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분양관행을 깨는 최근 판결들(1) - 한경 최광석 칼럼
 

잘못된 우리 분양관행을 나무라는 법원판결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 사실 우리 법원은 분양과 관련된 분양회사와 수분양자들간의 분쟁에 있어서, 허위, 과장된 영업행태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법원 입장은, 다음의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55618 판결내용에서 단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1] 상가를 분양하면서 그 곳에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운영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분양계약자들에게 일정액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하고, 분양계약 체결시 이러한 광고내용을 계약상대방에게 설명하였더라도, 체결된 분양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점과, 그 후의 위 상가 임대운영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광고 및 분양계약 체결시의 설명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상가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분양 회사는 위 상가를 첨단 오락타운으로 조성·운영하거나 일정한 수익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2]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용도가 특정된 특수시설을 분양받을 경우 그 운영을 어떻게 하고, 그 수익은 얼마나 될 것인지와 같은 사항은 투자자들의 책임과 판단하에 결정될 성질의 것이므로, 상가를 분양하면서 그 곳에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광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상대방을 기망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거나 상대방이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이러한 대법원판단은 분양과 관련된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러 하급심판결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하급심판례 주류 역시 이러한 시각에 입각하고 있다. 그 결과 때문인지, 현재 우리 분양시장은 혼탁해질대로 혼탁해져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분양만 하고 떠나면 그만이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만연되어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분양광고 중 약90%가 허위과장이었다고 할 정도이니, 정상적인 상도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 최근 들어 법원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서인지 정도를 넘는 분양방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판결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비양심적인 허위과장 광고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 번째는, 서울 명동의 모 쇼핑몰분양에 관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006. 9. 8. 선고된 2006가합3016호 판결인데, 판결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분양회사인 이 사건 피고회사는, 미국 모 유명백화점으로부터 아시아지역에서의 모 유명백화점의 특정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A회사의 신주를 인수하여 A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다음, A회사와 다음과 같은 임대합의서를 체결한다. 즉, ① 피고회사가 서울 명동에서 추진하는 쇼핑몰에 A회사의 입점을 전제로 분양을 실시하고, ② A회사는 쇼핑몰 3, 4층 일부 또는 전체를 수분양자로부터 무조건 임차하여 미국 유명 백화점 매장을 개설하며, ③ 쇼핑몰 3, 4층 분양계약시 A회사 명의로 수분양자에게 ‘임대차계약 후 5년간 매년 분양가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임으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확약서를 발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피고회사는 특정상표를 계속사용하게 되었고, 결국 해당 상표권자로부터 사용중지를 요구받게되었음에도 쇼핑몰에 대한 신문광고 및 전단광고에 ‘당일 계약과 동시에 5년 임대차계약서 발급’, ‘3, 4층 A회사 입점확정’, ‘선임대 후분양: 3, 4층 특별분양분은 이미 A회사의 임대입점이 확정되어 높은 임대수익이 예상되며, 시행사에서 책임지고 임대를 알선해 드립니다’ 등의 문구를 게재하는 등 A회사 입점을 전제로 이 사건 쇼핑몰 분양 사업을 계속 추진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믿고 원고는 피고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후 A회사는 미국 유명백화점측으로부터 라이센스계약을 연장받지 못하고 되었고, 결국 특정상표의 쇼핑몰입점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A회사와 피고는 이 사건 쇼핑몰 3, 4층을 A회사가 수분양자로부터 임차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가 이 사건 쇼핑몰 3, 4층에 대하여 미국 유명백화점의 임대입점이 확정된 것으로 광고하였고,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 당시 A회사의 입점을 추진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광고와 설명을 듣고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실, 실제로 피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 직후 원고에게 A회사 명의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 그러나 결국 A회사가 라이센스를 회복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쇼핑몰 입점이 좌절된 사실 및 원고가 5억원 이상의 거금을 투자하여 두 개의 점포를 분양받은 점, 원고의 나이 기타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점포를 A회사가 5년간 임차하여 연 12%의 임대수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피고의 말을 믿고 원고의 노후대책을 위하여 안정된 임대수익을 올릴 생각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추인되고, 나아가 피고에 의해 유발된 위와 같은 동기는 이 사건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이 사건 분양계약 및 임대차계약의 체결경위와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A회사가 이 사건 점포를 약속대로 임차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이 사건 점포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며, 보통 일반인도 원고의 입장에 섰더라면 마찬가지로 이 사건 점포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는 이 사건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 의하여 유발된 동기의 착오로서 원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분양계약체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실제와 다를 경우에는 수분양자들의 보호를 위해 계약체결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통해, 허위과장광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광고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분양회사측에게 노력하도록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 아울러, 필자는 이 쇼핑몰 분양회사의 다음과 같은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싶다. 다음은, 이 쇼핑몰과 관련해서 이 판결 선고 이전인 2006. 3.경에 보도된 기사내용이다.


명동의 대형쇼핑몰 ###이 오픈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은 당초 오는 24일 개점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오픈 날짜를 2주 뒤인 4월7일로 연기했다. 현재까지 입점한 상가가 워낙 적은데다, 오픈을 위한 마무리 준비도 부족하고, 일부매장이 사기분양 논란으로 법정소송에 휩싸이면서 정상적인 오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분양당시 5년간 연간 12%의 확정수익 보장조건을 내걸었던 3, 4층. ###은 분양이 저조하던 지난 2004년부터 신문광고 등을 통해 미국의 유명백화점 $$$가 입점할 예정이라면서 3, 4층의 매장을 분양 받는 사람에게는 5년간 연간 12%의 확정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의 국내 사업권을 갖고 있는 ####코리아가 국내 사업권을 상실하자 ###은 입점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당시 약속했던 확정수익 보장조건도 일방적으로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3, 4층의 매장들은 대부분 비어있는 상태이며, 확정수익보장 조건을 믿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명백한 사기분양이라면서 잇달아 법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 확정수익보장 조건은 $$$코리아가 내세웠던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 시행사인 모 이사는 “12%확정수익 보장은 분양계약서 상에도 없고, $$$코리아가 내세웠던 조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시행사의 책임은 없다. 소송을 한 수분양자에게는 법적으로 대응하고, 그렇지 않은 수분양자들과는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도의적인 차원에서 3, 4층 매장 수분양자들에게 1년동안만 12%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안을 제안한 상태”라며 “다음달 7일 그랜드 오픈을 시작으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분양이 완료됐다 하더라도 입점한 상인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각종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제대로 영업할 수 있겠느냐”며 “자사 이익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쇼핑몰들 때문에 전체 쇼핑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판결내용과 함께 읽어보면, 회사측의 파렴치한 모습을 쉽게 알 수 있다.  회사측은, 분양당시 약속되었던 쇼핑몰 3,4층에 대한 미국 모 유명백화점 입점과 이로 인한 연 12% 수익률보장은 분양회사가 아니라 A회사가 약속한 것에 불과해서, 분양회사측은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변명하는데, 위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쇼핑몰 분양이 이루어질 당시 A회사의 최대주주는 다름아닌 “분양회사”라는 점에서 결국 사실상 두 회사는 동일한 회사라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분양회사측의 위와 같은 변명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사실상 회사 스스로 내건 약속을 부인하는 결과인 것이다. 더 나아가 회사측은, 수분양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결속을 막기 위해 소송을 하지 않고 회사측과 타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1년간 정도는 약속한 12%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회유책까지 쓰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 분양회사의 사주는 특정 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분양회사의 자금 1,3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구속되었다.


‘일단 분양만 성사시키고보자’는 식의 부도덕한 우리 분양관행의 단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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