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뉴스24 >

올림픽헌장에는 올림픽운동의 목적이 "인류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이라고 명문화돼 있다. 스포츠를 통해 개인과 국가간 우호를 증진하고 그에 따르는 경쟁으로 서로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4년마다 올림픽이 열린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이런 올림픽헌장에 위배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 17일 태권도 여자 47kg급에 출전한 대만의 국민적 스타 양수쥔 선수가 실격패 당하면서 대만에 일고 있는 '혐한(嫌韓)기류'가 그것이다.

 

 

양수쥔은 9-0으로 앞서가던 경기에서 발바닥에 규정을 벗어난 구식 센서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자국의 국민적 스타가 실격패 당하고 주저 앉아 우는 모습에 대만 전체가 분노했는데, 애꿎게도 그 화살을 한국 쪽으로 돌려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다.

양수쥔의 센서에 문제를 제기한 심판위원이 한국계 필리핀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 태권도의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대만국민들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대만 총통까지 나서 한국에 대한 극한 감정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잠시 시간을 8년 전으로 돌려보면 우리 국민들도 스포츠로 인해 흥분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김동성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심판진의 실격 선언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 미국 선수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내려진 석연찮은 판정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오노로 인한 반미 감정이 고조됐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8년 전 피해국(?)이 된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대만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사건에는 분명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안톤 오노에 대한 비난과 판정에 대한 불만이 커졌던 이유는 김동성의 '잃어버린 금메달'이 오노의 차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수쥔의 실격당한 이번 사건에서 한국이 직접 취한 이득은 아무 것도 없다. 양수쥔이 실격당한 경기의 상대가 한국 선수라든지, 그 종목에 출전한 한국선수가 간접적인 혜택을 받았다면 또 모를까. 양수쥔이 출전한 여자 49kg급은 한국 선수가 출전조차 하지 않은 체급이다. 1992년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국교를 맺기 위해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을 때 대만국민들이 느꼈던 배신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출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노 사건을 상기시키는 일이 22일 또 광저우에서 일어났다.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부문에 출전해 1위로 골인한 한국의 박성백이 상대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놓치고 만 것. 대신 2위로 골인한 홍콩의 윙캄포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국계로 구성된 심판진들의 홍콩 선수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한국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본의 아닌 가해자(?)'에서 '억울한 피해자'까지 된 한국은 이래저래 속상한 상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지켜보면서 '인류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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