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전세난, 전국에 '도미노'

 

 

 

작년 말부터 30평대 전셋집을 구하던 회사원 정모(41)씨는 이달 초 경기도 용인 에 214㎡(64.8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그의 가족은 부인·딸을 합쳐 단 3명이지만 어쩔 수없이 '대궐'같은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두 달동안 용인 일대를 헤맸지만 중소형 전세는 씨가 말랐더라"면서 "전세금(2억5000만원)이 모자라 은행 대출로 4000만원까지 빌렸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민·중산층이 선호하는 중소형 전셋집이 동나자 대형 주택으로 전세난이 옮아붙을 조짐이다. 아파트 전세 부족으로 대체 상품인 오피스텔 전세금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금이 93주 연속으로 쉬지 않고 뛰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5년만에 최고치를 깨뜨렸다.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전세난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난이 확산하면서 지역에 관계없이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서울 전세금은 평균 8.2% 올랐다. 특히 강남구·광진구·영등포구 등은 전세금이 10% 이상 뛰었다.

중소형 전세 매물 부족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최근 서울 도심에서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로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6~7개월 전만 해도 빈집이 많았던 경기도 용인과 고양, 파주에서도 이젠 중소형 전셋집은 찾기 힘들다. 파주 교하지구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로 남은 중소형은 융자가 많은 악성이거나 반전세 아니면 월세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싼 아파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독신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는 오피스텔로 피신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오피스텔 전세금은 지난해 연초 대비 각각 6.2%, 5.7% 상승했다. 실제로 경기 분당 서현동 P오피스텔(75㎡)은 전세금이 1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8500만원)보다 40% 급등했다. 마포구 공덕동 S오피스텔(46㎡)도 1억1000만원에서 3개월 만에 3000만~4000만원쯤 올랐다.

◆"빚내서라도 전셋집 마련"

전세금이 뛰면서 빚을 내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서민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전년(10조5000억원)보다 22% 늘어난 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전세금을 빌린 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5% 안팎이던 은행 전세 대출금리는 올 들어 6% 후반까지 올랐다. 1억원을 대출한 경우 이자 부담이 연 90만원쯤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6000만원을 대출받아 전셋집을 마련한 회사원 윤모(33)씨는 "웬만한 월급쟁이는 이제 부모 도움없이는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계속 추격하면서 서울의 경우 5년 만에 처음으로 전세금이 집값의 50%를 넘는 지역도 등장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는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9%를 기록하고 있고, 관악구·중랑구·동대문구 등 8개 구도 50%에 육박한다. 서울의 전세금 비율은 2002~2006년까지 30%대 중반을 유지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지난 2년 사이 매매가격는 하락하고, 전세금은 급등하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의 전세금 비율은 평균 42%로 200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엔 10억대 전셋집도 등장

최근 전세난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기도 했지만, 전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면서 여유있는 계층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에는 100㎡(30평)대 아파트의 전세금이 3.3㎡(1평)당 2000만원을 넘고 있다. 서초동·도곡동·삼성동 등지에는 10억원을 넘는 고가 전세 아파트도 적지 않다.

특히 전세 비수기인 연초부터 전세금이 치솟는 이유는 '가수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전세금이 계속 오르자 3~4월에 전셋집을 찾아도 될 신혼부부까지 연초부터 전셋집 찾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전세난을 해결할 확실한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전세 주택의 수급(需給) 정보를 충분히 알려 최소한 가수요가 발생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가 93주째 상승…집 사려는 세입자 늘었다

SBS | 정명원 | 입력 2011.01.26 12:39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아파트 전세가격은 최근 2년 동안 76%나 뛰었습니다.

하지만 매매 가격은 10% 오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국적으로 매매가격은 제자리 걸음이지만, 전세 가격은 93주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용인 수지의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3.3%나 올랐고, 서울 광진구와 서초구도 2% 이상씩 뛰는 등 서울 25개 모든 구의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서울 서대문구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51%까지 치솟았고, 관악구와 중랑구도 50%에 육박했습니다.

[박경희/공인중개사(서울 서대문구) : 지금 매매가격은 3억 초반대인데도 불구하고 전세는 2억 2천 정도까지 얼마 전에 거래가 됐습니다.]

정부가 최근 소형주택 공급확대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세 공급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실효성도 떨어져 전세난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전세난을 틈타 일부 집주인이 집 수리비를 세입자에게 떠넘기거나,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 신청을 막는 등 횡포를 부리는 피해까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명원 cooldude@sb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