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가 故人의 명목을 빕니다 !"

 

 

 

[서울신문] 지난 7일 오후 8시30분 경기 고양시 장항동의 한 모텔방.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날 아침 7시15분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투숙했는데, 아무 기척이 없어 들여다보니 숨져 있었다는 종업원의 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침대에 단정히 누운 채, 남자는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였다. '행복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최윤희(63)씨와 남편 김모(72)씨였다.

 

 

 

 


방 안에는 편지지 1장 분량의 유서 한 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겉봉에는 "완전 건강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여행을 떠납니다. 평생을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적혀 있었다. 전날 오붓하니 여행 다녀 오겠다기에 지방에 요양이라도 간 줄 알았던 자식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설마했던 일이 기어코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그것도 아버지와 함께라니….

최씨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유서에 적어놨듯 2년 전부터 몸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폐에 물이 들어차면서 숨 쉬기가 힘들어지는 바람에 지난 추석 때는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심장에도 이상이 생겼다. 절망에 빠진 최씨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 내려가 자살하려 했다. 그때 막아선 이는 남편이었다. 홀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 남편이 119에 신고했다. 최씨는 왜 자살을, 그것도 한사코 말리는 남편과 함께 가는 길을 택했을까.

최씨의 인생 역정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최씨는 38살이던 1985년 13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현대그룹 주부 공채에 합격,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변신했다. 22살에 만난 남편의 사업 실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사회생활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생활은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톡톡 튀는 젊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광고 회사에서, 그것도 남녀 차별이 심한 시절에, 마흔 살 코앞의 아줌마는 울기도 참 많이 울었지만 현대방송 홍보국장으로 영전했다. 최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그냥 전업주부로 살았을 것"이라면서 "사업 실패로 힘들었지만 사회생활을 하게 해준 남편이 지금은 너무 감사해서 매일매일 표창장을 준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쉰둘의 나이에 사표를 던졌다. 자신이 나가면 젊은 친구 3명 정도는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어 대한민국 주부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에세이집 '행복, 그거 얼마예요'를 내놨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이화여대 교지 편집장 출신다운 글재주와 대한민국 아줌마의 입심으로 방송은 물론 대학, 기업, 군, 경찰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연 요청을 끌어냈다. 최씨가 강연이나 책에서 가장 강조했던 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복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었다.

예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스스로를 "엉겅퀴, 씀바귀, 고들빼기 삼종 혼합인간"이라고 부르면서도 "못생긴 거, 가난한 거, 무식한 거는 죄가 아니다. 죄는 딱 한 가지다. 열심히 안 사는 죄"라고 잘라 말했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행복 전도사', '행복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런 그도 2년여의 투병생활 앞에서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최씨는 유서에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700가지 통증에 시달려 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했다."고 적었다.

말없이 담배 피워 무는 우수에 찬 모습에 반해 억지로 졸라서 결혼했다던 남편과의 동반자살에 대해서는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 견딜 수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마라', '최윤희의 웃음비타민', '딸들아 일곱번 넘어지면 여덟번 일어나라' 등 고인의 책을 낸 원앤원북스의 강현규 이사는 "내가 만나 본 저자들 가운데 가장 인간적이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했고. 글 쓰신 그대로 사시는 분이구나 싶어 참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4일에도 고인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강 이사는 "'행복 전도사가 자살이 웬말이냐.' 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던데, 정말 아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

언젠가는 글에서 하도 남편 자랑을 하기에 그렇게 좋으냐고 최씨에게 슬쩍 찔렀더니 "젊었을 때는 '웬수'였는데 늙으니까 너무 좋다고 하시는데 그 표정이나 말투가 정말 사이가 좋으시구나 싶었다. 자제 분들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친구처럼 보였다. "는 말도 덧붙였다. 충격과 애도 속에 네티즌들은 "힘든 마음을 모르지는 않으나 그래도 자살은 안 된다."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동반 자살에는 건강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만성통증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최씨의 병명은 '흉반성 루푸스'와 '세균성 폐렴'. 각 신체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을 불러일으키는 면역계 질환이다. 김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만성화된 통증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최씨의 자살은) 충동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통증에 대한 무기력증에서 나오는 우울증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하는 딸과 아들(38)이 있다. 최씨 부부의 시신은 경기 일산병원에 안치되어 있다. 빈소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차리지 않았다. 시신은 10일 화장될 예정이다.

[조태성·홍지민기자 cho1904@seoul.co.kr]

 

‘행복전도사’의 자살이 주는 충격

비극적 행동, 사회· 건강한 삶 철학에 부정적 영향 우려

[미디어오늘 고승우 ]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작가 겸 방송인 최윤희(63)씨의 자살은 충격적이다. 최씨는 7일 오후 고양시 백석동의 한 모텔에서 남편 김모(72)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가 질병을 비관해 남편과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씨는 유서에 남편과 동반 자살한 이유를 건강악화와 통증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희망과 행복 주제에 대한 다수의 서적을 출간했으며 TV 등에서 활동한 인물이라서 그의 비극적 행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크다. 유명인이 공적으로 보여주는 언행과 사생활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총리, 장관 내정자 등의 청문회에서 거듭 확인되는 공인의 가려진 생활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년전부터 연이어 발생하는 연예인등의 자살은 모방 자살의 우려와 건강한 삶의 철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은 역사적으로 지역에 따라 다양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부정적,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늘날 자살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건강과 관련지어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 자살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한국이 28.4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1.2명의 두 배가 넘는다. 통계청의 2009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가 전체의 6.2%로 사망원인 4위였고 자살률은 10년 전(19.3명)보다 107.5% 증가했다.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전년보다 19.9% 증가한 1만5413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2.2명, 34분에 한 명꼴로 자살한 셈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백 만 명에 달하며 자살 시도는 1천만 -2천만 건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은 세계의 사망 원인 가운데 10-13위를 차지한다. 한국에서의 자살이 사망 원인 4위라는 것은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도 매우 심각한 일이다.

질병, 경제난 등 개인적인 문제로 자살할 경우 주변에 자살할 의향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등지에서는 자살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사람은 즉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응급구호기구로 보내져 장기 수용치료 여부 등을 전문가가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자살 사이트가 성행하고 동반자살이 꼬리를 무는데도 아직 공공기관의 체계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도 사회적 무관심은 심각하게 후진적이다.

최씨의 자살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모방자살(copycat suicide) 현상을 가리키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를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용어는 1774년 출판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인공이 실연으로 자살하자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모방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유명인 등이 자살할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괴테의 소설을 판매치 못하도록 했는데 그 이유는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은 모방자살을 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모방자살이 가장 심각했던 사례는 1962년 8월 발생한 유명한 여배우 마릴린 몬로의 경우로 당시 미국내 월별 자살률이 약 12% 증가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미국 언론의 자살 관련보도가 크게 늘어난 월별 자살률 증가율은 2.51% 수준이었다.

한국의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지난 9월 '2009년 사망원인 통계' 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의 자살보도 이후 2개월간 평균 606.5명이 더 자살한다는 분석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파이낸셜뉴스, 2010년 9월 9일).

미국 자살협회는 자살 기사에 대한 보도 기준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기사 속에서 자살 방법을 밝히지 말거나 자살 희생자의 사진 보도를 삼가 토록 권고하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가급적 적은 횟수와 비중으로 보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리고 관련보도에서 자살의 부정적 결과 등을 언급하는 것이 모방효과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혜신, '불치병 故최윤희, 왜 해석하려드나' 일침

 

[TV리포트 조우영 기자]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가 8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행복전도사' 고(故) 최윤희에 대해 정신의학적 해석을 원하는 언론에 안타까운 심경을 대신 전하는 것으로 일침을 가했다.

정혜신 대표는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최윤희 선생 죽음에 대한 '정신의학적 해석'을 원하는 기자들의 전화를 몇 통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정혜신 대표 트위터.

이어 그는 "(기자들에게) 해석할 것 별로 없다고만 말했다. 최 선생의 지병, 지병에 대한 그의 불행한 선택에 대해선 분석과 진단보다 깊은 애도가 먼저라고 느낀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또한 그는 "자기 고통만으로도 힘에 부쳤을 죽음 문턱에서도 자기 처지와 고통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힘겹게 설명하고 있는 그의 유서 한 대목에선 공인된 자의 마지막 책임감이 힘겹게 느껴져 그가 한없이 가여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그는 "최 선생의 죽음을 접하며 저는 '너나 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무력함에 뼈가 시린다"며 "한 트친(트위터 친구)이 오늘 제게 '햇빛 많이 쪼이고 건강에 유념해달라'는 멘션을 주셨다. 눈물겨웠다. 사람에 대한 이런 따스한 시선, 여러 트친들께 재반사하고 싶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혜신 대표는 정신과의사이자 마인드프리즘의 대표 MA(Mind Analyst)이다. 정 대표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고문피해자들의 심리적 내상을 치유하는 모임인 '진실의 힘 재단'에서 집단심리치유세션 진행하고 있다.

그는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 심리치유를 통해 자신의 잠재된 모습을 바로 보게 함으로써 개인이 성찰해 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경기도 일산 경찰서는 오늘(8일) 오전 갑작스레 자살로 생을 마감한 '행복 전도사' 최윤희의 유서를 공개해 많은 사람을의 가슴을 애잔하게 했다.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중략) 더 이상 병원에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며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고 적혀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최윤희는 7일 남편과 함께 경기도 일산 백석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윤희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 현대그룹 금강기획 카피라이터 부국장과 현대방송 홍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프리랜서로 카피라이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방송과 강연에서 전방위 강의를 펼쳐왔다.
[조우영 기자 gilmong@tvreport.co.kr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