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미인의 목욕 바구니엔 ‘이태리 타월’이 없다
#'피부 꽝' A양은 '피부미인' B양이 부러워요. 촉촉하고 백옥 같은 피부를 보면서 내 피부는 왜 이리 거칠고 탄력 없나 한탄해요. 맞선을 보기로 한 오늘도 피부에 거칠거칠 붙어 있는 때를 벗기기 위해 목욕탕에 찾아가요. 머리가 젖으면 안 되니 수건으론 양머리를 만들어요. 탕안에 들어가면 2시간은 기본이에요.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사우나에 들어가 30분씩 꾹 참고 앉아 있어요. 폐까지 타들어가는 느낌이지만 참아야 해요.
사우나서 나가 또다시 물에 뛰어들어요.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뜨거운 목욕물마저 시원하게 느껴질 지경이에요. 피부는 잘 삶아져서 손가락만 살짝 대도 때가 나올 지경이에요. 탕 밖으로 나가 '이태리 타올'을 들고 벅벅 문질러요. 온몸이 시원해지는 게 금방이라도 보들보들한 피부가 완성될 거 같아요.
이런, B양이 목욕탕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꽃단장하고 다니면서 또 때를 벗기려나 봐요. 그런데 이상해요. 15분 정도 탕에 몸을 담그더니 때도 안 밀고 비누칠을 시작해요. 비누수건도 안 쓰고 몸에 비누를 갖다대고 문질러요. 샤워로 비누거품만 제거하더니 그냥 나가 버려요. 때도 안 미는 B양이 왜 '피부미인'인지 의심스러워요.
그 비밀은 지난해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 팀의 연구로 밝혀졌다. 이들은 20대 여성 4명을 대상으로 '때밀기 실험'에 들어갔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손목부터 팔오금(팔꿈치의 반대편)까지 따뜻한 물에 적신 거즈로 15분간 불렸다. 그 뒤 신체 부위를 4군데로 나눠 각각 0회(대조군), 5회, 10회, 15회씩 때를 밀었다. 때를 밀기 전, 그리고 때를 민 뒤 2시간, 6시간, 2일, 5일이 지난 뒤 시점에 각각 때를 민 자리의 수분 상태를 측정했다. 단 15분간 따뜻한 거즈로 피부를 불리고 때를 밀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분 함유도'나 수분 손실도 등에서 비교적 큰 차이가 나타났다.
5번 때를 민 실험대상자는 때를 밀기 전 수분 함유도가 45.3이었지만 2시간 뒤 33.43으로 11.87가 떨어졌다. 때를 밀지 않은 사람은 대조 부위의 수분 함유도가 같은 기간 50.33에서 49.6로 단 0.73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15번 때를 민 부위의 경피 수분 손실도는 때밀기 전의 12.9에서 2시간 뒤 14.5로 1.6가 높아졌다. 수분이 몸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반면 0회를 민 대조 부위의 수분 손실도는 11.4에서 11.9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때를 벗길수록 피부의 수분 함유도가 낮아지고 수분이 손실되는 속도는 빨라지면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는 결론이다. 이는 한국인이 '때'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 피부의 맨 바깥쪽 부분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으로 손상될 경우 보습효과와 수분 방출 억제효과가 뚝 떨어지게 된다.
아토피 피부염 역시 '때밀이'로 악화된다. 때를 미는 행위 자체가 피부의 보호막을 벗겨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은 절대 때를 밀어선 안 된다.
서 교수는 이와 관련해 "피부과 의사는 아무도 때를 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를 미는 것이 피부에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또 "때를 밀고 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시원해졌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각질층이 손상됐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각질층이 손상되면 유해 물질이 쉽게 피부를 침범해 알레르기나 가려움증이 유발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사우나 역시 '피부미인'을 '피부 꽝'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사우나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피부의 혈관이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세포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부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혈관이 망가지지 않더라도 사우나에 오래 있으면 모공이 확장되고 피지가 배출돼 피부가 처지게 된다. 건식 사우나의 경우 피부로부터 직접 수분을 빼앗아가므로 더 위험하다. 사우나를 하는 동안 인체 내부로 가는 혈류량은 감소하는 대신 피부로 가는 혈류량을 많게 해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안면홍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 교수는 "목욕은 진피를 통해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목욕이나 사우나, 찜질방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다"며 "단지 목욕은 15분에서 20분 사이에 끝내야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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