 대한 평가가 의외로 진솔하고 좋았다.

 

“살결도 우리같이 검지 않고, 뽀얗고 예쁜데 왜들 그렇게 다들 화장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낭비도 심한 것 같습니다. 예쁜 옷을 입기 싫다고 막 버리는데, 그런 옷을 한 가지라도 입어 보고 싶어 하는 북쪽의 가족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젊고 열심히 살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탈북 여성의 비평은 담담하면서 섬뜩했다. “남쪽 사람처럼 용모에 신경 쓰고, 돈 많이 쓰는 사람들은 어디 가도 찾기 힘들 것 같아요. 미인에 걸신들린 나라 같습니다. 미국 여자도 하루 종일 거울만 들여다보며, 얼굴 돌보기만 합니까?”

 

연구차 가끔 서울을 방문하면서 강하게 받은 인상은 여자도 남자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람도 있지만, 천하고 야비해 보이는 사람 역시 눈에 많이 띈다는 사실이다.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람은 오히려 남대문 시장에 쪼그리고 앉아 보따리 장사를 하는 분들 중에 많은 것 같다. 5성급 호텔을 들락날락하는 선남선녀가 아름답고 우아한 귀족층이라는 인상은커녕, 돈 냄새를 풀풀 풍기며 천하고 경박해 보일 때(?) 적잖은 당혹감이 앞선다.

 

외모에만 신경쓰는 한국인

해외여행지에서 많이 목격한 한국인의 모습에서도 경제 성장과 인격 성장이 반비례로 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모든 사람이 출입국심사대 앞에서 일렬로 줄을 서 기다리는데 이 상식과 사회규범을 어기고 서 있는 사람들 중 유독 한국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 옆, 아내 옆, 친구 옆에 서서 일렬종대의 단정한 대오를 두세 줄로 만드는 이들.

 

한 쌍의 신혼부부는 싱가포르 비행장에서 타인의 눈총을 받는 줄 모르고 타인의 공간을 파고든 채 쇼핑가방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앞에 선 사람, 뒤에 선 사람의 가방을 건드리고 밀치게 되자 드디어 뒤에 선 인도인이 “여보시오, 제발 나를 더는 접촉하지 마시오”라고 했다.

 

앞의 여자가 드디어 한국말로 입을 열었다. “남들이 어떻게 줄을 서 있나 한번 보세요. 항상 남의 공간을 건드리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 나도 당신들 덕분에 등에 멘 가방을 몇 번이나 치였는지 몰라요. 내가 어머니 같은 나이라 한마디 하니, 고깝게 생각 말고 자세를 잘 지키세요. 그러고 한마디 더. 여행에서 수수한 복장과 더럽게 입은 복장은 큰 차이가 있지요. 신발을 꺾어 신고, 긴 바지가 질질 끌리고, 헝클어진 긴 머리는 수수한 여행 차림이 아니라 게으르고 천한 모습이지요.” 한숨에 이런 말을 하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앞에 선 여자는 다름 아닌 나였다.

 

지하철을 타면 두 다리를 단정하게 모으고 앉은 분도 있지만, 두 다리를 한자의 팔자 모양으로 벌리고 옆 사람 공간을 차지하듯 앉은 분들 역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다리를 오므리고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이웃 나라 일본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길에 서너 명의 친구들이 좍 일렬로 늘어서 걸어가며, 바빠서 급히 걷는 분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어’라는 듯한 모습의 사람이 비교적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에티켓 무시하는 천박함은 늘어

언젠가 식사를 함께 한 외교관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과거엔 악한 사람이 정말 있었습니다. 정치 이념이 좋지 않다고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사람을 죽인 정치가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요즘엔 천한 사람이 늘어나는 나라 같습니다. 말도 천하고 행동도 천하고 정신도 천한 사람이 득실거립니다.” 그분의 한숨이 잔잔히 내 가슴속으로 번지며 머리도 마음도 무거운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용모와 좋은 머리를 타고난, 소위 유전인자가 우수한 한국인이 정말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하는 날,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정치 문화의 일류국가가 될 것이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