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단지 원자재값 급등 ‘비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상’

 
-->  
민간택지에서 이달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분양할 업체들 마음이 편치 않다.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책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최근 치솟은 원자재값 때문에 수익은 커녕 손해를 보면서까지 분양해야 하는 처지가 놓였기 때문이다.

이달 분양에 나설 상한제 적용 단지는 당장 원자재값 급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분양 업체들은 치솟는 철근값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기본형 건축비가 조정되는 7월 이전까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는 t당 63만6310원의 철근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철근값은 현재 건설업체들이 현대제철 등 제강사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는 t당 104만6100원(고장력 10㎜, 부가세 포함)보다 무려 40만원 이상 낮은 것이다.

더욱이 ‘단품 슬라이딩제’가 이르면 다음달 초 시행되더라도 7월 분양에 나설 상한제 적용 분양 아파트에는 지난달 판매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 건설업계의 주택 사업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단품 슬라이딩제도는 자재가격을 반영해 6개월 마다 건축비를 조정하는 것과 상관없이 가격이 급등한 품목은 6개월이 되기 전이라도 올려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일부 단지는 분양 연기…미루면 금융비용 늘어

문제는 정부가 자재값 반영의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단품 슬라이딩제도의 대상 품목인 철근ㆍ레미콘ㆍ동관 등은 조달청 구매단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고시된 기본형 건축비에 철근값이 시중 구매가격인 t당 104만6100원에 비해 무려 41만원 가량(39.2%)이나 낮은 t당 63만6310원이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견건설업체인 D사 한 임원은 “정부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의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건축비가 산정되는 바람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들은 철근 값만 t당 41만원의 손해를 보며 공사를 진행해야 할 입장이다. 게다가 제강사들이 이달 중 철근 값을 다시 t당 10만원 이상 인상을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업체 손실은 더 커진다. 단품 슬라이딩제도가 다음달 시행되더라도 1개월 이전의 관급 자재 단가가 기본형 건축비에 반영되기 때문에 분양업체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물론 철근 등 원자재값 인상분을 건축비에 반영하기 위해 상한제 적용 아파트 분양을 미룰 수도 있다. 실제로 분양을 하반기로 미룬 업체들도 있다. 6월에 분양 예정이었던 민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중 경기 여주군 북내면 신도브래뉴 2차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현지에버빌이 7월 이후로 분양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하지만 분양을 미룰 경우 금융 비용이 만만찮아 울며겨자먹기로 분양에 나서야 하는 곳도 많다.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자만 한 달에 수억원씩 나가는 데 어찌 분양 일정을 미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6월 분양 예정 물량의 48%(2만5019가구)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로 집계됐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정부의 지나친 주택 공급가격 정책이 결국 분양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이상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