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효과? 용인은 딴 세상 얘기”
매수세 위축에 급매물도 소화 안돼

 
 
경기도 용인시 수지지역.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용인시 수지구는 2006년 소위 ‘버블세븐’ 지역이란 타이틀을 용인시에 안겨주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버블세븐 지역은 정부가 “아파트값에 거품이 끼었다”며 지목한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양천구와 경기 분당ㆍ평촌신도시, 용인시 등 7곳을 말한다. 용인시의 경우 수지구 동천ㆍ신봉ㆍ성복ㆍ상현ㆍ죽전동 일대 집값이 판교신도시 후광효과로 급등했던 게 시 전체가 버블세븐 타이틀을 얻은 이유다.

이들 버블세븐 중 대부분 지역 부동산시장은 대출 제한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지난 한해 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것이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상승세 국면으로 진입 이후 강세는 아니지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용인은 예외다. 대선 이후에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 우린 그런 것 잘 몰라요”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 버블세븐지역 아파트 값은 용인을 제외하곤 오름세 내지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권과 분당신도시는 각각 0.02% 올랐고, 목동이 있는 양천구와 평촌신도시는 보합권(0.00%)에 머물렀다.
 
이들 지역에선 매수세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새 정부가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완화 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매도자들이 다소 느긋해 졌다. 양도세와 종부세가 내리면 팔겠다며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엿보인다.

하지만 용인은 지난 주 아파트값이 0.11% 떨어졌다. 용인은 대선 직후인 올 1월 초(0.00%) 10월 넷째 주 이후 11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지만 이후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뒤 약세 장세를 어어가고 있다. 매수세가 없는데 급매물이 계속 나와 시세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수지구 성복동 L공인 관계자는 “대출이 막힌 데다 별다른 호재도 없고 2006년 집값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주택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 버블세븐지역 중 한 곳인 용인지역의 아파트값이 올 들어서도 약세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사진은 용인 수지구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GS자이 아파트 전경.

“한달 넘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요”

수도권 남부지역의 개발 축으로 한동안 투자 수요로 들썩였던 용인 아파트시장이 올 들어서도 맥을 못추고 있다. 용인은 2006년 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목될 만큼 아파트 가격 오름세를 주도한 지역이었지만 요즘은 딴판이다.

수지구 상현동 금호베스트빌3차 115㎡형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싼 3억9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성복동 LG빌리지2차 161㎡형은 6억5000만~7억5000만원 선으로 올 들어 가격 움직임이 전혀 없다.
 
수지구 상현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새 정부의 양도세 완화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상향(6억→9억원) 움직임에도 매수세가 전혀 없다 보니 집주인들도 별 기대를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죽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죽전동 동성아파트 109㎡형도 4억2000만~4억4000만원 선으로 한 달 전 시세 그대로다. 죽전동 부동산나라공인 손병찬 사장은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매물이 쌓이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며 “시세보다 싼 급매물도 한 달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월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있는 용인 신봉·성복지구 분양 업체들도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에 울상이다. 신봉지구에 분양할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존 주택 거래시장이 살아나야 분양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순위 청약내 분양 마감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봉동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마당에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3.3㎡당 1500만~1600만원 선 예상)로 공급되는 신규 분양단지에 관심을 두겠느냐고"고 반문했다.

시장 한파 왜?

용인의 경우 아직도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인식하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상현동 동일공인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크게 오른 집값에 수요자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담보 대출 규제 및 보유세 강화 대책의 주요 타깃인 중대형 고가 아파트가 용인 수지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도 거래 부진의 또 다른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수지구에선 132㎡(40평형)대 이상 단지가 전체 총 77601가구 중 38%인 29926단지에 이른다. 6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비중도 높아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민간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도 집값 약세에 영향을 미친다. 죽전동 H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민간에도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나오면 기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싸게 내놓고 있으나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출규제로 자금 줄이 막히자 규제가 풀리고 좀 더 저렴한 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 매매시장에 온기 감돌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2월에 예정된 용인 성복ㆍ신봉지구 분양 시기가 다가오면 매수세가 늘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들 지구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 급매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수지지역 아파트 평균 3.3㎡당 매매가는 1300만~1400만원 선으로 신봉지구의 예상 분양가(3.3㎡당 1500만~1600만원)보다 싸다.

죽전동 죽전홈타운공인 관계자는 “신봉지구나 성복지구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말 분양한 동천지구 못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 일대 기존 아파트 시장도 ‘청약 뒷바람 효과’를 입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요즘 고객들이 기존 아파트보다는 신봉·성복지구 분양일정에 대한 문의가 더 많다”며 “분양이 시작될 경우 기존시장도 서서히 움직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이곳 상당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를 실제로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가주택의 기준을 상향조정(6억원→9억원)할 경우 7억~8억원 선의 중대형 아파트가 집중 포진돼 있는 수지구는 큰 혜택을 받게 된다. 게다가 올 연말 판교신도시의 입주에다 하반기 광교신도시의 청약이 시작되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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