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까지 37㎞ 뛰어서 귀가하는 '마라톤 퇴근맨'
1주일에 최소 세 번은 실천 꽉 끼는 쫄바지차림 시청 명물로
“대한민국 땅 한바퀴 돌아보자” 1500㎞ 울트라 마라톤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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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시선도 아랑곳없이, 초연한 얼굴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의 집. 일산신도시와 수색을 거쳐 37㎞를 지나왔다. 시계는 밤9시40분을 가리켰다.
“2주 전부터 시작한 뒤 오늘로 네 번째네요. 한 주에 최소 세 번은 합니다. 그래 봤자 ‘워밍업’ 정도죠.”
‘고난의 행군’을 사서 하면서 몸풀기라니. 이유가 있다. 내년 가을, 그가 앞장서서 벌이는 ‘대한민국 일주 울트라 마라톤 1500㎞’를 뛰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최장거리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휴전선 일대와 동·남·서해안을 돌아 출발점으로 오는 코스. 강원도 속초, 부산, 전남 해남(땅끝마을)이 꼭짓점이다. 9월21일 오후 5시에 출발, 10월7일 오후 6시까지 385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
“뛰고 뛰어도 성이 안 차더군요. 그래서 대한민국 땅 한 바퀴 돌아보자고 했죠.”
그는 얼마 전 뜻 맞는 사람들과 모여 대회조직위를 결성했고, 홈페이지(www.kum1500.net)도 열었다. ‘311㎞(대한민국 횡단 거리)이상의 울트라 마라톤 시간 내 완주자’를 조건으로 내걸자 지금까지 26명이 도전장을 냈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 횡단과 해남 땅끝마을~고성 통일전망대(622㎞), 부산 태종대~파주 임진각(537㎞)코스를 모두 뛴 사람만 진씨를 포함해 15명.
이 중에도 마라톤에 가장 ‘미친’ 사람은 단연 진씨다. 2000년 첫 하프코스(21.0975㎞) 완주 이후 국토를 세 번 가로질렀다. 제주도 주변 100㎞, 한라산을 돌고 도는 146㎞ 등도 뛰었다. 37㎞의 ‘마라톤 퇴근’과, 주말에 하는 서울 성산대교~광진교 구간 왕복(50㎞) 등 대회를 앞둔 ‘자체 훈련’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뛴 거리는 총 4400㎞ 정도. 풀코스(42.195㎞)를 100번 넘게 달린 거리다. 뛰지 않을 때도 다리 근력 유지를 위해 1.5kg짜리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차고 다닌다.
이렇게 뛰니, 특이한 추억도 많다. “2004년 횡단코스 뛸 때 바지가 비에 젖은 적이 있어요. 마침 산속이기에, 한동안 벗고 뛰었죠.”
이야기 도중, 웬 파일들을 꺼내 보여준다. 6개 코스를 뛰며 든 생각들을 담은 일종의 ‘마라톤 일기’. 지금껏 책 6권 분량을 썼다. 달린 코스의 특성과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세세히 적혀 있다.
진씨는 시청에서도 유명인사다. ‘보기 민망할 만큼 꽉 끼는 타이츠 바지’ 입고 퇴근하는 사람은 진 계장뿐이다. 파주시선관위 직원 송진철(39)씨는 “계장님 복장 보고 ‘참 용기 있구나’ 생각했다. 놀랍고 멋지다”고 말했다. “만날 뛰기만 하냐”며 핀잔 주던 아내도, 달리기에 입문해 이젠 10㎞를 너끈히 완주하는 ‘주부 마라토너’가 됐다.
진씨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1500㎞ 참가자들과 모여 100㎞ 주파 훈련에 돌입한단다. “그런데, 왜 그렇게 뛰세요?” 불쑥 던진 근원적인 물음에, 대답이 철학적이다. “그 유명한 마라토너가 한 말 있잖아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뭐, 딱 그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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