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울역을 변화시키자”
보행자도 드문드문 눈에 띌 정도로 외진 서울역 6, 7번 출구 지하도. 매 주일 낮 12시 15분이면 이곳엔 꾸역꾸역 노숙자들이 모여든다.

이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

2월 11일 주일 이 시간, 처음에는 수십 명이더니 곧 1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서울역 ‘소망을 찾는 이 예배’는 이렇게 7년여를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김용삼 목사(43세)의 헌신과 신림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목사는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사역에로의 부르심을 받고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했다.

노숙자 사역은 신학생 시절 친구 따라서 청량리역 노숙자들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시작된 것이다.

신림교회에서는 고시 공부 시절 예배를 드리던 곳. 그의 뜻을 안 신림교회에서 동역자가 되어 줬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2월 11일)부터 신림교회는 지원을 중단했다.

자연스레 모든 걸 김 목사가 감당해야 한다.

김 목사는 신림교회를 사임하고, 서울역 사역에만 집중키로 했다.

며칠 전 서울역 맞은편 쪽방촌에다 집도 얻었다.

“염려 안한다.

그 동안 신림교회가 뒷받침이 되어 채워줬는데, 앞으로는 하나님께서 채우실 것이다.

”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이며, 선물비를 어떻게 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목사는 단호하다.

하나님의 사역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모든 걸 공급해 주실 걸 믿는다는 것이다.

입춘도 지났건만 서울역 지하도는 한겨울 냉기가 차갑게만 느껴진다.

찬바닥에 얇은 돗자리를 깔고 앉은 이들을 위해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지만 주님께서 이곳에 오심을 믿습니다.

”라는 한 집사의 기도가 그렇게 가슴깊이 와닿을 수가 없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누가 뭐래도 여러분은 하나님이 자녀들입니다.

” 설교를 위해 앞에 나온 김 목사의 인사말에서 노숙자들을 향한 김 목사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졌다.

김 목사는 출애굽 직후 모세가 부른 승리의 노래를 담은 출애굽기 15장 1절부터 18절까지를 본문으로 한 설교에서 “여러분도 모세처럼 승리의 고백,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어둠의 서울역에서 벗어나 소망을 찾고 하나님을 찬송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설교 속엔 유난히 노래와 소망, 승리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 있다.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밥과 옷가지도 그렇지만, 소망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교 후엔 반드시 이 구호를 외친다.

김 목사가 기도하며 적었다는 ‘소망을 찾는 이 선언’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반드시 일어설 것입니다.

(중략) 나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겠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꼭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김 목사는 노숙자들을 향해 “앞으로 우리가 서울역을 바꿀 것”이라며 “서울역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멘 소리도 들린다.

순간, 멸시받고 천대받는 이들이 세상을 뒤엎을 사도행전의 사람들로 여겨진다.

예배 시간, 눈에 띄는 순서는 바로 헌금. 교회 예배에서야 당연한 거지만, 노숙자 예배에서 헌금을 한다? 너무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식사 때마다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한다.

”지금껏 노숙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은 헌금은 수백 만 원. 그 동안은 기아대책기구와 함께 북한 어린이 돕기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소망을 찾는 이’ 이름으로 북한의 육아시설과 직접 결연을 맺어 지원할 계획이다.

이 역시 노숙자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한 것. 심지어 쪽방촌 어린이들에게도 통장을 만들어 줬다.

북한 어린이 돕기용이다.

예배를 섬기는 이는 물론 김 목사 혼자가 아니다.

대학촌교회와 신림교회 청년들이 찬양을 인도하고, 배식을 돕는다.

마라나타선교회와 쪽방촌 사람들도 거들고 있다.

이곳 지하도에선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목요일 성경 공부도 있다.

장소를 서울역 건너편 쪽방동네로 옮기면 거기선 1주일에 3~4일 쪽방촌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경 공부가 있다.

“예배와 성경 공부를 위주로 하고 있다.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재활 활동도 앞으로 할 계획이다.

” 노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목사는 망설임 없이 “예수 그리스도다.

복음이 심어져야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김 목사가 그토록 예배를 우선시하는 이유다.

이제 봄이 오는 서울역 지하도엔 연말 연시처럼 불우이웃을 돕는 모습들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변함없이 노숙자들은 서울역 구석을 거처 삼아 살고 있다.

그리고 변함없이 김용삼 목사는 그들 틈에서 희망을 심고 있다.

뉴스파워 김성원기자 /크리스천노컷뉴스 제휴사 *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뉴스파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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