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객을 나의 동지로..

 

GS25 서울OOO점

 

지난 12월초에 처음 편의점 사업을 시작하였기에 제가 GS25를 운영 한 기간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창업 성공’이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쓸 만한 자격이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성공이란 것에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제가 만족하면 되지만, 성공이란 것에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제가 만족하면 되었다는 조금은 뻔뻔한 생각으로 글을 써봅니다.

50여년의 세월동안 남편과 저는 단 한 번도 장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정말 평범한 회사원 생활과 가정주부 역할을 해왔기에, 누구나 그렇듯이 저 역시 창업초기에는 불안감과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본사 교육기간동안 배우는 지식들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포스와 컴퓨터 사용이 낯설어 헤맬 때가 많아 같이 교육을 받으시는 분들보다 배움이 더디었기에 막막하기도 하여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실제로 시작해 보니, 편의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 같은 사람조차도 며칠만 고생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과 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생각해 보니 편의점을 창업할 때 필요한 것은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창업하고자 하는 굳은 마음가짐과 열정’인 것 같습니다.

저희 점포는 오피스 가와 유흥가의 한가운데에 있어 야간상권이 활성화된 조금은 특수한 점포입니다. 아침 회사원들과 오전에 지나가는 손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녁에 주변 유흥가를 찾는 손님들과 호객행위를 하는 유흥업소 직원들이 저희점포의 주 고객입니다. 처음에는 술 취한 손님과 양복 입은 업소직원들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말을 걸기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술 취해 행패를 부리는 손님도 거의 없었고,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 보니 업소 직원들도 하나 같이 밝고 착한 청년들이라 모두가 제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점포의 주 고객인 그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그들이 옷이나 무전기 등의 짐을 맡길 곳이 없어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 쓰는 서랍장을 비워, 그들을 위한 작은 사물함 하나 별도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유흥업소 직원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짐을 맡기고 찾을 수 있게 해주었더니 그들도 오며 가며 상품을 하나라도 더 구매하게 되고 아지트처럼 편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날 밖에서 고생하는 그들을 아들 같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걱정하고, 목장갑이라도 끼라며 건네주는 제 마음이 통했는지 지금은 모두 저를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게의 든든한 보디가드들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설정한 우리고객의 목표는 ‘친절과 청결’ 단 두 가지입니다. 처음 점포를 인수 받았을 때에는 이전 주인이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아 오래되지 않은 점포 임에도 불구하고 점포가 상당히 지저분한 상태였습니다. 포스를 비롯한 모든 집기에는 꼬질꼬질한 손때가 끼어있었고, 시식대와 음식물 쓰레기통은 냄새가 났으며, 백룸에는 먼지와 물건들이 뒤엉켜 발도 디딜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의욕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대청소였습니다. 딸들을 비롯한 온 가족이 달려들어 이틀 동안 모든 것을 닦고 또 닦고, 낡은 것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나니 어느덧 몰라보게 깨끗해진 우리점포를 손님들이 먼저 알아보고는 “점포가 환해졌네요, 다른 점포 같아요.”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깨끗한 장소 싫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청소와 청결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두 번째 원칙인 ‘친절’에 대해서는 사실 처음 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장사만 하기에도 급급한데 인사말을 꼬박 꼬박 챙기고 판매 이상의 친절을 베푼다는 것이 쉽지도 않았지만, 내가 베푼 친절이 과연 돌아올 것인가 하는 점도 의심스러웠고, 더욱이 한없이 무례한 손님들을 보면서는 고객에 대한 친절을 과연 어느 정도 선까지 베풀어야 하는가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웃으며 건넨 인사에 미소 짓는 손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어느새 단골고객도 생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막차가 끊긴 여학생에게 점포 한켠에 의자를 내어주고 첫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라며 잡지책을 건네주었을 때에 그 학생은 다음에 고마웠다며 다시 찾아왔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손님을 위해 근처 우체통에 손님의 연락처를 붙여 주었을 때에 손님은 나중에 일행과 함께 다시 찾아 왔습니다. 또 담배가 없는 우리 점포에 들어와 하루에도 백번 넘게 담배를 파느냐고 묻는 손님들에게 없다고 짜증내며 답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담뱃가게까지 안내해 주었더니 그 중 상당수는 껌이나 음료수라도 하나 사먹고 담뱃가게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짧지만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손님들을 접하면서 내가 베푼 친절은 시간이 지나서라도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꼭 보답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한 다기 보다는 우리점포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는 생각으로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을 베풀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제게도 점차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오픈 초기 2주간은 말 그대로 거의 24시간 점포생활을 해야 했기에 초긴장 상태에서 잠까지 부족하여 가족들로부터 이러다 쓰러지겠다는 걱정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인력운영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시간을 할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발주와 정산업무, 센터입고 시간 등 꼭 제가 해야 할 일들의 중요도를 고려하여 업무 스케줄을 짜놓고 보니 이제는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크리스마스에 자진해서 가판을 하여 케이크도 판매해보고, 설날 선물세트를 판매해 보고, 발렌타인데이 가판행사를 진행해 보니 아쉬웠던 점과 노하우가 생겨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겨 이제는 화이트 데이 행사와 추석, 그리고 다음번 크리스마스가 내심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아직도 유제 및 FF발주와 공휴일 발주가 어려워 견품을 내기도 폐기를 내기도 하지만, 내가 만든 작은 POP에 손님들이 반응할 때, 우리 점포가 근처의 작은 은행이자(환전을 자주 해줘서)물품 보관소이자 만남의 장소가 되어가는 것을 볼 때에는 정말이지 뿌듯함을 느낍니다. 나와는 정말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배우는 점도 많고, 또한 서로 도와가면서 가족들과도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 지금은 편의점을 시작하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전년대비 일 매출이 평균 10만원씩 올랐다는 OFC의 설명을 듣고는 짐짓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하루 종일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운영 해온 날보다 앞으로 운영해야 할 날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았기에, 앞으로 더 힘든 일도 생기고 시련이 닥쳐 올 수도 있겠지만 항상 바로 지금-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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