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개발재건축조합 '악!'
법원 "주민분담 명시 않으면 무효" 판결 파장 

 

김진성 기자 다른기사보기 
 

 
재개발재건축 사업 때 주민들에게 개발 이후의 이익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합의 경우 주민들의 동의를 토대로 설립됐다 하더라도 그 설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현재 부산지역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조합의 90% 이상이 설립 무효 처리될 수 있어서 각종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중단 또는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형편이다.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요지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들은 자신들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 신축된 건물 중 어느 정도 규모의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여부에 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면 조합이 적법하게 설립됐다고 볼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강영호)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김모(72)씨 등 주민 3명이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주민분담을 결정하지 않은 조합 설립 동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들은 조합의 창립총회에 있어서 자신들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 신축된 건물 중 어느 정도 규모의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여부에 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조합 설립에 동의했다면 조합이 적법하게 설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市·시민대책위 분석 결과
조합 90% 이상 해당 가능성
사업중단 등 핵폭탄급 파장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조합추진위원회에서는 개발사업 이후에 발생할 각종 이익을 토지 등 소유자(주민)들에게 명시한 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토록 돼 있다.

2심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함에 따라 부산지역의 재개발재건축사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26일 부산시와 부산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부산지역에서 진행 중인 320곳의 재개발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중 90% 이상이 주민분담을 결정하지 않은 채 조합을 설립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되면서 각종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중단 또는 무산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조합 설립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잇따라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에 핵폭탄급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며 "조합 설립 무효가 되면 토지강제수용 등을 할 수 없어 부산지역의 상당수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일시에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지역의 경우 감천 2구역 재개발 주민들과 조합 측이 이 같은 주민분담 문제로 현재 부산고법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서대신 1구역과 괘법 1구역, 금곡 1구역, 명륜 2구역 재개발 구역과 법천 1-1도시환경정비사업 등도 조합 설립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한 조합의 관계자는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조합설립이 무효화되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대적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부산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와 도시재생시민네크워크 참여단체, 나비 도시정비연구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제동을 거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향후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재개발·재건축 때 주민분담 결정하지 않은 조합 설립 동의는 무효" 판결
조합 전횡·무계획적인 사업 진행 '제동'
 
김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분담을 결정하지 않은 조합 설립 동의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개발이익 등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채 조합을 설립해 추진 중인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 상당수가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 '집단소송' 준비 태세
조합 전전긍긍 속 대책마련 중
주거환경개선사업 침체 우려도

 

△일부 조합의 밀어붙이기에 제동=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무계획적인 사업 진행과 주민 토지의 강제수용에 따른 부작용 등에 제동을 거는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조합들은 주민들에게 '자기 땅만큼 새 아파트를 준다'는 막연한 장밋빛 약속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뒤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조합은 주민들에게 만족할 만한 이익을 돌려주지 못했고, 당초 약속대로 보장을 받지 못한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부산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 류승완 대표는 "부산지역 상당수 조합들은 주민들에게 거짓과 허위로 조합 설립 동의를 받고 사업을 추진해 결국 공시지가(표준지 기준)보다 조금 더 주고 철거용역을 동원해 원주민들을 내쫓았다"며 "이번 판결은 주민들에게 눈물과 고통을 안겨준 조합들과 이를 용인하는 행정기관에 대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환영', 조합은 '전전긍긍'=주민들은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하는 반면 상당수 조합들은 설립 무효를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민들은 "조합의 말만 믿고 동의를 해 줬다가 피해를 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 이상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합의 전횡과 무계획적인 사업 시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 측은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어 끝까지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판결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고법의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판결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도시주거환경 개선 차질 우려=현재 부산지역 320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 90% 이상이 조합 설립 이전에 주민들에게 개발이익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이익과 관련해 조합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각종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되는 등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실제 감천 2구역을 비롯해 서대신 1구역 등 부산지역 5~6개 구역이 현재 조합설립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주거개선사업의 필요성 자체가 희석될 수도 있어 또 다른 피해도 우려된다.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서정렬 교수는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겠지만, 부산지역 주거환경개선사업 자체가 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집단소송 준비=이번 판결을 계기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태세다. 부산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원회와 부산경실련, 나비도시정비연구회 등은 오는 3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의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 중단을 촉구키로 했다.

이들은 또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집단 소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강제토지수용 중단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나비도시정비연구회 김성태 회장은 "부산을 비롯해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주민들, 시민단체와 연대해 재개발 무효화 소송 및 투쟁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진·김진성 기자 paperk@
 | 3면 | 입력시간: 2009-03-26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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