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상 내비쳐…거품 더 빠질 가능성
찬바람이 불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또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세 하락이냐, 거품 붕괴냐'는 논쟁에 휩싸여 있던 부동산 시장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파트값 하락, 분양시장 침체, 거래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금리 인상 변수는 또 다른 대형 악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움직임부터가 심상치 않다. 13일 부동산정보업체 < 부동산114 > 조사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하락 조짐을 보인 서울의 아파트값은 3월 들어 완전히 하락세(-0.09%)로 돌아섰고, 4월에는 하락폭(-0.45%)이 더 커졌다. 수도권 새 도시와 경기·인천지역의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를 예로 들면, 주택가격이 최고점이던 2006년 말에는 3.3㎡ 평균 가격이 3538만원으로 폭등했다가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2월에는 3149만원으로 하락했다. 이후 다시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 10월에는 3392만원을 기록했고, 지금은 다소 내려 3.3㎡당 가격이 337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최근 들어 내림세가 확연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13㎡)는 현재 11억45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 초의 12억500만원에 견줘 6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3월 초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50㎡)는 올 초 10억40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9억7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112㎡)는 현재 11억~1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 초 12억~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견주면 1억원 정도 하락한 것이다.
잠실 청운 부동산 김영황 대표는 "거래가 안 돼 당분간은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며 "대출이자가 높지 않아 지금은 급매물이 많지 않지만 금리 인상 얘기도 나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새 도시인 경기 성남 분당에서는 올 초 20억원을 넘나들던 파크뷰(전용 162㎡)가 현재 17억~19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분당 구미동 무지개 엘지(105㎡)는 올 초 5억~6억원에서 지금은 4억4000만~5억원에도 찾는 사람이 없다. 분당의 ㅎ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부르는 값)만 있고 실제 거래는 거의 없다. 매수 문의도 뜸한 편"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기흥구 중동 신영지엘(161㎡)도 올 초에 비해 1억원이 빠지는 등 이 지역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곳의 ㅇ공인 관계자는 "최고 비쌀 때에 견주면 2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라며 "대형 위주로 가격이 많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수도권 최고의 인기지역이었던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풍림아이원(전용 84㎡)도 4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연초보다 5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한때 5억7000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송도의 공인중개업소 장승백이의 이학주(48) 대표는"시장이 언제까지 침체될지, 언제 살아날지 전망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이 지금 수준에서 좀 더 떨어져도 부동산시장이 충격을 흡수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부동산가격 흐름을 보면,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집값은 지난해 3월 이후 연말까지 상당폭 회복해,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다다른 뒤 최근 2차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또 다른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충격은 오겠지만 조금씩 인상하면 충분히 견딜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반값아파트인 보금자리 주택 공급,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기조가 소폭의 금리 인상보다 더 중요한 변수"라며 "부동산 호황기인 지난 2007~2008년 공급된 아파트가 올해도 수도권에서 대량으로 입주하는 등 공급과잉 상태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매수자들의 기대감이 팽배한 만큼 당분간 집값 하락은 금리 인상이 없어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온다는 게 부동산 시장에 되레 '약'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도 "저금리가 지속하면 부동산 거품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부동산 시장에 끼칠 충격은 실물경기가 살아나면서 구매력이 생기면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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