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탈출 비법
샷 거리만큼 모래를 판다

그린에 공을 보내는 거리만큼 모래를 판다고 생각하자. 시선을 끝까지 모래에 둔다.
최근 필리핀 이글리지라는 골프장에서 경기를 했다. 경기 중 함께 참석한 학생이 8번 홀에서 벙커에 공을 빠뜨리고 말았다. 라이(공이 놓인 상태)는 좋았지만 홀까지 거리는 꽤 됐다. 30발자국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가 친 샷은 벙커를 나와 그린을 지나서 그린 뒤에 있는 벙커로 들어가고 말았다. 다시 벙커샷을 했는데 그린을 지나 원래 벙커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는 더블보기로 마무리 했다. 핸디캡2인 그가 왜 이런 어이없는 플레이를 했을까.

학생과 얘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벙커샷을 연습하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샷을 짧게 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이 없었고 루틴(평소 하는 동작)을 잊어버린 것이다. 스윙도 문제가 있었다. 클럽의 방향이 타깃에 제대로 향하지 않았고 모래가 공을 밀듯이 치지 못했다.

벙커 탈출의 기본은 공이 그린에 안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모래를 쳐주는 것이다. 공 뒤에 이미지 선을 그리고 클럽이 그 선을 치게 되면 클럽은 직접 모래를 쳐 공이 벙커 밖으로 밀려 나가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모래를 쳐야 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5~7cm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내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정답은 따로 없다. 골퍼들은 본인만의 스윙궤도와 웨지를 갖고 있다. 클럽의 접근 각도도 다르고 웨지 바운스(웨지 클럽의 뒷면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의 크기도 다양하다.

단, 모래를 뜨는 정도는 샷의 길이와 모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긴 샷을 칠 때는 좀 더 많은 양의 모래를 퍼내고 짧은 샷의 경우 모래를 덜 파낸다는 생각을 가진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막상 경기 땐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 벙커에서 이 두 가지만 꼭 기억하자. 첫째, 치는 모래의 양에 따라 샷의 길이가 결정된다. 둘째, 공 위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접근각도와 샷의 길이가 달라진다.

기술에 앞서 벙커샷은 절대 연습량이 필요하다. 많은 골퍼들이 라운드를 제외하고는 벙커샷을 연습하지 않는다. 벙커샷도 드라이버샷 등 다른 샷을 배울 때처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짐 플릭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벙커에서 일주일 동안 연습하지 않았다면 일관적인 플레이를 기대하지 마라. 일주일에 최소 한 시간만 벙커샷 연습을 하면 공을 벙커에서 탈출시킬 수 있고 30분만 더 하면 공을 홀에 붙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는 투어경기 때 하루에 1~2시간씩 여러 종류의 벙커샷을 연습했다. 한여름에 벙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연습하다 보니 두 개의 샌드웨지의 클럽선이 다 닳을 정도였다. 그 결과 벙커샷은 퍼팅 다음으로 내가 가장 잘하는 샷이 됐다.

벙커샷 연습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놓인 공의 뒤에 선을 긋는다. 약 5cm 뒤에 선을 긋고 시작해본다. 공을 두지 않은 채로 클럽만 선을 친다.

모래에 스탠스와 공 위치를 표시한 후 스윙하면 정확히 어느 위치에 클럽헤드를 맞혔는지 알 수 있다.

이 연습은 공이나 스윙에 대한 부담을 덜고 모래에 좀 더 집중해 연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나는 항상 벙커샷을 연습할 때 공 뒤에 그은 선을 25~50번 정도 치는 연습부터 한다.

그 다음 실제 공을 두고 연습한다. 익숙해지면 그 후에 공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100개의 공을 친다. 예를 들어 3cm(25개), 5cm(25개), 7cm(25개) 등 점점 공의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한다. 이렇게 연습하면 같은 스윙으로도 샷이 얼마나 다르게 나가는지를 알게 된다.

그린에 다양한 목표지점을 두고 연습하는 방법도 있다. 목표지점은 그린 중간부터 앞뒤까지 다양하게 둔다. 먼저 그린 중간지점을 목표로 공 50개로 벙커샷을 한다. 그 다음 그린 뒤쪽을 목표로 50개 공을 친다. 다시 50개의 공은 그린 앞을 목표로 벙커샷을 한다. 벙커에서 25~50회 정도 연습스윙을 한 뒤 250~300개의 공을 이렇게 친다. 정석대로 하면 약 한 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벙커샷의 거리감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연습법을 알았으니 벙커샷을 구사하기 위한 기본 동작을 살펴보자.

첫째, 밸런스를 위해 발가락 쪽의 모래를 판다. 둘째, 공은 스탠스 정가운데 둔다. 셋째, 가파른 접근각도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약간 왼쪽 편에 둔다. 넷째, 공이 아닌 클럽이 치는 모래를 본다. 마지막으로 스윙을 한다.

발가락 쪽으로 모래를 파는 이유는 밸런스뿐 아니라 정확한 깊이(양)의 모래를 치기 위해서다. 만약 발로 너무 많은 모래를 팠다면 샷을 칠 때 너무 많은 양의 모래를 치게 되며(공이 벙커에 머물게 됨) 반대로 발이 너무 적은 양의 모래를 팠을 땐 너무 적은 양의 모래를 치게 된다(공이 멀리 나감). 발이 모래를 파고들어간 깊이 만큼 모래를 판다고 생각하며 샷을 한다.

공은 스탠스 중간에 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연습 때는 클럽이 모래의 어느 부분을 치는지를 보고 공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벙커샷이 제대로 구사되는 지점은 공 뒤 2.5~7cm 정도 지점임을 명심한다. 경험이 많은 골퍼라면 공 위치를 스탠스 앞쪽에 놓기도 한다. 이유인 즉, 스윙경험이 많을수록 클럽이 타깃라인 안에서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가파른 접근각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클럽이 모래로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벙커샷은 기본적으로 공이 벙커를 나올 수 있도록 모래로 공을 미는 스윙이다. 이런 각도를 만들어주려면 어드레스 시 왼쪽에 더 많은 체중을 실어주는 게 요령이다.

하지만 왼쪽에 너무 많은 체중을 싣게 되면 역체중이동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벙커샷을 위한 몇 가지 팁도 소개한다. 긴 벙커샷의 경우는 샌드웨지 대신에 피칭웨지를 사용한다. 기술은 앞서 설명한대로 하되 공을 스탠스에서 약간 오른쪽에 둔다.

훨씬 수월함을 느낄 것이다. 공이 모래에 묻혀 있고 그린까지의 거리가 짧다면 클럽 페이스를 열고 공 뒤에서 멈추는 짧은 스윙을 해본다. 그렉 노먼이 자주 하던 방법인데 공이 벙커에서 좀 더 부드럽게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린이 넓고 멀다면 어드레스에서 페이스를 닫고 스윙을 끝까지 하면 좋은 샷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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