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냉정한 평가다. 하긴 ‘개미(개인투자자)’가 철저한 데이터와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프로 투자자’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을 상대로 수익을 거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대박’을 꿈꾸는 개미들은 넘쳐난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상장사(12월 결산법인 기준)의 개인 주주는 모두 303만2188명. 이들은 오늘도 주식시세를 체크하기 위해 컴퓨터를 두드린다.
○ ‘귀가 얇아서…’
“그 회사 앞으로 엄청 뜬대.”
회사원 박모(37) 씨는 한 증권사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증권회사 직원들이 속삭이는 ‘투자정보’를 귀동냥했다. ‘이것이다’ 싶어 증권사 직원들이 지목한 한 코스닥 정보기술(IT) 부품업체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직원들만 아는 금쪽같은 내부정보이겠거니 했는데 결과는 ‘쪽박’이었다. 주가가 곤두박질쳐 한 달여 만에 원금에서 2250만 원이 날아갔다.
박 씨는 지금도 “그 엘리베이터만 안 탔어도…”라며 한숨을 쉰다.
평생 공무원으로 생활하다 은퇴한 이모(74) 씨.
그는 오전 4시 눈을 뜨자마자 미국 증시 상황을 체크한다. 그만큼 주식투자에 열정적이다.
은퇴 후 주식투자에 눈을 뜬 이 씨는 2003년 증권사 직원의 말에 솔깃해 코스닥 종목에 1억2000만 원을 다걸기(올인)했다가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 후로는 철저히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은 6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중 5개가 우량주입니다. 국내 코스닥기업은 기술이 단순해서 경쟁업체가 나오면 금방 실적이 나빠지기 때문에 불안합니다.”
○ ‘몰빵(집중투자)’과 잦은 매매도 독(毒)
그는 1999년 대우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대마불사(大馬不死·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의 믿음을 갖고 대우 관련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 모았다. 하지만 대우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6000만 원의 투자금은 200만 원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거덜 났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대학원생 최모(31) 씨.
그는 하루평균 2∼4시간 종목 정보를 철저히 분석한다. 하지만 투자원금 2000만 원에서 500만 원의 손실을 본 상태.
지나친 자신감으로 종목 교체를 자주 시도한 것이 손실을 부른 원인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최 씨는 “학교 수업시간에도 노트북 컴퓨터로 주가를 확인하고 매매한다”고 털어놓았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2005년 한 해 동안 주식거래비용(거래수수료+증권거래세)으로만 6조2800억 원을 썼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보유금액 128조 원의 4.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투자이익은커녕 다른 호주머니로 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현실’
최근 한국증권업협회가 610명의 개인투자자를 직접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투자자 10명 가운데 6명이 중소형주를 선호했고 주식투자 거래빈도는 월 1회 이상이 67.2%에 이르렀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기대수익률은 24.0%로 기관투자가의 기대수익률 13.7%보다 훨씬 높았다. ‘한 방’을 기대하고 중소형주를 기웃거리는 개미들의 투자심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물론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자신들이 무모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했다가 1주일 만에 3000만 원을 날린 회사원 박모(41) 씨는 “삼성전자, 신세계 이런 종목이 좋다는 거 누가 모르나. 하지만 우량주들은 오르는 폭이 너무 적어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고 했다.
또 회사원 백모(43) 씨는 “삼성전자 1주보다 코스닥 종목 몇백 주 갖고 있는 게 훨씬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개미들의 투자행태는 이론으론 설명이 잘 안 된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은 평소엔 이성적이다가도 막상 자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게 되면 판단력을 상실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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