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풍선 효과'' 현실화

 

(2007년 1월 29일 (월) 09:26   세계일보)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규제권 밖에 있던 외국계 은행들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2001년 1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이달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내달부터 한층 강화된 주택대출 여신 심사기준이 은행권 전체로 확대되는 만큼,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주택대출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택대출, ‘풍선 효과’ 뚜렷=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 등 3대 시중 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현재 121조63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905억원 줄었다. 이는 3대 시중 은행이 대출 본점 승인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돈줄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계 은행 등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은 은행들의 대출은 크게 늘었다. SC제일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6414억원이나 급증했고, 별다른 규제책을 내놓지 않았던 농협과 하나은행도 잔액이 각각 1412억원, 904억원 증가했다. 이들 3개 은행의 증가액은 8730억원으로 3대 시중은행의 대출 감소액의 2.2배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덜한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다 보니 ‘풍선 효과’가 생긴 것 같다”면서도 “2월 중순부터는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한 여신심사 기준이 은행권 전체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외국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위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금융감독원과 10개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여신심사체계 선진화작업반(TFT)’는 각 은행으로부터 DTI 적용안을 제출받아 최종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 신용평가 등급에 따라 DTI를 40∼60%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등급의 고객에게는 DTI 한도를 높게, 그렇지 않은 고객은 낮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에는 각종 공식 소득 증빙, 직업 등급, 고객 등급 등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이 낮거나 거래 행태가 불량한 경우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위한 모기지론 나와야=이 때문에 서민층의 내집 마련을 위한 새로운 상품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서민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의 DTI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 주택금융도 위축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저소득층 대상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자와 서민이 일정 규모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금리를 낮춰주거나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투기 목적의 주택 구입을 막고, 대출 부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담보인정비율(LTV)와 DTI 규제는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으나 서민 실수요자들에게는 예외를 적용해 내집 마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황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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